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 스물넷의 여자가 자살을 시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저 너무나 일상적인 날들이 싫어서.
매일 아침 눈뜨면 매일 똑같은 곳으로 출근을 하고 매일 똑같은 일을 하고
또 어제의 그시간이 되면 퇴근을 하고 또다시 집으로 와 잠을 자고.
그러다가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잠시동안 있었던 사랑을 그리워하게 되고
그리고 ... 그리고 죽겠지.
그래서 나는 내 운명을 내 손으로 결정지을거야 라고 결심을 하게 되었지.
그녀, 베로니카는 그래서 6개월동안 수면제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단숨에 찾아올거라고 기대했었던 죽음은 그녀에게 잠시의 시간을 허락한다.
눈길이 마주친 청년에게 잠시 미소를 지어줄 수 있는 시간을..
컴퓨터 게임에 대한 기사를 읽을 수 있는 잠시의 시간을..
그리고 찾아오는 고통스러운 복통을 느끼며 삶에 대한 미련을 잠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그 시간들은 무엇이었을까?
늘 우리곁에 머물러 선택되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결정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리하여 끝내는 후회뿐인 선택만을 하게 만드는 우리들의 시간적 오류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녀, 베로니카는 다시 깨어난다. 빌레트정신병원의 침대위에서.
그리고는 의사로부터 죽음을 유예받는다. 빠르면 3,4일, 늦으면 일주일이라고.
당신이 먹은 수면제가 당신의 심장을 갉아먹으며 그와 동시에 당신의 삶도 갉아먹고 있다고.

"미쳤다는 게 뭔가요?"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도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건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느껴본 거예요"
"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92쪽>

그래 맞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이 없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城안에서 먹고 마시며 생활을 하지만
정작 말을 할 때는 너의 城안에서 일어남직한 말들만 골라하는 건 아닐까?
나는 없고 너만 있다. 언제부터인가 이세상이 그렇게 살아지고 있는것 같다.
그녀, 베로니카카 빌레트 정신병원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다 같이 미쳐 있는거라고.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들의 차이는 자신의 城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은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느냐 하는 것일뿐이라고.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무슨 실수든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단 한가지,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실수만 빼고."

그녀, 베로니카의 꿈은 피아니스트였었다.
그러나 현실감각이 너무도 뛰어났던 어머니의 권유로 인해 자신의 꿈을 꼭꼭 접어서
그녀의 城안에 가두어버렸다. 예술가는 배가 고파요 라는 말을 들으며.
누군가를 만나 있는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싶었으나 남들의 말이 무서워
자신속에 내재된 욕망을 자제하고 또 자제하며 그것또한 그녀의 城안에 가두어버렸다.
그리고는 스물넷의 나이에 죽음을 결심한다.
우리의 삶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뭔가 특별한 일은 도대체 얼만큼이나 될까?
그 특별한 일들이 좀 일어났으면 좋겠어 매일 매일이 너무 무료해, 너무나 똑같아!
단 한번만이라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진즉부터 파울로 코엘료의 글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내는 그의 책들을 앞에 두고 섰을 때 나는 주저없이 이 책을 선택했다.
우리가 숨기고 살아가는 우리의 속내를 완전히 까발려주기를 바라면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작자에게 감사를 전할 뿐이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말했었다. 뭔가 획기적인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어!
무엇을 바라는지는 나도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단지 내곁에 머무는 똑같은 일상들이 나를 너무 지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 뿐.
그러나 어디 나뿐일까?
아마도 많고 많은 이들이 그런 생각속에서 자신의 날들을 채워가겠지.
마지막으로 작가는 빌레트 정신병원의 환자를 통해서
우리가 그 무료한 일상들을 이겨낼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사랑이라고.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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