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단 하루만 더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나는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머리를 쥐어 짜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중요한 일이었는지 아니면 사소한 일이었는지조차.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을 읽고 다시 미치 앨봄이라는 작가의 책을 만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마도 내게 이렇게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기 위해서였나보다.
내게 정말 단 하루만 더 주어진다면 나는
단 하루만 더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다시 대답할 수 있을텐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정말 절절하도록 깊은 그리움을 가슴속에 품게 해준 책이었다.
정말 내 가슴을 아프게 한 책이었다.
"찰리, 비밀은 말이야 사람을 갈기갈기 찢는단다"
그렇게 말하지 못하고 찢겨져 나간 심장이 얼마나 될까?
건너방에서 잠든 딸을 바라보다가 할머니는 손녀에게 사과를 깎아주었다지?
사과를 다 깎고 나서 사과속을 버리려고 했더니 손녀가 그것을 아주 소중히 모으더라지?
왜 그러냐고 물으니 손녀가 이렇게 말했다지?
이건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거예요....라고.
그 모습을 보면서 잠든 딸의 손을 잡고 할머니는 눈물을 흘렸다지?
도대체 내가 엄마의 존재에 대해 얼만큼을 알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
엄마는 생선도 드실줄 모르고 엄마는 맛난 것도 드실줄 모르는 사람인줄 알았었다고
누군가는 글로 표현했지만 참.... 그렇다....무슨 말을 할까?

나는 어머니를 어머니의 부모님이 붙여준 이름으로 안 적도 없고,
어머니의 친구들이 붙여준 이름으로 안 적도 없습니다.
오직 내가 붙여준 이름인 '엄마'로 알았을 뿐이지요....
나도 그랬다. 엄마는 그저 엄마인줄로만 알았다.
말은 하지 않고 그저 마음으로만 움직이셨는데 나는...그걸 모르고 있었다.
책속에 나오는 찰리처럼 어쩌면 그렇게 냉정하게 엄마를 대했었는지.
찰리는 묻고 있다.
어머니와 보낼 수도 있었던 시간들을 한번 세어 보세요...
그리고 말한다.
그 시간들이 삶 자체니까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는 아버지를 보내지 못한채 붙잡고 있었다.
항상 가족을 외면하셨던 아버지가 너무도 미웠었던 까닭에.
마지막날 아버지의 영정앞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말들로 아버지를 원망했었는지.
그리고 아버지는 그런 딸에게 아무말도 하지 못하신 채 사흘을..
꼬박 사흘을 그렇게 무서운 느낌으로 곁에 머물며 가야한다고 정떼기를 하셨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나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토록 힘겨운 원망으로 쉽게 놓아드리지 못했던 아버지 생각에.
"나는 평범하고 싶지 않았어요"
"평범한 게 뭔데,찰리?"
"알잖아요. 잊혀지는 존재"
내 아버지는 정말 그렇게 평범하게 살고 싶으셨던 거였다고
한참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나는 알게 되어버렸으니....

아버지의 커다란 실수조차도 자식을 위해서 용서로써 안았던 찰리의 어머니.
이혼녀라는 옷을 입은 채 자신의 속내를 감추어두고서
간호사에서 미용사, 미용사에서 청소부로 직장을 바꿔야 했지만 어머니는 말한다.
난 너만큼 부끄러워하지는 않아,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어.
난 엄마였단다.

단순한 가족이야기일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한장 한장 넘겨가면서 나는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자신의 인생을 포기한채 자살을 선택했던 아들의 의식속에서 단 하루만 더 살다가신 어머니.
살아야 한다고 아들의 손을 잡아주시던 어머니.
그리고 아들은 지독한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5년을 더 살았다.
그리고 그 아들의 딸은 미워했던 아버지의 이름을 다시 자신의 아들에게 주기로 한다.
이 책의 맨마지막 장에서 나는 눈을 크게 떠야했다.
석장의 흑백사진 밑에 써있던 두 줄의 문장때문에.
사랑을 담아 이 책을 미라의 어머니셨던 로다 앨봄에게 바칩니다.
작자의 이름이 미치 앨봄이라는 생각이 퍼뜩 스쳐갔다.
그렇다면 이것이 그사람의 이야기였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일테니까.
사실이었든 소설이었든 너무나 잔잔한 일상속에서 빠져나온 느낌이 들었다.
마치도 한사람의 고해성사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어쩌면 그것이 나의 이야기일거라고도 생각했다.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얼마전에 읽었던 <뜨거운 관심>에 이은 또다른 감동하나.
너무나 편안한 미치 앨봄의 문체는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과 비슷하다.
굳이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스며드는듯한 그 느낌.
손끝으로, 피부 곳곳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소리없이 내리는 는개처럼 그렇게 촉촉하게 젖어드는 그 느낌.
참 .. 좋다.
다시 추천해주고 싶은 또하나의 작품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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