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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습게도 나는 아주 가끔씩이 아니라 너무 자주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죽음 뒤의 세상에 대해서는 부정을 한다.
천국이니 지옥이니 그런 말 따위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말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의 이야기는 결코 죽음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지나쳐 왔던 나의 시간들.
그 시간속에서 내가 살았던 그 모습들.
그 시간속에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낯선곳에서 느껴지는 언젠가 한번 와봤던 듯한 느낌을 갖게 될때가 있다.
저자는 이 또한 하나의 인연이라고 말하고 있는듯하다.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것이 될수도 있겠다.
모든 것은 어떤 인연으로라도 나와 엮이어 있게 마련이라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우리의 삶속에 죽음이 있고 그 죽음속에 우리의 삶이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듯한 이야기를 너무나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든 책이 아니었나 싶다.
모두 다섯번의 만남, 다섯 사람을 통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또는 느껴야 할 삶의 모습들을
너무도 아프게 그러나 너무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는것 같다.
네 번째 만남의 장을 읽어가면서 나는 가슴이 설레였다.
다섯 번째로 만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나름대로 머리도 굴려 보았다.
나도 모르게 엮여진 인연의 고리속에서 나로 인하여 죽음을 갖게 되고
또한 나를 대신해 죽어가야 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주인공의 가슴은 어땠을까?
항상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던 아버지를 증오하며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끝내 삭이지 못한
주인공이 아버지에 대해 알아갔던 세번째 만남에서는 눈물이 났다.
몇년전 아버지를 보내는 길에 그토록 무심했던 나의 지난날이 생각났던 까닭이다.
첫번째 만남에서는
늘 외로웠다고 생각하던 에디의 어린시절속에서 낭비되었던 시간들을 보여주고
두번째 만남에서는
청년 에디의 방황과 갈등속에서 희생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세번째 만남에서
만날 수 있었던 아버지의 세월속에서 에디는 그분들의 삶이 있었기에
지금까지의 내 삶도 있었음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음이다.
네번째 만남,아내와의 시간들..
아내와의 행복한 시간속에 멈춰버리고 싶어하던 에디의 절규.
주인공 에디에게 주어졌던 모든 시간들속에서 그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그 삶속에 얽혀져 있던 고리의 순환을 알게 되고 뜨겁게 눈물을 흘리던 주인공 에디.
모든 사람들은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만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원하는가 보다.
사실 따지고보면 참으로 평범한 이야기가 될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평범함을 거부한채 나에게 다가오던 아주 특별한 느낌들이 나는 좋았다.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모든것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속담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아주 작은 인연이라 할지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는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 이야기가 떠올랐다.
죽음을 맞기 전에 이미 자신의 일생을 다 돌아보게 되던 스크루지의 이야기.
하지만 에디는 그러지 못했다. 죽음뒤에야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으니까.
끝이면서 시작인, 그러나 모두가 하나인 이야기는 정말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안겨주었다.
다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다른 사람은 그 옆의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세상에 사연들이 가득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인 것을. <243쪽>
마지막에 작가가 말해 주었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는 따로 떨어진 각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말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