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데이비드 리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뱀이 말했다.
여자야 저걸 봐, 맛있게 보이지 않니?
저게 뭔데?
저걸 먹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거야.
그래서 여자는 선악과를 따 먹었다. 왜 그랬을까?
단순히 그 선악과가 맛있어보여서 먹었을까? 아니면 뱀의 말에 호기심을 느껴서일까?
그리고 여자는 남자에게 그것을 권했다.
그것을 받아먹은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여자가 권했기 때문에라고.
단순히 여자가 권했기에 받아먹었을까? 아니면 여자의 말에 호기심을 느껴서일까?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선악과를 따먹었던 아담과 하와를 생각했다.
먹으라고 권했던 뱀에게도, 그것을 따먹었던 여자에게도,
그리고 또한 그것을 여자에게서 받아먹었던 남자에게도 잘잘못을 말할수는 없지 않을까?
인간속에 이미 내재되어져 있던 욕망을 충실하게 표현했을 뿐이라고만 말하고 싶다.
미후엘 리엔조.
이 책속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 남자를 보면서 나는 선악과를 따먹었던 하와를 떠올렸다.
생각했던만큼의 부를 얻지는 못했지만 빚과 힘겨움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선악과 커피.
그 선악과를 따먹음으로해서 인간은 노동과 임신의 고통을 겪게 되었다고 하지만
미후엘 리엔조에게 돌아온 것은 너무도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거였다.
진정한 마음을 나누어주었던 친구 둘을 잃었으니.

이 책을 선택하면서 나는 중세의 경제상을 읽을 수 있으려니 했다.
또한 내가 꿈꾸는 나라의 여러곳을 미리 가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졌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무참하게 짓밟혀버리고 말았다.
단순한 매개체로 선택되어진 커피는 그야말로 조연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머리좋은 두사람사이의 암투속에서 꼭두각시처럼 움직여야 했던 미후엘 리엔조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다.
상인으로서 최대한의 도리를 져버리지 않는 미후엘 리엔조의 신념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情을 내세우면서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버거운 존재였나 보다.
대칭저울의 중간쯤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미후엘 리엔조의 모습과
모든 것을 알고 난 뒤에야 느끼게 되는 진정한 친구의 의미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조금은 지루하다 싶었던 초반부를 지나면서 왠지 추리소설속의 범인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어쩌지 못한채 숨가쁘게 읽어내려갔던 책.
사실 서로에게 어떤 악의를 가졌던 건 아니었으나 작은 감정들이 모여 하나의 강물처럼 되어버리고
그때문에 서로에게 으르렁대던 표현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똑같지 않나 싶다.
거기에 돈과 권력이 끼어든다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세의 경제적인 모습이나 네덜란드의 풍경을 보고 싶었던 책속에서 내가 발견해낸것은
진실은 항상 거짓과 위선속에 숨어있다는 거였다.
마음이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옷이라는 말에 벌거벗은 채 백성들 앞에 나섰던 왕처럼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읽는 내내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던 책이었다.
책제목밑에 쓰여진 것을 다시한번 읽어본다.
속임수와 거짓, 욕망으로 점철된 17세기 경제계의 도덕적 부패를 담은 매혹적인 팩션!
다 읽고난 뒤에야 내 눈에 띄였던 저 문장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말한다면 분명히, 정말로 매혹적인 속임수와 거짓이었다고.

"장사의 세계에는 늘 여러 가지 계획과 책략이 있게 마련입니다.
 치고 빠지기를 잘해야 하지요. 약간의 연금술만 발휘하면
 납덩이를 황금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장사의 매력입니다"<206쪽>

과연 장사의 세계만이 그럴까?  알 수 없다.../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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