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스니커 100
고영대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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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열정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한동안 오타쿠라고해서 그다지 좋은 의미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었다. 나에게 있어서 의식주를 바라보는 첫번째 관점은 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하기 위한 동선이 편해야 하고, 신었을 때 발이 편해야 하고, 입었을 때 움직임이 편해야 한다. 그 다음이 모양이다. 깔끔하고 단정한 모양새라면 오케이다. 화려하거나 수수하거나 튀는 스타일의 좋고 싫음은 완벽한 개인의 취향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에서 스니커를 소개하고 있는 이들은 분명 '덕후'다. 우리는 그들이 하는 행위를 '덕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덕질'에는 만족감과 성취감이 있으며 거기에 즐거움과 기쁨까지 들어 있다. 그래서 조금은 놀라웠다. 하지만 그 스니커를 신었을 때의 느낌이나, 발의 편안함 정도는 알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스니커를 위한, 스니커에 의한, 스니커의 이야기였다. 신발은 신는 것임에도 왠지 소장품으로서의 역할만 강조한 것 같아 아쉬움도 남았다. 모든 것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완벽하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 책을 읽고나면 운동화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진짜 그 열정에 감동했다. 나이키 에어 맥스의 디자인이 비가 자주 내리는 나이키 본사의 지역적인 특성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아니면 어디서 알겠는가 말이다. 흙길에서 러닝을 해도 쉽게 더러워지지 않도록 회색 계열의 색상을 사용하고 빗물에 번져가는 그라데이션 형상으로 디자인했다는 말을 들으면 아마도 한번쯤은 그 스니커가 궁금해지지 않을까?

 

나이키, 아디다스, 퓨마, 리복, 뉴발란스, 언더아머, 반스, 발렌시아가 등 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스니커는 아무래도 나이키 조던과 에어포스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만화 <슬램덩크>를 보았다고. 그 역동적인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그렇게 누군가에게 강한 이미지로 다가선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주제가 달라진다는 게 참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은 운동화라고 말하지 않고 끝까지 스니커라고 말한다. 그러니 스니커 마니아들에게 있어 스니커란 단순히 신는 것 이상의 의미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 책에는 10명의 스니커 마니아가 각각 10개의 스니커를 소개하고 있다. 100켤레의 운동화! 대단한 열정이 느껴진다.  스니커 마니아라 자부한다면, 스니커가 가진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한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흥미로운 주제임에는 분명해보인다.

 

구두를 신기보다는 운동화를 즐겨 신고 있어서 여러 운동화의 장,단점을 알고 싶었다. 시장표 운동화도 신어보았고 나름 비싸다는 브랜드 운동화도 신어보았지만 발이 영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이 책은 그야말로 운동화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운동화가 안고 있는 과거와 현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에게는 운동화라는 말 자체부터가 심드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스니커라는 말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한번 찾아보았다. '살금살금 걷는 사람'이라는 뜻의 Sneaker에서 비롯되어 붙여진 이름, 발등 부분을 하얀 캔버스로 끈을 매서 신는 옥스퍼드형과 끈을 매지않고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슬립온형이 있다... 열심히 운동화를 신으면서도 이런 뜻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요즘 사고 싶은 운동화가 하나 있다. 이 책에서도 잠깐 소개되었기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반스다.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는데 어제야 그 이름을 알게 되었다. 저쪽에서 지름신이 달려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스니커 마니아는 될 수 없을 것 같다. ^^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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