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 결별과 부재의 슬픔을 다독이는 치유에세이
조앤 디디온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피처 에디터:
문화,트렌드,인물,새로운 정보 등 잡지의 읽을 거리를 다루는 에디터.
새로운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캐치해서 전해야 하므로 세상의 모든 일에
오감을 열고 있어야 하며,감칠맛나는 글솜씨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디디온의 직업이다.
일종의 기자와 칼럼리스트를 섞어놓은듯한 느낌이 든다.
정말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 예고없이 닥친 시련과 싸워나가는
일년의 과정을 사실 그대로 그렸다고 한다.
<상실>이란 제목에 이끌렸고 실제의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몇장을 읽으면서 내가 과연 그녀의 입장이라면 어떠했을까 싶었다.
크리스마스날 외동딸이 심각한 폐렴과 패혈성 쇼크로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다.
그리고 닷새 뒤 딸의 문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급성 중증 심장병으로 숨을 거둔다.
한꺼번에 이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둘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픔이 너무 갑작스레 찾아오면 그 아픔을 처음엔 느끼지 못하듯이
그녀 역시 처음의 슬픔을 느끼지 못한채 남편의 부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작업실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
나는 나머지 신발들을 처분할 수가 없었다.
나는 잠시 그곳에 서 있다 이유를 깨달았다.
그가 돌아오면 신발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남편의 장례식을 치루고 남편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으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남편의 부재를 인정할 수가 없었던 거다.
갑작스러운 이별앞에서 아닐거라고 고개를 저으며 부정을 하지만
이내 그녀곁을 떠도는 남편과의 시간들, 이미 지나가 추억이 되어버린 일들이
그녀에게 찾아와 인정해야만 한다고 되뇌이던 순간 그녀의 비통함이라니!
비통에 젖은 사람에게는 어느 누구도 무언가를 강요하면 안된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절대적으로 접근을 삼가야 한다. -- 주변 인물들은 '필요없다'는 말을 듣거나
환영을 받지 못하더라도 마음에 상처를 입지 말아야 한다.

이제 아픔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그녀는 힘겨워하지만 그렇게 있을수만은 없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딸이 아직 병원에 있는 까닭에.
병원으로 달려가 딸의 곁에 머물며 그녀는 끝도 없이 말한다.
괜찮아질거야. 엄마가 있잖니. 늘 곁에 있어줄께.
그리고 그녀는 딸의 병에 관한 전문서적을 찾아 읽기 시작하고
그것에 관한 모든 정보를 찾아내 의사와의 원활한 소통을 꾀한다.
행여나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로 인하여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하여.
"엄마 언제 갈거야?"
드디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외동딸 퀸태나는 이렇게 물었다.
나는 함께 떠날 수 있을때까지 곁에 있을거라고 대답했다.
그아이는 다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슬픔과 비통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삶의 힘겨움은 그녀를 억누르고
언뜻언뜻 다가오는 두려움에 그녀는 몸을 사린다.
그럴때마다  곁에 두었던 책으로 자신을 추스리는 그녀의 강인함 앞에서
나였다면 과연 저렇게 의연하게 슬픔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싶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주 교묘하게 슬픔과 슬픔사이를 비켜다닌다.
나는 스스로를 동정하는 야생의 생물을 본 적이 없다.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죽은 조그만 새도
자기 자신을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 D.H. 로렌스

40년을 함께 부부로 지냈던 사람과 3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던 딸은
그녀에게 무엇을 남겨주었을까?
이제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시련들을 이겨냈다.
그리고 이 책을 쓰며 그녀가 겪었던 슬픔과 비통함이 어떤 것인지를,
그때의 기분이 어떠했는지를, 어떤 식으로 자신을 힘겹게 했는지를
아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는것 같다.
우리는 곧잘 말한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아픈 것처럼.
그리고 그 아픔을 오직 나만이 갖고 있으며 나만이 알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어디 그런가? 속속들이 제 속을 다 드러내놓고 살지 않는 까닭에
오직 나혼자만이 아픔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책을 읽는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雪上加霜이란 말이 있다. 시련은 겹으로 온다고 했던가?
마지막으로 이 책을 번역하는 내내 막막함을 느꼈다던 역자후기를 읽으면서
과연 그 느낌이 제대로 전해진 것인지를 나는 내게 다시 물어야 했다. /아이비생각

<이 책은 슬픔과 비통에 관한 심리학처럼 정리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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