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time leap.. 시간여행을 소재로 같은 기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을 타임리프라고 한다. 당연히 SF장르다. 그런 소재를 다루었던 영화가 몇 편 기억은 나지만 그다지 관심있는 주제가 아니다보니 이렇다 할 느낌은 없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죽으면 다시 태어나고 죽으면 또 다시 태어나고... 우리가 알고 있는 환생과 같은 말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환생이라는 의미와는 별개의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사실 SF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몰입해서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제목을 보면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일전에 읽었던 <달의 영휴>라는 작품이었는데 책의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던 까닭이다. 그러니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말부터 나왔다. 그런데 이 책의 소개글에서 한 줄의 문장을 보고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짜릿하고 행복한 상상을 부추기는 타임루프물을 생각한다면 큰 코 작은 코 다 다친다, 고.

 

읽으면서 내내 헤맸다. 도대체 뭘 말하고 있는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주인공 해리 오거스트가 몇 번의 삶을 살아가면서 겪어내는 일들은 쉽게 퍼즐이 맞춰지지 않아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하녀 리사가 주인의 강간으로 인해 해리를 임신했고, 그녀는 기차역 화장실에서 그녀를 낳고 죽었다. 어찌어찌해서 친아버지의 가문으로 들어가게 되었지만 그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관리인 부부에게 입양되어서 키워진다. 1919년에 태어난 그가 1989년에 죽었으니 70년을 살다가 죽은 것이 그의 첫 삶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태어나고 또 다시 태어남을 반복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예전에 살았던 삶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번째 삶에서야 자신의 삶이 특이하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 그는 자신의 삶과 얽힌 일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지식을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또 있으며 심지어 그들만의 클럽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미래를 알고 과거를 안다고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던 듯 싶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일곱살 소녀가 나타나 세상의 종말을 말하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고 말한다. 자, 이제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수많은 역사의 순간들이 그를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인간의 문명은 끝없이 발전하여 과학이라는 테두리안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것이었을까? 이 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 끝없는 과학의 힘은 신의 영역을 넘보게 되지만 결코 그 영역까지는 침범할 수 없었다. 아니 그가 그 영역까지 침범할 수 없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그칠 줄 모르는 과학의 광기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가 보다. 그 수많은 역사의 순간들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생각해 낸 결말이다. 아니라해도 할 수 없고.

 

해리 오거스트의 삶은 열다섯번이나 반복되었고 반복되는 그의 삶은 어지러웠다. 그가 겪었던 모든 일의 퍼즐을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완전하게 맞출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까지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왜일까?  그럼에도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웠던 책.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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