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그리고 테오 - 반 고흐 형제 이야기
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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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빈센트 반 고흐 형제의 이야기다. 그의 작품은 딱히 제목이 무엇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웬만한 사람이라면 아, 이 그림! 할 것이다. 그만큼 색채감이 강렬하다. 하지만 당시의 미술계에서 그의 작품은 주목받지 못했다. 추상화라는 장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대중도 사진처럼 잘 그려진 풍경화나 인물화를 더 인정했던 시기이니 우리가 당대의 화가로 알고 있는 마네나 모네도 무시당하던 시절이었다.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고흐의 자화상에 얽힌 일화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고갱과도 연관이 있는 일화다. 일전에 <달과 6펜스>를 다시 읽으면서 고갱에 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참 많았다. 이 책을 통해 고흐라는 화가를 다시한번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그의 작품세계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동생 테오와의 편지를 통해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1890년, 37세의 나이로 고흐가 죽었을 때까지도 그의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죽은 후에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 평탄하지 못했던 그의 삶의 통해 그가 그리고자 했던 그림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하게 하지만 그의 그림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주제넘은 짓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전원적인 풍경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탓도 있겠지만 자연에 공감하는 그의 탁월함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었다. 청년이 되고 독립을 해야 할 시기가 되어 목사인 아버지의 길을 따라 전도사로서의 삶도 살아보게 되지만 그림을 향한 그의 열정은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예술로 가는 길은 많은 돈이 필요했다. 이 때 그에게 구세주 역할를 하게 된 것이 동생 테오다. 화랑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던 테오에게는 형의 존재가 어쩌면 어깨를 짓누르는 짐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형제사이가 늘 좋을 수 만은 없었다. 각각의 삶으로 존재하지만 또 같이 가야할 삶이었기에 형제의 고뇌는 깊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을 견뎌내며 정신적인 아픔으로 인해 병원을 들락거리지만 고흐의 그림은 날로 발전하게 된다. 좋아지는 그림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형제의 시선에도 따스함이 묻어나기 시작하지만 삶의 수레바퀴는 때로 자갈밭길에서 삐그덕거리기도 한다. 운명의 장난일까? 고흐와 테오는 무슨 일인지 비슷한 삶의 여정을 걷게 된다. 사랑도 건강도. 그렇지만 형제는 더욱 더 강한 형제애로 그런 삶의 힘겨움과 맞서 싸운다.

 

사실 고흐의 작품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동생 테오의 덕분이 아니었다. 테오의 아내 요의 노력으로 고흐의 작품은 세상과 후대에 전해지게 된다. 고흐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요의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남편 테오와 고흐의 형제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점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고흐와 테오가 살아 생전에 함께 나누었던 수많은 편지를 정리해 책을 냈기 때문이다. 고흐의 작품을 소중하게 여겨 갤러리가 아닌 일반 집에서 그의 작품만을 전시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물려받은 조카 빈센트 빌렘 반 고흐가 반고흐 미술관을 설립하는 일을 도왔다. 1973년 암스테르담에 반 고흐 미술관이 설립되어 세계에서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보고 갔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동생 테오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고흐의 작품을 바라보는 깊이가 지금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난 후 고흐의 작품을 찾아보았다. <아를풍경>, <꽃이 핀 과수원>, <씨 뿌리는 사람>, <아를의 랑그루아 다리>, <생 레미 요양소의 정원>, <폴 고갱의 의자>, <우체부 조셉 룰랑의 초상> 등 엄청나게 많은 그림이 태어나게 된 배경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놀라워라, 고흐의 <자화상>이 그렇게만 많았다니! <해바라기>시리즈는 또 어떻고! 그럼에도 그 강한 색채로 인해 그림에 대한 나의 완고함을 이겨낼 수 없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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