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六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에드워드 호퍼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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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님 배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며칠전 신문을 읽다가  문득 스치던 글자에 눈길이 멈추고 말았다. 함민복 시인의 '성선설'이라는 詩였다. 늘 읽어보던 詩코너였는데도 쉽게 시선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 짧은 詩를 읽으면서 너무나도 많은 느낌이 나를 찾아왔었다. 세상에~ 열 달을 자신의 배속에 품어주신 어머니의 고마움을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는거구나 싶어서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고 말았었다. 그렇듯이 詩는 참 묘한 매력을 가졌다. 짧은 단어속에 어쩌면 그리도 많은 뜻을 담아낼 수 있는지... 짧은 단어속에 어쩌면 그리도 깊은 뜻을 넣어둘 수 있는지... 詩를 사랑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가끔 묻기도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삐딱하다면 저렇게 아름다운 글이 만들어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책속에는 18명의 시인들이 등장한다.   詩는 알아도 누구의 작품인가는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까닭에 가끔 이렇게 찾아오는 詩集이 반가울 때가 있다. 그런 연유로 그 詩人이 누구인가를 찾아보는 수고를 한번쯤은 하게 되니 一石二鳥랄까?  순전히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古池や蛙飛び込む水の音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퐁당

일본의 하이쿠다. 그 중에서도 내가 처음으로 만나고 지금까지 좋아하는 마쓰오 바쇼의 작품이다.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정말 신기했다. 그냥 읽었을 뿐인데도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는 듯 했었다. 놀라웠다. 아마 그 후로 하이쿠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반갑게도 이 책에서 나는 하이쿠를 만났다.

名を聞いてまた見直すや草の花

이름을 듣고/ 또다시 보게 되네/ 풀에 핀 꽃들

하이쿠에 대한 글을 찾다가 류시화시인의 하이쿠 해설집을 보게 되었다. 그 책을 통해 만나 내 수첩에 적어두었던 또하나의 하이쿠가 이 책속에 있었다. 반가워라!  이 하이쿠를 읽으면 망설임없이 튀어나오는 우리의 詩가 하나 있다.  나석주 시인의 '풀꽃' 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詩 자체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많은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어떠냐고. 그래서 나는 詩가 좋다.  하지만 모든 詩가 다 좋은 건 아니다.  너무 어려운 말로 꽈배기처럼 꼬아놓은 글보다  쉬운 말로 누구에게나 전달되어질 수있는 글과 이미지를 보여주는 詩가 더 좋은 건 어쩔 수가 없다. 어떤 것에 대한 느낌을 저 혼자만 아는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는 걸 더 좋아한다는 말이다. 詩의 매력이 바로 그런 점이 아닐까 싶어서 하는 말이다.

 

며칠동안  이 책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크기도 작고 가벼워서 가방에 넣기에 딱 좋았다.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고 움직일 때, 혹은 누군가를 기다릴 때 꺼내 읽기에도 딱 좋았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이라는 시리즈 중에서 6월편이라고 하는데 그 열두 개의 달을 모두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각각의 달마다 붙여진 제목도 참 이쁘다. 책방에 가면 한번 찾아보리라 다짐하면서 책꽂이에서 내게 눈짓하고 있는 지나간 詩集을 꺼내 내가 좋아하는 詩들을 다시한번 찾아본다. 역시 좋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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