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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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300엔, 시간 외 수당은 없어. 교통비도 없는데 아무때나 불러내. 게다가 유령같은 '死者'를 저세상으로 보낸다는 상식밖의 일을 시켜. 이런 아르바이트라면 너는 추천하겠니? 하지만 나는 추천하고 싶어... 그런 아르바이트를 선뜻 받아들인 주인공 사쿠라가 만나서 듣게 될 '死者'들의 사연있는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시급 300엔이라면 우리돈으로 3000원정도다. 하루에 4시간을 일한다고 치면 일당 12000원. 지금같이 최저임금을 논하는 세상에서는 그야말로 명함도 못내밀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아르바이트를 받아들이고 또한 추천하고 있다. 뭘까? 숨겨둔 의미가. 궁금하긴 하지만 어쩐지 뜬금없다. 죽은 자를 저세상으로 보낸다는 게. 죽었는데 다시 죽어? 가끔 우리는 이승과 저승사이의 중간계에 대해 말하곤 한다. 환상처럼. 그런 중간계를 다룬 영화를 오래전에 본 기억 있다.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다. 그 영화의 원제가 Ghost , 즉 유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게 된 남자가 혼자 남겨진 연인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영매를 이용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우리는 그 남자의 사랑에 매료되었었다. 유령이었던 그 남자는 자신의 연인을 지켜내고서야 저세상으로 가는 계단을 오른다. 얼마전 웹툰을 통해 죽은자의 세계에 대한 신화적인 요소들을 아주 흥미롭게 본 적이 있었다. 영화화되어 크게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세상에 핑게없는 무덤이 없다는 속담도 있듯이 저마다 각각의 사연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은 무슨 미련이 남아 저세상으로 가지 못했을까? 유령으로 남은 자들을 도와 그들의 한을 풀 수 있게 해주는 사쿠라와 하나모리는 그 일을 하는 동안 자신들의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원망을 풀게 된다. 결국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는 말이다. 반전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사쿠라에게 하나모리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기억못하겠지만 너의 기억속에 남고 싶다고. 단 6개월이었던 아르바이트 기간이 끝나고 삼년 후, 사쿠라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된다. 그걸 보고 이성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경험한 적 없는데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게 기시감, 경험했는데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게 미시감. 네가 느낀 건 그건 일종의 미시감이겠지. 잊어버렸을 뿐 머릿속 한구석에는 기억이 남아 있으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야. (-351쪽) 사쿠라의 아르바이트는 현실이었을까? 리는 언제나 어딘가에 갇혀 있다. 보이지 않는 뭔가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의해. (-175쪽) 그게 운명이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현재는 과거이자 미래이다. 현재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모든 것의 흐름이 달라질 것이기에. 죽었으나 자신의 삶에 미련이 남아서 끝내 저세상으로 가지 못했던 死者들의 소원을 들어줌으로써 여러가지 삶의 형태와 부딪히게 되는 사쿠라의 모습을 보면서 結者解之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기억속에 남는다는 건,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건, 행복한 일일까?

 

라이트 노블이란 말은 익히 들어보았지만 그런 형식의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소설을 읽고 있는데 만화를 읽는 것처럼 왠지 전체적으로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만화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상태, 그야말로 이 소설의 내용처럼 중간쯤되는 형식이랄까? 책을 읽는 사람마다의 취향이 다를 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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