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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대했을 때 제목과 그 밑의 그림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왠지 모르지만 그 소녀들의 이미지가 눈길을 끌었던 까닭이다.
책장을 처음 열면 한장의 그림이 나온다.
앞면에는 연두색바탕에 엉겅퀴꽃, 그리고 나비 두마리(노랑나비와 흰나비이다)
뒷면에는 진초록색위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회색톤의 소녀 네명이 손을 잡고
빙빙 돌고 있다. 그리고 주위를 흐르는 검은 강물.
나는 그 그림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끝까지 읽지 않고는 책의 흐름을 짐작하지 못하게 한다.
치밀한 스토리구성이 참 맛깔스러웠고
이런 장르였다고 딱히 한마디로는 정의를 내릴 수 없을 것 같다.
모든 상황에 대한 묘사가 사실처럼 느껴져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같은 환각이 생겨나기도 했고
작자의 주도면밀한 심리묘사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제까지 만난 일본소설중에서 마력같은 끌림을 주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어린 날의 기억을 위해 모인 네명의 소녀와 두명의 소년이야기.
그러나 그들은 사실 소년,소녀가 아니다.
어른이 되기 위해 탈피를 시도하는 나비와도 같은 모습이다.
나비는 고치를 뚫고 나오는 역경을 이겨내야만 진정한 나비로서의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하물며 우리 인간이야 말해 무엇할까?
연륜과 경륜을 무시하지 못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을것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빠져드는 힘이 상당히 강함을 느끼며
그 아이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과거에 있었던 기억의 실타래는 엉켜있는 듯 보여지지만
사실은 이미 한쪽끝을 잡고 잡아당기기만 하면 되는 상황.
그러나 그들은 방황한다. 그들은 진정으로 생각속에 빠진다.
고치를 뚫고 나오는 역경을 이겨내는 나비처럼 그들은 아파한다.
네개의 커다란 단락으로 나누어져 회상신으로 이끌어가고 있었지만
이미 그들에게는 과거가 아닌 현재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지난날의 아픔이 아니었나 싶다.
지나간 일들은 많은 시간이 흘러 돌아보았을 때
아름다웠거나 혹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둘 중 하나이다.
그들에게는 유년의 기억이 아름다움이었을까?
옮긴이의 소감을 읽고난 후 나는 다시 처음의 그림앞으로 되돌아왔다.
무엇일까?
이 그림으로 작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려버리고 말았다.
지나간 시절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유년의 기억은 생각할때마다 미소를 띄울 수 있어야 한다고.
연두색 잔디위를 날아다니던 두마리의 나비처럼 그렇게...
그러나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들이 어디 그렇게 아름답기만 할까?
때로는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아픔으로
차마 서로의 얼굴을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할 그런 기억도 있는거라고.
책속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기 위해 혹독한 시련을 견뎌냈던 거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