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건국 잔혹사 - 설계자 이방원의 냉혹하고 외로운 선택
배상열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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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가끔 우리나라의 이름을 생각해 볼 때가 있다. 현재 우리의 문화 밑바닥을 형성하는 것은 대부분 조선의 문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인 그림도 조선의 비중이 상당한 크기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이름은 KOREA다. 왜 그럴까?  세계 여러나라와 자유롭게 무역을 했던 조선 이전의 나라 고려가 있었다. 그때 고려를 출입했던 무역인들에 의해 고려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고 그것이 KOREA가 된 것이다. 조선이 아니라 고려가 우리나라를 세상에 알렸다고 보면 된다. 고려는 외부의 침입도 여러차례 막아냈다. 그랬던 고려가 그 이름을 조선이라는 새로운 이름에게 밀려나게 된 것은 학창시절을 통해 배운 역사를 통해 익히 알고 있음이다. 이 책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조선의 건국과 그 시기의 정세를 말하고 있다. 1392년 태조 이성계에 의해, 아니 더 사실적으로 말한다면 정도전이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게 되는 조선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정말 무궁무진할 정도로 많다. 그러나 그 가운데 기록된 역사에 의문을 가진 이야기는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일전에 사도세자라는 주제를 가지고 기성학자와 다툼의 여지를 보여주었던 이덕일이란 역사학자를 통해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말 흥미로웠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속내를 말하는 부분이 보인다.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거나 기존에 통용된 사실을 반박할 수 있거나, 최소한 기존의 주장을 보완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는 것(-298)'이 사학의 영역을 누비면서 세운 철학이라고. 또한, '실록은 결코 진실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사실과의 관계를 구획해아 할 필요가 절실하다.(-357)' 라는 한줄만으로도 그가 왜 이 책을 써야했는지를 짐작해 보게 된다.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배상열이라는 이름을 검색해 그의 작품을 한번 찾아보았다. 얼마전에 읽었던 <조선을 홀린 무당 진령군>, 이미 오래전에 읽었던 <반역 패자의 슬픈 낙인>, 그리고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던 <비열한 역사와의 결별 징비록>... 모두 같은 작가의 글이었다는 걸 이제사 알게 된다. 새삼스럽다. 딱히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많은 부분에 공감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던 '하여가'와 '단심가'는 없다, 우리가 알고 있던 '함흥차사'는 없다, 와 같이 책이 보여주고 있는 소제목들은 눈을 크게 뜨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야기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럼에도 그가 주장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해석은 논리정연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다. 그러니 당연히 기록되어진 것들에 대한 오류를 찾아내는 것도 후대의 일일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잘못된 역사의 흔적은 많이 보여지고 있으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손길도 많이 볼 수 있으니. 한번 믿은 것을 수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우리의 의식이 문제일뿐.

 

사실 조선사를 읽다보면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오를 때가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당연하게 그런 마음을 다스려야만 했다. 세자를 결정하고 이제 국호를 변경하기 위한 승인을 받기 위한 상황에서 朝鮮과 和寧으로써 국호를 고치기를 청했다는 대목에서 사대주의의 정점을 찍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두고두고 부끄러운 역사가 아닐 수가 없다. 제 나라의 이름조차 스스로 정하지 못했던 그 때의 상황을 나열하며 분함을 떨쳐내지 못하던 저자의 심경에 역사를 잘 모르는 나조차도 백번 공감하게 되니 어찌된 일일까?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광해군, 소현세자, 정조, 효명세자... 어느 방송에선가 역사속에서 다시 불러내고 싶은 이가 누구냐고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왔던 이름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오래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이름이기도 하다. 광해군이 반정으로 내쳐지지 않았다면, 정조가 좀 더 오래 살았다면, 소현세자와 효명세자가 죽지 않고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릴 수 있었다면.... 물론 그 때의 상황을 우리가 살아보지 못했기에 단지 유추할 뿐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인물들이 좀 더 오래 살아주었더라면 아마도 昨今의 우리 모습은 상당히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좀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우리의 역사가 조선이 아닌 고려에서 끝났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여러번 했었다. 고려는 생각보다 모든 면에서 개방적인 사회였던 것 같다. 이방인들과의 자유로운 무역도 그렇고, 여러가지 사회문화적인 측면을 보더라도. 각설하고, 정말 흥미로웠다. 읽는 내내 각각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래서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우리에게는 다른 각도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응원을 보낸다. 아주 많은 응원을! /아이비생각

 

이번 작업을 통해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 외면당한다는 점이다. 이방원이 정몽주를 격살하도록 명했다는 것과, 주도적으로 반역을 이끌어 이성계를 보위에서 끌어내렸다는 내용이 실록에 기재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록에 나타났다고 해서 사실일 수 없거니와, 진실일 리는 더더욱 만무하다. 그럼에도 합리적 의심이 외면당하는 것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과 영화처럼 돈과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바닥에서 그런 기록들을 기반으로 하는 것은 맹수들이 먹잇감을 찾아 나서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다. 거짓의 역사가 그들에 의해 다시 가공된 다음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움직일 수 없는 진실로 응고되는 것은 대단히 흔쾌하지 못하지만, 이쪽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 나가는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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