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 - 신들의 보물에서 반지전설까지,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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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북유럽신화를 만났을때는 혹시나 그리스로마신화의 아류가 아닌가 싶었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들을 읽으면서도 흐름을 읽어내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둘의 내용과 구도가 어쩌면 그리도 비슷하던지...
그러다가 물음표와 만났던 것 같다.
그리스로마 신화부터 시작하여 북유럽신화, 중국신화, 일본신화, 우리신화를 보게 된 것은
그 물음표에 어떤 느낌표를 찍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우리신화를 만나면서 민간신앙의 일부로 자리잡혀져 있는 모습에 약간의 실망도 느껴야했지만
왜 우리는 우리의 신화를 그토록 홀대하면서 살아야했는가 묻고 싶었었다.
한편으로는 어쩌면 우리의 신화만큼은 서민들의 마음과 힘겨움을 달래주던
진짜 신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愚問과 愚答에 매달려보기도 했었다.
신화라는 게 어느나라의 신화가 되었든 구도는 비슷한 것 같다.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 아무것도 없었던 가운데에서 불현듯 무언가가 나타나 이름을 얻게 되고
그 이름속에서 하나둘씩 태어나던 것들속에서 우주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을 뺀 나머지 존재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하고 이름을 부여하게 되고
그 이름에 따라 어떤 가치를 부여하게 되고...
그렇게해서 이 세상은 커다란 하나의 그림처럼 만들어지게 되고..

처음 그리스로마신화를 만났을때 가장 잘 기억되어지던 것은 신들의 이름이었던 것 같다.
제우스,헤라,아폴론,하데스,아프로디테 등등등.
하지만 북유럽신화를 만났을때는 달랐다.
맨처음 이세상이 열리는 과정이 놀라웠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리고 또 그 아래 땅속세상이 열리는 과정들.
커다란 생명나무에서 하나둘씩 태어나던 것들.
그 생명나무가 뿌리를 담근 세개의 샘물.
그리고 인간처럼 아파하고 고뇌하는 모습.
대표적인 예로 오딘이 지혜를 얻기위해 눈을 빼앗기고 고통을 당하는 장면처럼
그리스로마신화속의 신들과는 뭔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의 신화에서도 태초에 하늘이 열리고 땅이 생겨나는 모습이 잘 묘사되어져 있다.
하늘과 땅속세계의 중간계에 인간이 자리한다는 것은 우리신화에서도 나오는 이야기다.
신기하게도 인간은 두세계의 중간에서 두세계의 지배를 모두 받는 듯 하다.
뭐 그럴수밖에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내가 북유럽신화에 빠지게 된 요인은 간단하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비해 신들의 모습이 인간에 좀 더 가깝다는 거였다.
인간을 무조건 다스리며 발아래 두기보다는 함께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
북유럽신화속의 신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신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안에 우리가 살아온 모습 또는 살아가는 모습,
살아가야 할 모습들이 녹아져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세계관이나 경제관 혹은 역사적인 사실들을 맛깔나게 보여주고 있는 때문이기도 하다.
정말 광범위한 테두리를 두르고 있는 것이 신화가 아닐까 싶다.
더구나 이 책은 내가 그토록 찾아헤매며 알고 싶어하던
신화속에서 살아숨쉬며 함께 어울리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친절하게도 구절구절마다 잘 풀어주었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음이다.
결코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곁에서 살아 숨쉬는
하나의 이야기로써 존재하는 신화를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는듯 하다.
책속에서 잠시 김춘수님의 詩 '꽃'을 인용한 부분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렇게 저렇게 이름붙이기를 좋아하는 우리네 습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반가운 것은 우리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영화들의 속성을 알게 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반지의 제왕>에서 알게되었던 절대반지의 탄생이나 골룸의 존재,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보여주었던 그 절대반지의 여정이나 저주 같은 것들은
보는내내 머릿속에서 영화의 장면과 함께 하며 책속세상으로 더 깊이 빠져들게 했다.
물론 영화가 원전을 충실하게 따른다는 건 좀 어렵지만 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조차도 약간의 각색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신화는 모든 이야기와 시문학의 원천이라고.
가장 단순하게 보이는 것 속에 가장 깊은 뜻이 숨어있다고.
멋진 말이다. 모든 이야기의 원천이란 말에 공감한다.
또한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단 한줄의 문구를 빠뜨릴수가 없다.
한번쯤은 들어봄 직한, 하지만 아직은 낯선 북유럽신들의 이야기를
친근하게 느낄수 있도록 우리네 정서로 친절하게 풀어낸 책이라는 말...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아직도 풀어내지 못한 숙제를 생각해냈다.
가지를 잘라 물에 담그면 물이 파래진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고 불린다는 나무.
그 많고 많은 나무들중에서 물푸레나무를 탄생나무로 정한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산기슭이나 골짜기 물가에서 자라지만 분포은 아시아권으로 나오는데?
나는 왜 그게 궁금한거지? ..........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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