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학 스케치 2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풀빛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잘알고 또한 자주 쓰고 있는 스케치 Sketch가 어떤 뜻일까?
어떤 사건이나 내용의 전모를 간략하게 적는 것,
또는 문학적으로 줄거리나 내용에 작위성이 없는 단편,
미술적으로 말하면 실재하는 사물을 보고 모양을  간추려서 그린 그림이란 뜻으로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제목안에 왜 스케치라는 말이 들어가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조목조목 그림을 그려주듯하는 설명을 따라 시대를 가로질러 가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친절한 안내인을 만난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철학이란 건 또 무엇일까?
철학의 형식적 정의를 따져보자면 철학에는 일정한 대상도 일정한 방법도 없거니와,
철학이 무엇이라는 것을 규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을 연구해도 거기에는 철학이 담길수가 있단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가장 근원적인 문제와
대결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에 한국철학하면 무엇이 떠오르냐고 묻길래 나는 유교를 떠올렸었다.
아마 나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렇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책의 말미쯤에 어떤 집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집한채를 두고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립적인 구도를 그리고 있다.
할아버지는 그냥 조금만 수리를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아버지는 겉은 한옥으로 놔둔채 안은 양식으로 바꾸자한다.
어머니는 물론 겉과 안을 모두 양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밀려드는 변화의 물결에 대처하는 우리네의 모습같기도 하고.

늘상 유교적인 우리네 생활습성이 너무 완고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에
나는 그런 삶의 모습이 너무도 싫었었다.
변화가 오고 그 변화를 따라야 한다면 굳이 옛것만을 고집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적어도 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이면서 나의 것을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집아닌 아집속에 묻혀살았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닌 까닭이다.
책속에서 만나지는 우리의 의식과 관념조차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었다.
그 변화의 중심점에는 현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
늘 현실과 함께 하고 모두의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런 것들이 녹아져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성을 앞세운 생명력있는 철학 혹은 생각들은
내면보다는 형식과 허식에 치우친 유교적인 철학에 밀리고 만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우리나라의 역사속을 되짚어 올라가게 되면 유교, 불교, 도교를 만나게 된다.
유교는 사회여러계층의 생활에 영향을 미쳤고, 불교는 종교과 예술 방면에,
그리고 도교는 천문학등 과학적인 쪽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불교와 도교가 유교의 힘에 눌려야 했을까?
내가 가장 궁금하게 생각했었던 문제가 아닐까 싶어 긴장감을 느끼며 글자를 따라갔다.
백성이 주된 나라가 아니었기에, 깨어있는 백성이 아니었기에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중에 조금씩이나마 백성들이 깨어나기 시작하니 과연 민중봉기도 일어나고
민중속에서 생겨나는 종교나 학문도 생겨난다.
어느책에선가 고집스런 양반님께서 독백으로 뱉어내던 문구가 생각이 났다.
백성이 글을 깨우치게 되면 말이 많아지고 세상이 시끄러우니 백성은 그저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던 말이..

철학이나 사상이라는 것이 그때 그때의 사회상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특별히 이것이다,라고 내세운 주제가 아닌 다음에는 변하는 것이 어쩌면 옳은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동떨어진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배부른 자들의 말놀이쯤이라고나 해두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
이언적과 조한보의 논쟁이나 이황과 기대승의 논쟁 장면은 차라리 아름다웠다.
종교든 철학이든  제것만이 옳다고 우겨대며 한치의 양보조차 없는  세상속에서조차
나이를 초월한 그들의 논쟁모습은 진정 아름답게 보였다.

역사책에서 그저 피상적인 낱말로만 다가왔던 말들이 아하! 이런 뜻도 숨어있었던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오래된 옛날부터 시작하여 근대적인 시기까지 우리곁을 맴돌며 우리의 생각속에 머물렀던
수많은 것들의 진정한 존재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볼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사실 우리가 살아왔던 혹은 살아가는 삶속에서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것들은 많지가 않다.
껍질을 까보지 않았는데 그 속을 어찌 알까?
살아가면서 모든 것들의 껍질을 까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은 듯 하다.
또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조차도 갖고 있지 않음을 부정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이 책은 나에게 아주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해 주었다.
약간은 늘어지는 대목도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해도 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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