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하멜른
케이스 매퀸.애덤 매퀸 지음, 이지오 옮김, 오석균 감수 / 가치창조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피앤딩이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해피앤딩.
그러나 그 전형적인 해피앤딩으로 끝나기 위해서 겪어야 할 수많은 힘겨움들.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 앞을 가로막는 모든 감정들로부터의 탈출....
그런 것들을 이겨냈기에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해피앤딩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주인공 역시 마지막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더 이상 눈물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마음은 평온해졌다고.
이어서 어떤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는데, 무척 생소하고 낯설어서
그것이 행복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한참이 걸렸다고.
이 책은 흥미진진하다. 빨려들어가고 있는 나 자신을 느낄만큼.
그리고는 끝내 울컥하고 올라오는 그 무엇을 안겨주고 간다.

하멜른에 쥐떼가 나타났다.
그 쥐떼를 몰아내기 위해 정의와 자비를 상징하는 다색의 바지를 입고 나타난 도제 요하네스.
그러나 여기에서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은 이미 하멜른에서 일어났던 하나의 사건이다.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쥐떼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권력에 의존하여 자행되어지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아직은 어린 도제 두명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하멜른이라는 도시에 이미 머물렀던 안셀름과 그 안셀름으로 인하여 도제가 된 요하네스.
어찌보면 안셀름과 요하네스는 동일체다.
우리의 내면속에 존재하는 善과 惡을 그렇게 나누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惡은 항상 善보다 한발 앞선다. 그리고는 뒤따라 오는 善을 방해한다.
그러면 그 善은 아파하고 힘들어하면서도 그 惡을 이기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분신인 그 惡과 하나가 되기 위해 그토록 애를 쓰는 것이리라.
요하네스와 안셀름의 가슴속에 자리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그들의 惡을 키운다.
자신을 부정했던 부유한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한채 떠나야 했던 안셀름과
자신에게 한없이 나약한 모습만을 보여주며 모든 일에 대해 포기만을 일삼던 아버지를
사랑으로 다시 만나는 요하네스.
어찌보면 구도는 뻔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둘의 내면세계를 꾸밈없이 진실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피리부는 사나이의 이야기는 접어야 한다.
이 책은 이미 그 이야기에서 멀리 떨어져나와 또하나의 성을 만들고 있는 까닭이다.
옛날 옛날에 어쩌구 저쩌구로 시작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사실인듯도 싶은 배경들이 끝내는 나를 사로잡아버리고 말았다.
이 책에서는 6월 22일 요하네스가 하멜른에 도착하던 날부터
6월 26일 하멜른이 평화로운 마을로 되돌아오기까지의 긴박했던 5일간을 다루고 있다.
그 5일동안이라는 시간을 빌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마치 퍼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게 느껴진다.
아니 내가 찾아내기 전에 벌써 내 앞에 와 서있곤 한다.
요하네스가 아버지를 용서하는 대목에서 나는 하마터면 눈물이 날뻔했다.
"아버지,이제 충분히 오랫동안 당신께 화를 낸 것 같습니다.당신을 용서합니다."

이 책에서 등장하고 있는 두개의 세상이 참으로 신비롭다.
피리속 세상과 현실에 머무는 세상.
피리속 세상에서 우리는 과거를 만난다. 나를 아프게 하고 나를 힘겹게 했던 과거.
어쩌면 그 과거들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지탱해주는 하나의 버팀목이기도 하겠지만
그 버팀목하나만으로 버텨내기에는 현실속 세상의 물결이 너무 센지도 모르겠다.
원리원칙대로만 살아지는 것이 正道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내가 속한 것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니 나를 제외한 타인의 세상도 인정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실이 아닌 피리속 세상에서 겉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만나는 요하네스와 안셀름의 모습에서
어른을 향한 원망으로 가득찼던 그들의 상처를 보았다.
그리고 그 상처로 인하여 너무나 아파하던 두 영혼의 서글픔을 보았다.
책을 읽는내내 너무나 가슴이 아파왔다. 그건 아니라고, 그래서는 안되는거라고.
이 책에서는 안셀름을 따라갔던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다.
아이들만이 우리에게 필요한 희망이요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자는 묻고 있다. 정의는 무엇이고 자비는 무엇인가를.
물론 그 판단의 몫은 책을 읽은 나에게 돌아오겠지만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싶진 않다.
동화였지만, 그것도 이미 알고 있었던 어린시절의 동화속 이야기였지만
내게는 가슴으로 읽혀진 책이 아닌가 싶다.
옮긴이의 말처럼 나도 한동안은 피리속세상에서 살아질 것 같다.
만들어 낸 이야기에 불과하겠지만 왠지 곁에 머무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