누가 내 말 좀 들어줘
앰버 스미스 지음, 이연지 옮김 / 다독임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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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매스미디어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 관련 기사들이 뜬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분노와 안타까움이 함께 솟구친다. 많은 것이 이토록이나 풍요롭게 넘쳐나는 세상에서 어쩌자고 인간성만큼은 자꾸 메말라가는 것인지. 무엇이 그들에게 그토록이나 깊은 어둠속을 헤매이게 하고 있는지. 그러나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상처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그녀들이 겪어내야 할 모든 상처들은 또 어떻게 치료할까 싶어서. 우리가 흔히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고 일컫는 트라우마는 그 순간부터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그녀들을 견딜 수 없는 고통속에서 몸부림치게 할 것이다. 지울 수 없는, 지워지지 않을 상처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할 것이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을 고통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건 분명 억울한 일이다. 세상사가 아무리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라해도.

 

이 책은 그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그 상처로 인해 한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그 상처를 견뎌내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만큼 견뎌낼 수 있는 아픔이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더구나 어린 시절에 그런 일을 겪는다는 건 더욱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그날 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이든도 보통의 십대소녀였을 뿐이다. 믿을 수 없었던, 아니 믿고 싶지 않았던 그 일은 차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아무말도 하지마. 누구도 너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던 캐빈오빠는 가족과도 같은 사람이었는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하루 이틀 시간은 지나가고 미친 듯한 증오심에 자신을 학대하기 시작하는 이든의 모습이 책을 읽는내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자기자신을 사랑하기를 멈췄으며 자신을 향한 사랑조차 받아들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자신을 비난하는 주변의 시선들조차 이든에게는 싸워야만 할 또하나의 세계였을 뿐이다. 누구도 변해가는 이든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든이 너무도 일찍 깨닫게 되어버린 세상의 부조리함은 정말 씁쓸했다. 그러면서도 간절하게 빌고 있었다. 제발 힘을 내라고. 너무 쉽게 포기하지는 말라고. 결국 그 짐승같았던 캐빈이 똑같은 일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고 이든의 상처는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책표지의 뒷면에 쓰인 글들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랑, 관계, 삶에 있어 트라우마가 남기는 영향을 사실적으로 꿰뚫어 보았다. 성폭력의 후유증에 대해 정밀하고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은 한 영웅이 뒤틀린 서커스 거울을 통과하는 여정이자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가 되어가는 도전기이다... 말 그대로 섬세한 표현들이 바늘처럼 책장을 넘기는 나의 손끝을 콕콕 찔러댔다. 그리고 나중에야 느끼게 되었다.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가 되어가기 위한 이든의 힘겨운 싸움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말이 아닐까 싶다. <누가 내 말 좀 들어줘>는 그냥 훌륭한 작품이 아니다. 중요한 작품이다...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이든의 상태를 가감없이 표현해 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진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줄 아는 시선이 우리에겐 필요한 까닭이다. /아이비생각

 

저자에 관한 짧은 소개글이 책날개에 보인다. 앰버는 성폭력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더불어 성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앰버는 자신의 책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작은 불씨가 되길, 변화의 씨앗이 되길 희망하며 오늘도 글을 쓴다... 저자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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