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8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 생각뿔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인간이 두 개의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내 학문은 거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나와 의견이 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보다 더 연구 실적이 뛰어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조화롭지 못하고, 독립적인 개체들이 모인 조직체라고 생각했다. 나는 성격상 이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옳다고 믿으면 오직 그 길로 갔다. 내가 인간의 이중성을 인지한 것은 내 안에 있는 도덕적 측면 때문이었다. 내 안에 존재하는 두 가지 성격 가운데 어느 한쪽도 모두 나지만, 그것은 내가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서술할 기적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나는 선과 악을 분리한다는 공상에 종종 빠져들고는 했다. 나는 이 두 가지를 각각 분리할 수있다면, 삶의 괴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악한 본성은 고상한 쌍둥이인 착한 본성의 야망과 양심의 가책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길을 가면 되고, 착한 본성은 악한 본성이 저지르는 짓에 대해 괴로워하거나 참회할 필요없이, 그에게 기쁨이 되는 일을 하면서 위로 향하면 된다. 이란성 쌍둥이가 의식 세계라는 자궁 안에서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은 인류에게 저주이다. 그렇다면 그 둘을 어떻게 분리할 수 있을까? (-89, 90쪽) 

 

이 세상은 어쩔 수 없이 이분법적으로 되어 있는 것일까?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고, 산이 있으면 바다가 있고, 물이 있으면 불이 있고, 행복이 있으면 불햏이 있고, 지옥이 있으면 천당도 있고, 善이 있으면 惡이 있고. 그렇다고해서 완전한 이분법도 아닌 듯 하다. 결과가 있으려면 원인이 있고 그 결과에 다다르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이 있을테니. 이 책은 늘 그런 고민을 하게 한다. 성선설일까? 성악설일까? 를.  인간의 본성을 선천적으로 선하다고 본 맹자와 인간의 본성은 원래부터 악하기 때문에 禮와 공부가 필요하다고 본 순자의 대립은 아주 오래되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인간의 성선설을 믿을지 성악설을 믿을지 이쯤에서 상당히 궁금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는 작품은 문제작임이 분명하다. 선과 악은 언제나 우리에게 대립을 불러온다. 그것도 인간의 본성이 어둠에 가깝다는 말과 함께. 그런 까닭으로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쪽에 무게를 두는 사람도 많다. 나처럼.  하이드는 창백하고 난쟁이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기형은 아니었지만 왠지 불구라는 인상을 주었다. 웃는 것조차 불쾌했다. 그는 거칠고 낮은, 째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25쪽) 이 책에서조차 인간의 본성은 어둠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제어하기 위해 그토록이나 많은 법과 규제가 필요한거라고. 또하나,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지나칠 수 없다. 이 작품은 분명 경계선안에 있다. 인간이 본디 선하다고 말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악하다고 말하지도 않는 까닭이다. 주인공 지킬박사 역시 겉으로 볼 때는 부와 명예를 갖춘 박사였지만 자신안에 내재된 본성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또하나의 자신인 하이드를 만들어내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덕적인 관념과 사회적인 규범을 벗어나 자신의 마음대로 살고 싶었던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 않다는 말일까? 많은 사회적 규제와 도덕적인 관념으로 포장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야 하니 그것은 어쩌면 순자의 말처럼 인위적이거나 혹은 위선적으로 꾸며낸 모습일 것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다. 책을 읽는 내내 조여오던 몰입도와 긴장감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명예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지킬박사는 인간의 본성을 선과 악으로 분리하는 실험에 성공한다. 하지만 지킬박사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했던 그는 또다른 자신의 분신 하이드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쾌락의 어두운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선과 악의 세계를 동시에 오갈 수 있었던 지킬박사가 행복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선한 것이라해서 모두 옳은 것도 아니며 악한 것이라해서 모두 나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선과 악이 완전한 균형을 이룰 수는 없겠지만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지않기 위해 최소한의 양심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고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말하고 있다. 지킬로 사는 쪽을 선택한다면, 나는 오랫동안 숨겼지만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욕구를 포기하며 살아야 했다. 하이드로 산다면 지킬이 쌓아올린 명예와 이익을 포기하고 사람들의 경멸을 감내하며 외톨이로 지내야 했다. (102쪽) 는 지킬박사의 말처럼 어쩌면 이 작품은 우리가 지켜야 할 수많은 규율과 법제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우리는 누구나 일탈을 꿈꾸며 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궤도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하이드로써 죽음을 맞게 된 지킬박사가 자신이 선택했던 욕망과 일탈에는 그에 따른 대가와 결과가 있다고 하는 것만 보아도 우리의 욕망, 혹은 쾌락이 얼마나 큰 결과를 불러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논쟁은 인간의 역사만큼 오래되고 평범한 것이다. 신의 뜻을 어겨 벌을 받는 죄인들도 이와 같은 유혹에 이끌려 주사위를 던진다. 나 역시 주사위를 던져야 할 때가 오자, 더 나은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전의 많은 사람처럼 결심을 지킬 힘이 부족했다. (-102쪽)  질서와 규율에서 벗어나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망을 얼만큼 억제할 수 있는가 묻고 있는 것만 같다. 마음의 고삐를 너무 오래도록 느슨하게 두어서는 안된다고. 이 책의 말처럼 하이드에게 지배당한 사람은 지킬 박사 하나로 충분하니까. /아이비생각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1850년 11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토목기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에든버러 공과대학에 입학했지만 몸이 약하고 문학에 흥미가 있었던 루이스는 법학으로 전공을 바꾸게 된다. 아버지와의 갈등과 점점 악화되는 건강으로 요양차 유럽여행을 떠났는데 그 때의 경험이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보물섬>이란 작품을 통해 작가로서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으나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창작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던 그는 1894년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 생각뿔의 미니북 시리즈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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