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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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이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사랑이란게 있기나 할 걸까? '사랑'은 이미 숨어버렸다. 어디로? 시집속으로, 소설속으로, 혹은 영화속으로. 그리고는 온전한 제 모습을 감춘 채 찾고 있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가면을 쓰고 우리앞에 등장한다. 이정하라는 작가를 만나게 된 건 <우리 사는 동안에>라는 산문집에서였다. 제목에 홀려서. 2002년에 출간된 작품이니 꽤 오래전의 일이다. 이정하의 시집이나 산문집을 보면 영락없이 제목에 홀리게 된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한 사람을 사랑했네>, <혼자 사랑한다는 것은>, <다시 사랑이 온다>,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소망은 내 지친 등을 떠미네>...  삶의 길에서 한번도 아파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살아가면서 사랑을 한번도 꿈꿔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제목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는 그의 작품에 또다시 홀려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사랑'이란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보이는 것도, 보여지지 않는 것도 사랑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그 사람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하는 모든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가끔 말의 유희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사랑하기에 보낼 수 있었다,라는 말이라거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말처럼 그런 말만큼 거짓의 가면을 쓴 것이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걸. 그러므로 사랑은 눈으로 확인하는 게 아니다. 눈을 뜨고 보는 게 아니다. 지금 당장 눈 감았을 때 떠오르는 한 사람이 없다면 그건 아마도 사랑이 아닐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탈을 쓴 다른 욕망일 뿐이다. (-108쪽)  그의 단점, 그리고 그가 안고 있는 어두운 부분까지 감싸안을 수 없다면 그 사랑은 뻥이다, 공갈빵이다. (-167쪽)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마치 내게 하는 말 같았다. 우느라 길을 잃지 않았느냐고, 그렇게 묻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세월의 켜를 늘려가면서도 온전히 내 삶을 살아내지 못한 채 늘 허둥거렸다. 어쩌면 그런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길게, 아주 긴 호흡으로 이 책을 보았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한 줄의 글귀로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지금 마음의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면, 지금 세상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울고 있다면, 지금 사랑이라는 이름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아주 뻔한 말들이 때로는 마음을 위로하기도 하니까. 덕분에 이 책에서도 아주 잠깐 언급하고 있는 작품을 다시 찾아 읽게 되었다. <꽃들에게 희망을>과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보았을, 아니면 한번쯤은 그 내용을 들어봤을 책이다. 새삼스럽다. /아이비생각

 

 

누구나 조금씩은 눈물을 감추며 살지. 슬픔은 우리 방황하는 사랑의 한 형태인 것을. (-248쪽)

상처를 크게 생각하면 답이 없다. 덧나 죽을 수 밖에. 몸에 난 작은 종기쯤으로 생각하자. 도려내면 되게끔. 밴드 하나 붙이면 될 상처라고 생각해야 쉽게 낫는다. (-262쪽)

바람이야 뭐 별 생각없이 불었을 것이다. 자신 때문에 흔들린 잎새가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부는 바람이야 그저 스쳐지나갔을 뿐이었지만 흔들린 잎새만 한동안 그 느낌에 파르르 떠는 거지 뭐. (-200쪽)


목조계단 / 이정하


가끔은

내 삶이 삐걱거려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낡은 목조계단,

위태롭게 올라가고 있으나

부축해줄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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