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하루
마르탱 파주 지음, 이승재 옮김, 정택영 그림 / 문이당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좀 황당하다.
뭐야?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거지?
사실 책은 그리 두껍지 않다. 거기에다가 그림도 많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속에서 나는 정말이지 길을 잃고 헤매다 지쳐버린 듯 하다.
몇 장을 읽다가 다시 책표지 안쪽으로 돌아온다.
작가의 프로필을 읽기 위해서다.
마르탱 파주...1975년생.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과 엽기 발랄한 유머 감각으로...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이 책을 만들어내서 프랑스 독자를 열광시켰다...
왜? 무엇때문에?
그들이 열광하였다는 말이 도무지 와닿지가 않는다.
그런데 나는 뭐지? 왜 나는 이렇게 헤매고 있는거지?
이런 표현을 은유적이라고 말하기엔 좀 억지스럽지 않을까?
느닷없이 광고카피가 하나 생각났다.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뭐 그런 광고가 하나 있었다.

잠옷 입고 일하면 업무에 방해가 되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
그럼 왜 안되냐고요? 간단합니다. 잠옷을 입고 일을 하면
여전히 악몽을 꾸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입니다!<20쪽>
참으로 엉뚱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그런 거!
그렇게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나보다 하다가는 이내 또다시 길을 잃고 만다.
도대체 내가 느끼고 생각해야 할 부분은 어디쯤에 있을까?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고 눈을 부릅뜬다.
그래도 역시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나의 관심속에 있었다.
날마다 자살을 꿈꾸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광고글 때문에.
죽음을 다루는 작가들의 그 세계를 한번쯤은 비교해 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까닭에.
그러나 나는 무참히도 짓밟히고 말았다.
요즘 애들말처럼 이건 아니잖아! 였다.

그래도 가시밭길 헤치며 앞으로 앞으로 간다. 내가 가야 할 길이기에.
문득 이건 뭐지? 반가운 마음이 드는 길 하나를 만난다.
감정곤충을 말할 때는 아하 멋진 표현이군!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가장 아름다운 곤충은 가장 좋고, 흥겹고,지속적인 감정이다.
그 곤충들은 형형색색의 반짝이는 옷자락을 휘날리는 환상적인 나비처럼 화려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가.
가장 보기 흉한 곤충은 비열하고 못된 감정이다.
그것들은 남몰래 숨어서 바닥을 기어 다닌다.
그리고 발육 부진에다가 허약한 상태로 지내는 곤충은
불행한 감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항상 위축된 채로 살기 때문이다.<93쪽>
나는 차라리 그냥 여기서 멈추고 싶었다.
오랜만에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아낸 듯 싶어서.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폐부 깊숙히 찾아낸 공기가 들어오는 것 같다.
남자와 여자들이 애완동물을 산책시킨다.
사무실에 애완동물을 데리고 출근하는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애완동물은 다름 아닌 억압,궤양,경쟁,두려움,식은땀,야망,복통
따위의 짐승들이다.
애완동물의 주인들은 녀석들을 줄로 잘 묶어서 마음대로 부리고 있었다.<97쪽>

이쯤에서 나는 다시 책표지의 작가 프로필로 되돌아간다.
평범한 유년기를 보낸 작가는 대학에서 심리학,언어학,철학,사회학,예술사,인류학 등을
전공했다.접시 닦기, 야간 경비원,기숙사 사감,페스티벌 안전요원등으로 일하며....
아하! 그래서 이토록 자신을 숨기는데 명수가 되었구먼?
나름대로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철저하게 자신을 숨긴 이야기라고.
아니면 세대차이라고밖에는 말할 수가 없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자신이 겪었던 느낌과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옮겨 자전적인 성격이 있는 글이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숨겨놓은 책이다.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처럼 나 찾아봐라 하며서 요리죠리 피해다니는 느낌처럼.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다.
내 수준이 얕은 것인지 작가의 수준이 너무 높은 것인지.
아니면 문화의 차이가 이토록 먼 것인지.
어찌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같기도 하다.
배배꼬인 꽈배기처럼 비틀린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왠지 나의 선택이 미워지는 순간
이 짧은 책을 읽는데 소요되었던 그 기나긴 시간들이 생각났다./아이비생각
 
인생은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난 단지 아가미가 달린 인간일 뿐이다 -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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