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이런 노래가 있었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 짓하며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정확하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책속 모모의 모습이다.
어릴적 이 노래를 들을 때 나는 미하엘 엔데가 말하던 시간의 소녀 모모인줄 알았었다.
그리고는 뜻도 모른채  따라부르곤 했었다.

참 애절하다.
너무도 슬픈 이야기다.
모모는 외롭다. 하지만 모모는 로자 아줌마가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사람은 사랑없이는 살 수 없다던 하밀 할아버지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되자
모모의 사랑이었던 로자아줌마는 떠나갔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가
사랑해야만 한다고 결론을 내려주는 모모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또한 슬프지 않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 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거지."<93쪽>
우리앞의 생은 모두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을게다.
완전히 희거나 검지 않은 모습으로 .
잿빛모습을 한채 우리곁을 서성일게다.
그래서 우리는 늘 아프고,늘 서럽고,늘 슬픈 것일게다.
너무나 일상적인, 너무나 평범하기만 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평범하지 않은 소년의 눈을 빌려 너무나 많은 것들을 말하고 있음이다.
이 책속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 미워하지 않는다.
가진 것 없고 힘도 없고 그야말로 든든한 빽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아름답도록 처절하다.

자신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하밀 할아버지에게 모모가 했던 말은 정말 서글펐다.
"어제든 오늘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할아버지.
 그저 흐르는 시간일 뿐이니까요."<171쪽>
진즉부터 <자기앞의 生>이란 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읽지 못했다.
어쩌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生이란 시간들이 너무 아플것 같아서였다.
모모처럼 시간을 거꾸로 돌려가며 환상을 쫓을 줄 아는 능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다면
모모처럼 나쁜 일도 좋은 일처럼 바꿔 느낄 수 있는 마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다면
아마도 이 세상은 간을 맞추지 않은 찌게같은 맛이 아닐까?
로자아줌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면서 하밀 할아버지에게 니스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하던
모모의 가슴속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주 오래된 시 한구절이 입속에서 맴돌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김춘수님의 시 -꽃-의 일부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의 곁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일게다.
이미 죽음을 맞이한 로자 아줌마곁에서 몇날을 머물렀던 모모의 마음처럼
그렇게 곁에 있어주는 느낌이 아마도 사랑일 것이다.
마지막 장을 읽고나서도 나는 한참동안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우연하게 다시 찾게 된 모모의 새 사랑의 둥지를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도 모르게 모모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던 거다.
모모의 개였던 푸들 '쉬페르'와,  초록색 얼굴을 한 모모의 우산 "아르튀르'는
아마도 사랑을 필요로 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사랑해야 한다.
사랑해야만 한다, 우리는.
자기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래서 뒤돌아보아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도록...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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