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야 - 2019년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다이앤 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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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답답하다.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느낌이다. 혹시라도 話者가 지은이라면 속시원하게 뱉어내지 못한 속울음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아파해야 할 것 같다. 해 전 겪은 교통사고를 계기로 오랫동안 감춰왔던 고통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회복하기 위해 쓴 첫 소설,이라는 말이 보여서 하는 말이다. 책을 읽는내내 그랬다. 회복하기 위한 글이었다면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의 아픔을 표현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 안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기에는 뭔가 부족해보였기 때문이다. 하기야 그토록 오랜동안을 숨겨두었던 이야기니 한숨에 다 털어낼 수는 없었겠지... 시간을 두고 좀 더 들여다보며 달래야 할 일이겠지만 안타까움이 많이 남았다.

그 시절의 아버지들이 다 그랬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절이 그랬다고는 하나 그 시절의 아버지들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고주망태가 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엄한 밥상이나 뒤엎고 아내와 자식에게 손찌검을 하고... 엄마는 또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것을 고스란히 다 받아내야만 했는지... 그래놓고는 모든 댓가를 자식들에게 뒤집어씌웠지. 그 힘겨운 일상은 오롯이 자식들의 가슴속에 켜켜이 쌓여 끝내는 아픔으로 남았지... 그 아픔이 고스란히 자식들의 울타리안에서 훗날까지 숨쉬며 살아갈 거라는 걸 그때는 생각조차 못했겠지... 그런 삶을 살았으니 이제 내게 보상하라는 듯 자식들의 상처는 외면해버리는 話者의 어머니도 이해가 되고 맏이로써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숙명처럼 생각했던 話者의 입장도 이해가 되긴 한다. 하지만 이왕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 좀 더 욕심을 부려보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일은 없다. 되돌릴 수 없기에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남겨진 무언가를 주섬주섬 줍는다. 주운 것들은 교훈이라 불리고,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들어온 것들은 추억이라 불린다. 주머니에 들어오지도 않고 줍지도 못한 것들은 후회라고 불린다. (-100쪽) 책을 다 읽고나서야 알았다. 로야가 무슨 의미였는지를. 로야가 話者의 어린 딸 이름이기도 하지만 페르시아어로 '꿈'이나 '이상'을 뜻한다는 걸.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학창시절이었지만 그녀는 공부를 놓지않았다. 어쩌면 결국 떠나기 위한 수단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삶이 그렇다. 참 잔혹하다. 주인공은 여전한데 배경만 바뀐다. 그러니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아닐 거라고 머리를 흔들어도 한 켜 한 켜 쌓였던 세월의 흔적은 지워내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안의 아이와 마주 설 용기를 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어쩌면 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그녀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 나의 상처는 무엇인가? 그토록 상처 입은, 나는 누구인가? 책표지의 이 말은 여전히 내게도 크나큰 울림이기에.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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