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
박형서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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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속도가 세계 1위인 나라. 최고, 최대를 좋아하는 나라답게 역시 1위다. 우리나라 이야기다. 일본보다도 빠르다고 하니 나같은 낀세대에게는 불안감 백퍼센트다. 이미 2000년에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였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고령사회에 대한 준비가 얼만큼이나 되어 있을까? 내가 보기엔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듯 하다. 나라에서 그러니 대한민국 국민은 제 앞길 제가 닦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엄청나게 보험가짓수만 들어난다. 그나마도 믿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다. 의무사항이긴해도 그것마져 없다면 그야말로 노를 잃어버린 배와 같을 것이다. 게다가 늘어난 노인들과 젊은이들의 대립각은 이미 시작되었다. 사실 어디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젊은이보다 더 많이 보이는 게 노인들인 게 현실이다. 언론에서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고는 하지만 정작 들어야 할 사람들은 귀막고 눈막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렇게 찰떡같이 믿고 있는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은 그런 사회를 제대로 뒷받침해주기는 할까?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많은 구조라면 다시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바로 그 불안감에서 이 소설은 출발한다. 황당하지만 무계하지 않다는 말을 보면서 무릎을 쳤다. 이렇게 정확한 표현이라니!  실제 사정으로 봐도 이건 소설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이미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베이비부머세대가 정년퇴직을 시작했으니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은 이제 받을 것보다 줄 게 많아진 상태다. 그러니 이 책속에 등장하는 모든 상황들이 단지 소설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할 수는 없게 되었다. 다만, 제발 현실로 다가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부질없이 두 손을 모아 볼 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장길도는 온 힘을 다해 국가와 조직을 위해 충성했다. 정년퇴직하는 그 날까지 그래야 한다고, 그래야만 하는거라고 믿으며. 그러나 그 믿음은 사랑하는 아내가 국민연금 수급자가 되었다는 축하메세지를 받기 전까지였다. 그가 평생을 바쳐 일해왔던 곳이 바로 국민연금공단이었다!  슬프게도 아내는 병으로 오래전부터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쯤에서 이게 현실인지 소설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노후는 뻔하다. 사느라고 노후를 준비할 틈이 없었던 사람이 늙은 몸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은 자꾸 늘어만 간다. 제 스스로 죽을 수 없다면 그렇게 죽을 때까지 살아져야만 한다. 슬픈 현실이다. 昨今의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책속에 등장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정말 이런 상황이 오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생겨난다는 말이다. 어쩌면 청년 3명이 아니라 1명이 노인 7명을 먹여살려야 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의 고령화 현실은 급박하다. 이 급박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만 하는 것일까?

 

"왜 안 죽어? 응? 늙었는데 왜 안죽어! 그렇게 오래 살면 거북이지 그게 사람이야? 요즘 툭하면 100살이야. 늙으면 죽는 게 당연한데 대체 왜들 안 죽는 거야! 온갖 잡다한 병에 걸려 골골대면서도 살아 있으니 마냥 기분 좋아? 기분 막 째져? 어제도 출근하다 보니 어떤 노파가 횡단보도를 점거하고는 5분 동안 건너더라고. 영락없이 지각을 해서 이사장님한테 꾸중 들었지 뭐야. 나라 전체가 그래. 사방이 꽉 막혀서 썩어가고 있어. 하는 일이라고는 영혼이 떠나지 않도록 붙들고 있는 게 전부인 주제에 당신들 대체 왜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거야!"  (-126쪽)


"곰곰이 따져보면 자네들도 가망 없긴 마찬가지야. 시간이 노인의 편이 아닌 것처럼 젊은이의 편도 아니지. 시간은 결국 살아 있는 모두를 배신할 걸세. 싸우다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덧 자네들도 맥없이 늙어 있을테니까." (-134쪽)

 

옛말에 처녀 시집 안간다는 말, 장사가 밑졌다는 말, 노인이 죽고싶다고 하는 말은 모두 거짓이라고 했다. 그런데 주변의 노인들은 정말 죽고싶다고 한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게 지금의 세상이라는 거다. 그래서 나는 안락사에 적극 찬성한다. 그래야 한다. 죽고 싶은 사람은 죽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사람이 사람으로써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는 게 나의 지론인 까닭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저렇게 무서운 세상이 만들어지게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닌 '나'를 모든 것의 중심에 두고 사는 까닭이다. 세상은 '나' 하나로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등골이 서늘했다. 저 무서운 현실을 코앞에 두고 있는 내가 마치 크게 한 방 맞은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노후는 암울하다. 요양원에 계시는 어느 노인의 말씀이 생각난다. 사람 목숨도 유효기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던 그 목소리에는 슬픔이 가득했었다. 오래 산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아이비생각


 

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
칠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일이 아직남아 못간다고 전해라
팔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간다고 전해라
구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테니 재촉말라전해라
백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날 좋은시에 간다고 전해라

팔십세에 저세상에서 또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못간다고전해라
구십세에 저세상에서 또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테니 또왔냐고 전해라
백세에 저세상에서 또데리러 오거든
극락왕생 할날을 찾고있다 전해라
백오십에 저세상에서 또데리러 오거든
나는이미 극락세계 와있다고 전해라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웃지 못했었다. 오죽했으면 저런 노래가 나올까 싶었다. 그야말로 요즘 말처럼 웃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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