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을 그리다 - 궐문에서 전각까지! 드로잉으로 느끼는 조선 궁궐 산책
김두경 지음 / 이비락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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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宮 경복궁, 婟宮 창덕궁, 呱宮 창경궁, 孤宮 덕수궁, 故宮 경희궁... 격이 높은, 연모하는, 울고있는, 외로운, 사연이 있는... 우리의 5대궁을 단순히 古宮이라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 책의 목차를 읽으며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궁을 보면서 이런 느낌을 갖는다는 건 그만큼 그 속을 들여다봤다는 말일 것이다. 지은이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기 보다는 지은이가 무엇을 보았을까,가 더 궁금했다. 사실 우리의 고궁이나 유적지는 그 내용을 알고가야 제대로 보인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삶의 그 어떤 것인들 안그럴까? 하다못해 들에 핀 풀꽃도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지 저마다의 이름과 사연 하나쯤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옛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문화재는 오죽하겠는가! 궁의 이름을 알고, 전각의 이름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어떤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지 알고나면 다르게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상당히 깊이있게 느껴진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듯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가오는 문체도 나쁘지 않았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니 심심할 겨를도 없다. 자주 가보았고 자주 들었던 古宮의 사연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림으로 보여주는 古宮... 지은이는 그 많은 전각과 문과 볼거리중에서 과연 무엇을 그렸을까? 또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았을까? 궁금했었던 것들이 하나둘 껍질을 벗으며 내게 보여질 때마다 살포시 웃음이 났다. 지은이의 시선이 참 따뜻하게 다가와서. 어쩜 저리도 즐겁게 古宮속을 거닐 수 있을까? 長樂門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지은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또 웃게 된다. 관덕정을 바라보고, 석어당을 바라보고, 뻘쭘한 경희궁의 흥화문을 바라보던 지은이의 시선을 고스란히 따라가면서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아쉬움과 안타까움. 지은이의 말처럼 우리 古宮의 옛모습을 하루빨리 제대로 찾아주어야 한다던 지은이의 말에, 덕수궁이 아니라 경운궁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불러줘야 한다는 지은이의 말에, 진하게 한표를 보태주게 된다.

 

나는 가끔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우리의 궁궐은 최소한 네번은 가봐야 한다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 때마다 다른 해설사의 말을 들어보라고 한다. 왜? 재미있으니까! 이왕에 간 거 시간을 핑게로 해설사의 해설을 놓치는 愚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균형있게' 관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은이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어로'와 '어도'의 차이점을 논하는 부분에서 '기로'에 서고 말았지만 '진전'과 '선원전'의 쓰임새는 분명하게 달랐다는 것과, '드므'와 '부간주'는 확실하게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각각 28년과 25년동안 왕세자로 지냈던 문종과 인종이 만나 차를 마시며 신세한탄을 한다면 지나가던 영국의 찰스왕세자가 찻값을 내지 않을까, 라는 말에서 빵터졌다. 과연 그렇군! 늘 봐오던 것들임에도 새삼스러웠다. 이 책이 그만큼 신선함을 준다는 말일터다. 식상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비올 때 희우루나 한번 보러가야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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