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성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르한 파묵은 진짜 이야기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지적인 게임,꿈처럼 아름다운 세계,가히 마법이다.
매우 지적이다. 그럼에도 아주 재미있게 읽힌다
....등등
이 책을 평한 글들이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랬을까?
몇번을 생각해봐도 나는 잘 모르겠다.
오르한 파묵이란 이름보다도 하얀성이라는 제목을 먼저 알게 된 책.
그러고나서 노벨문학상 후보에 우리의 작가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오르한 파묵이란 사람에게 넘겨줘버리고 말았다는 소식속에서
나는 이 책의 작자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터키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그리 많지 않았던 듯 하다.
딱히 이것이다,라고 기억나는 책이 없는 걸보면.
그것도 아니면 나의 책읽기 수준이 아주 바닥일테다.아마도.
저토록 수많은 격찬을 받은 책이라면 어떤 책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이 책의 제목에 이끌려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던 듯 하다.
하얀성...
그 성은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그 성에는 과연 누가 살까?
왜 하필이면 하얀성일까?

처음부터 결정된 인생은 없다는 것을.
모든 이야기는 실상 우연의 연속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보았을 때,
우연히 경험했던 것들이 실상은 필연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18쪽>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안개속을 헤매고 있었다.
마치도 거울의 방에 들어앉아 마주보이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불행하게도 그 마주보이는 누군가는 내가 하는 행동과 말을 똑같이 따라하기만 하고
내가 그속에 동화되어가는 것인지, 그가 내 속에 동화되어가는 것인지 조차를 알지 못한다.
마주보이는 그 존재가 나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채
마치도 타인을 대하듯 내 자신과 이야기를 하며 화를 내고 웃기도 하며 대화를 나누지만
결국 들리는 것은 메아리처럼 되돌아 오는 목소리뿐.
우연히도 같은 외모를 한 채 한사람은 노예로 한사람은 주인으로써 마주친 두사람.
그러나 같음을 인정하기까지 그들은 오랜 시간을 허비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동화되어가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사실상 서로의 인생을 자신의 인생인양 그렇게 받아들인다.
떠나야 할 사람은 남고, 남아야 할 사람은 떠나버리는 인생의 아이러니.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그들은 되묻고 있다. 과연 그가 정말 나였을까?

우리가 누구이며,무엇을 원하며,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느냐에 관한 자기 성찰적인 소설이라고
옮긴이는 말하고 있지만 정말 난해한 책임엔 분명하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마다 나는 책장을 덮고 책표지의 그림을 한참씩 쳐다보곤 했다.
<올라가기와 내려가기>
표지그림의 제목이다.
성위의 정사각형을 빙돌아가는 두 줄의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나란히 걷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마주보며 걸어가고 있다.
몇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그 다음엔 또 몇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그런 그림.
그러니 그 두줄의 사람들은 제각각의 길에서 올라가기와 내려가기를 번복하고 있다.
그림속에 나를 집어넣고는 걸어보게 했지만 답답한 심정을 어쩌지 못하고
그안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멍하니 시선만 빼앗기고 말았다.
 
"우리는 우리를 잘 알고 있을까,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잘 알아야 해"<227쪽>
"사람이 누구라는 게 뭐가 중요합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했던 것과 앞으로 해야 할 것이지요"<229쪽>

물음과 대답이 한자리에 공존하면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아직도 그 거울의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