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
윌리엄 케네디 지음, 장영희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장 발장은 한 조각의 빵을 훔친 죄로 19년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출옥한다.
자신을 재워주었던 신부의 집에서 은촛대를 훔쳤다가 다시 체포되어 끌려가게 되었을 때,
신부는 말했었다. 그 은촛대는 자기가 장에게 준 것이라고 .
그래서 장 발장은 비로소 사랑에 눈을 뜨게 되었다던 이야기가 있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생활속에도 장발장은 만나진다.
바로 얼마전에 아이들에게 찌게를 먹이고 싶어서 자전거를 훔쳤다던 또하나의 장발장.
그는 폐휴지를 모아 하루벌이가  3천원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자전거들이 거의 못쓰게 된 것들이었다고 한다.
배고픔을 이겨내지 못해 빵한조각을 훔친 소설속의 장발장과
아이들에게 찌게를 끓여주고 싶어 자전거를 훔쳤다던 장발장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소설은 소설일뿐이다.
소설이기에 가혹한 것도, 처참한 것도,냉정한 것도 모두가 예외적인 것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작은 것들도 용서되지 못한다.
우선은 나에게 다가오는 피해들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지 말며, 나한테 다가오는 피해도 싫은 마음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속성이 아닐까 싶다.
사지 멀쩡한 사람이 왜?
그것도 자식이 딸린 사람이 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는데?
찾아보지도 않고 고작 폐휴지줍는 일을?
어찌되었든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는 건 좋지 않아...
매정한 표현들이, 혹은 정말 가혹한 처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현실 그 자체인 까닭이다.

ironweed....식물, 국화과의 식물, 혹은 엉겅퀴꽃이라고 검색되어진다.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라는 제목보다는 원제가 가슴에 와닿는 것은
아마도 잡초같이 살고 싶었던 주인공 프랜시스 팰런이란  남자의  생이
그 원제와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까닭인듯 싶기도 한데..
알 수 없다.
누가 그들을 거리의 부랑자로 살아가게 했는가를.
이겨낼 수 없는 건 자기자신일뿐.
아무도 그 어느 누구도 그렇게 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의 주인공 프랜시스 아저씨는 그야말로 양다리 걸치기 식의 삶을 산다.
자기 마음 하나만 바꾸면 이쪽이든 저쪽이든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처지다.
한편으로는 따뜻한 잠자리와 사랑을 제공해 주는 가족이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차마 버릴 수 없는 마음속의 허무감이 있다.
은하수가 어딘지 아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은 억지다.
마음속에 담고 있는 정,혹은 따스함만으로 살아지는 세상이 아닌 까닭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꿈꾼다.
정이 필요하다고, 이 각박한 세상속에서 느껴질 따스함을 만나고 싶다고.
그들의 춥고 서러운 하루를 녹여줄 작은 방한칸.
하지만 그 방한칸은 저절로 그들에게 굴러들어오지 않는다.
재개발 구역이 있었다.
언덕진 길에 이어져 산등성이까지 야금야금 생겨나던 천막촌의 모습.
하나둘씩 허물어져 가던 그들의 무너진 희망사이에 뚫려 있었던 길 하나로
출퇴근을 해야  했던 나의 지나간 시간들이 있었다.
하나둘씩 부서지던 담벼락을 보면서 나는 되묻곤 했다. 이제 저들이 갈곳은 어디인가?
그나마 삶의 터전이라고 일구어놓았던 산동네를 떠나서 그들이 갈 곳은 또 어디인가?
지금은 천막촌이었다는 흔적조차도 찾아볼 길 없이 높은 아파트촌이 버티고 있는 그곳.
그곳을 일구어냈던 사람들의 마음과 허접한 꿈을 토대로 세워진 건물들.
그들은 쫓겨나고 떠나갔지만 차마 데려갈 수 없었던 그 마음과 꿈은
아직 거기에, 밑바닥같은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것만 같았다.

거리의 부랑자들을 그리고 있는 책속의 세상은 너무 을씨년스럽다.
그리고 그 부랑자들을 다시 쫓아내기 위해 애를 쓰는 세상 또한 을씨년스럽다.
날마다 자살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습.
하지만 날마다 희망과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습.
그들이 그려내고 있는 모순된 삶의 여정이 서럽다.
누구나에게 자기만의 세상은 있다.
그리고 그 세상은 오직 자기자신만이 만들어가며 꾸밀수 있다.
어느 한쪽으로 연결되어져 있던 끈이 끊어진 프랜시스 아저씨가 돌아와 멈춘 곳.
그 방은 아주 아늑하고 작은 방이었다.
아늑하고 작은 그 방에서 프랜시스 아저씨의 마음은 따스했을까?
뭐 필요한 것 없느냐고 묻던 아내에게 프랜시스 아저씨가 말했었다.
구두끈 하나가 필요하다고. 이틀동안 노끈으로 매고 돌아다녔다고.
그리고 또 이렇게 말했었다.
살다 보면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일들이 있다고.
손을 잡아 이끌어주지 않으면 길이나 제대로 건널 수 있을지 모를 여자,
내가 형편 무인지경이고 몸이 아파 죽는 줄 알았을 때 간호해 주었던 여자,
그 여자 헬렌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헬렌에게로 돌아가야 할 끈이 끊어지자 아내인 애니에게 돌아온 프랜시스 아저씨.
나는 왠지 프랜시스 아저씨의 마음과 꿈이 아직도 헬렌의 그림자를 쫓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부호를 찍어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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