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디자인 1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1
김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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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라는 말이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는 말도 있다. 이왕이면 더 좋은 것을 택한다는 뜻이다. 어떤 물건을 사기 위해 마트를 가거나 백화점엘 가보면 아무래도 더 멋지게 혹은 더 예쁘게 포장을 하거나 전시를 해 둔 쪽이 시선을 끌게 마련이다. (가끔은 빈깡통이 요란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 생활에서 디자인은 필수요소로 보인다. 지나가는 자동차의 이름이나 제조회사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자동차의 디자인때문일 것이다. 회사의 얼굴로 등장하는 엠블럼 역시 디자인의 하나인 까닭이다. 그런데 그 많은 제품, 그 많은 디자인 중에서도 스테디셀러로 분류되는 책들처럼 오래도록 하나의 문화인양 자리매김을 한 것들도 많다. 이 책이 바로 그런 디자인의 탄생배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다. 일단 흥미로웠다. 디자인에 대해 문외한인 내게도 재미있게 읽혔던 것은 어쩌면 만화로 다가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그 안에 담겨있는 지식들은 가벼워보이지 않는다. 지은이가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책날개에 이런 말이 보인다. 텍스트를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만화로 재가공하는 데 탁월하기로 정평이 난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겸 저술가다... 그의 책도 여러권 보이는데 역시 모두가 만화로 되어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종류의 지식을 이렇게 만화로 먼저 접하게 되면 아무래도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우선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만화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좋아하는 만화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자가 가진 의미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니 감사한 일이다.

 

코카콜라의 광고를 보면서 돈 안드는 모델을 쓰는데 탁월하다고 한 말에 나도 모르게 오호! 하게 된다. (코카콜라를 마시고 있던 불곰이 생각나 베시시 웃는다) 'I♥뉴욕'과 같은 디자인을 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걸까?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Chupa Chups 라는 막대사탕을 싸고 있는 그림이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이었다는 걸 전혀 몰랐다. (그래서 찾아보았던 그의 작품세계는 역시 어려워!) 대체적으로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무는 작품이 많았지만 강하게 단 한번만의 등장만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채 사라져버린 작품도 꽤 있는 듯 하다. 책을 읽다가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만큼 오래도록, 혹은 강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디자인이 있었나? 어쩌면 강한 느낌을 남긴 작품도 있었겠지만 오래가지 않아서 기억을 못할 수도 있고 관심을 갖지 않아서 잘 모르는 것일거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세기를 넘은 노포조차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만큼이라는데 삼대이상을 이어 온 진정한 노포를 찾는다는 게 우리나라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먹고 살기에도 힘겨웠다는 말로 위안을 삼을 수 있으려나? 잘 모르겠다. 모더니즘이니 다다이스트니 아방가르드니 하는 말들이 뭘 말하는지는 잘 모른다. 물론 사전을 찾아보면 그 뜻이야 알겠지만 그 말이 품고 있는 여러가지의 의미를 이해하는 건 아닌 까닭이다. 책의 말미에 보이는 디자인의 변천사가 시선을 끈다. 자본주의사회라는 건 기업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생활용품을 만들어낸다. 그러자면 생산품이 팔려야 하고 그것을 팔기 위해 마케팅을 한다. 그 과정속에서 디자인도 한몫한다. 그러니 디자인의 역사는 시대에 따라, 혹은 수입에 따라 무구한 변천사를 거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이름을 남기려 애쓰기보다 누구나 부담없이 누릴 수 있는 디자인을 하나라도 더 하려고 노력하는 디자이너. 일확천금을 꿈꾸기보다 합당한 대가에 감사와 보람을 느끼며 주어진 일이 좋은 성과를 거둘 때마다 기뻐할 줄 아는 디자이너, 남들과 차별되는 멋을 위해 아낌없이 거금을 투척하는 특별한 소수의 취향을 위해 재주를 헌납하기보다 작은 희망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절대 다수의 대중에게 도움이 되어주는 디자이너. 그런 디자이너들이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과 함께 직업의 터전을 꾸리면서 자칫 불순한 의도를 지닌 자의 아방가르드 전략이 생활디자인의 공간을 혼탁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대중과 함께 보편적인 감성으로 상식의 방패를 마련해주기를. (- 274쪽) 물론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겠지만 저자의 바램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유행에 민감하지 못한 탓인지 브랜드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것보다는 다수의 사람을 위한 것이 좋다. 그저 내가 쓰기에 편하고, 내가 입어서 예쁘고, 내가 먹어서 맛있으면 그만이다. 그런 까닭으로 이 책은 상당히 이채로웠다. /아이비생각

'Less is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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