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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평점 :
대한민국은 선진국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대한민국은 아직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서지 못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덩치만 커다란 아이같다고 많은 지식인이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어떤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다른 나라보다 정치, 경제, 문화 따위의 발달이 앞선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나온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이라고 배웠다. 개발이나 발전의 정도만으로 본다면 대한민국은 분명 후진국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성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말이 달라진다. 경제는 발전했을지 몰라도 정치적이나 문화적인 면을 따지고 들면 여전히 후진국쪽에 더 가깝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과도기의 아픔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정도를 넘어선 듯한 요즈음의 대한민국을 보면 상당히 혼란스럽다. 그 혼란스러움의 와중에서 저자는 말하고 있다. 昨今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우리는 망망대해에서 배를 뜯어 고쳐야 하는 뱃사람과 같은 신세다. 우리에게는 부두로 가서 배를 분해하고 좋은 부품으로 다시 조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83쪽) 오스트리아의 과학철학자 오토 노이라트의 말이라고 한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그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암담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토 노이라트의 말처럼 많은 지식인이 존재함에도 (이 책을 쓴 저자도 고려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 지식인들이 올바른 길을 알려주고 있는데도, 그저 말에 그칠 뿐 받아들여지지 않는 까닭이다. 정치가 후진적이라서? 그렇지만 뉴스를 보면서 늘 느끼듯 대한민국보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정치도 매양 그렇다. 그러니 딱히 정치를 탓하기도 그렇고. 그렇다면 딱 한가지 뿐이다. 국민이다. 국민이 깨어있지 않다는 뜻일 터다. 모두를 위해,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 너무나도 편협한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민낯. 이 책에서는 그런 우리의 민낯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국민이 변해야 할 때라고. 국민이 변하면 나라의 체계가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사회적인 약자나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위한 제도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아야 한다. (-216쪽) 는 말을 보면서 끼리끼리 문화에 익숙한 사회적인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거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니 내 편 아니면 남의 편, 흑백 논리만이 존재할 뿐이다. 어울림의 미학을 잃어버린 나라. 제 이익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겠다고, 피하지 않고 함께 있겠다고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울컥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가 있다. 저자는 그런 상황의 실제적인 예를 많이 연구하고 분석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많은 실례를 보면서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병들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모습을 뉴스를 통해 접하지만 이 책의 소제목처럼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요." (-240쪽)
"개개인이 무장을 해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원인을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니까요." (-250쪽)
이 책에서는 사회적인 불안요소, 이를테면 고용 불안이나 소수자를 향한 차별등이 우리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밝히고 있다. 사회적인 불안요소의 원인을 발견하고 그것을 먼저 치유해야만 한다고.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고.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 고 저자는 말한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복직문제라거나 세월호의 유가족 문제, 성소수자나 결혼이주민등의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상기시켜주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이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고. 그러나 하나하나가 아닌 '우리'가 될 때, 서로의 존재가 연결될수록, 사회는 건강해질 수있다고.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배려속에 기쁨과 따스함이 존재한다고. 최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게 가능해진다고 해도, 사회의 변화 없이 개인은 건강해질 수 없다고.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