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사군자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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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 사는 사람들을 아마조네스라고 부른다.
아마존이 고대 라틴어계열의 그리스어로
'아(없다)'와 '마존(가슴)'의 합성어이니까.
합쳐보면 아마조네스는 가슴을 도려내여 없앤 여인들을 뜻한다.<196쪽>

아마존이란 말밖에는 사실 깊이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듯 하다.
그저 나체족이 살고, 정글이 우거지고, 문명을 받아들이지 못한채 자연의 상태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려니 했다.
하지만 문명에 의해 아니 욕심뿐인 사람들에 의해 짓밟혔던 그들의 지난 이야기를 들을때엔
왠지 숙연해지는 느낌을 전해받았다.
그랬었구나...하면서 고개만 끄덕이기엔 너무도 아팠을 그들의 과거.
자연은 그들을 치유했고 그들은 또 그렇게 살아남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장면들이 떠올랐다.
<도전! 지구 탐험대>라는 프로를 아주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난다.
생생하게 보여주던 그 화면들에게 정신을 빼앗겨가며 본 듯 하다.
책겉장의 말미에 씌여져 있었던 임성민 아나운서의 말처럼
매우 불편한 자세로 취재한 아마존 이야기를
아주 편안한 자세로 집안에 앉아서 본 꼴이 되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고, 자신을 포장하기 시작하면서 삶이 복잡하게 꼬이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늘 내 자신을 어떻게 포장하여 남들에게 보여야 할까만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언제나 노팬티로 돌아온다던 작가가 다시 돌아왔을 때의 그 심정은 어떠했을까?
아마존엔 없는 것도 많다.
욕심이 없고, 중독되어진 삶이 없고, 잘못이 없고, 권력이 없고...
그야말로 우리가 목숨걸고 지켜내야 하는 것들이 그들에겐 없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이라는 힘을 내세워 야금야금 아마존을 갉아먹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한도 끝도 없을 인간의 욕심앞에서 서서히 자연이 화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당연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잘 웃는 이들을 보면 나도 웃게 된다. 개인기도 필요없고, 위트와 해학으로
무장한 고급유머도, 어디서 열심히 외워온 말장난도 필요없다.
고갯짓 한번 눈썹 찡그림 한번으로도 그들은 기분좋게 웃어준다.
힘들여 웃길 필요가 없으니 자연히 농담도 쉽게 나오고
나도 별 것 아닌 일에 웃게 된다.<159쪽>

어쩌다 농담한마디를 하더라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두려워 망설이게 되는 경우.
너무나 계산적으로 변해만 가는 童心의 세계.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만들어놓은 결과물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늘 남탓만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야말로 어떤 영화에서처럼 자신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너나 잘하세요! 하면서.
중간쯤에 나오는 미스코리아 손민지 이야기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백혈병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손민지의 병상을 지켜줬던 것도 아마존의 풍경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촬영을 마치고 돌아올 때 부족민 모두가 이별을 슬퍼했다고 한다.
그리고 추장은 자신의 손녀에게 민지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그처럼 아름다운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었다. 얼마나 순수한 마음을 가졌으면 싶었다.
그 깨끗한 사람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준 그런 사람을 이 지옥같은 세상속에서
건져내 주신 신의 뜻을 어찌 알겠는가.

'나는 과연 행복한가? 그저 이들보다 조금 더 기술적으로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문명이 만든 굴레 속에서 태초에 받은 자유를 담보 잡힌 채
살아가는 나의 삶은 과연 이들보다 행복한가?'<263쪽>

이 책에서도 나오는 말이지만 옷한벌은 건졌지않느냐던 어느 가수의 노래가 생각난다.
걱정없이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해 두려움 없이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벗고 살아도, 손에 가진 게 없어도 만족한 그들.
나는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너도 그런 곳에서 살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나의 대답은 단연코 아니올시다 이다.
이미 문명에 찌들대로 찌든 그야말로 병들어버린 내가 거길 가서 어떻게 살겠다고?
지금 아무리 내가 그들보다 행복하지 못하다 할지라도 그곳에서 살아갈 자신은 없다.
며칠전 신문에서 현대판 정글북 이야기가 나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녀가 잡혔을(?) 당시 사람의 말도 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동물처럼 그르렁거렸다고 한다.
그녀가 잡히지 않았다면 19년동안 적응해 왔던 생활 그대로 잘 살아가지 않았을까?
이제와서 남은 인생을 사람처럼 살아가라고 종용하다면 너무 잔인한 건 아닐까 하는
나름대로의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에게 '내일도 오늘과 같을 거야'라는 보장을 누가 해준다면 어떨까?
우리는 마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빠질까봐 그 추락을 막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전전긍긍하는 것이 아닐까.<265쪽>

이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애벌레를 잡아 먹고, 아나콘다를 잡아 요리를 해먹고, 개미나 곤충들을 입에 넣고
와작와작 씹어먹는 사진을 보아도 징그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물론 처음엔 으악! 놀라기도 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사진을 찾아서 보게 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살아가기 위한 그 모든 것들이 자연속에서 나와 자연속으로 되돌아 간다.
결코 그들은 그들이 살아가야 할 자연을 훼손하거나 해치지 않는다.
살아가는 데 꼭 있어야할 만큼의 양만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마음을 비우고 살라고.
그래서 얼만큼씩을 비워내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설령 조금 비웠다해도 비운만큼을 아니 비운것보다 더 많은 것을 채우려하지는 않았는가.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무언가를 채우지 않으면 허전한 우리들 삶의 모습을 다시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이런 책을 볼 수 있게 해 준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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