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좋은 날, 경복궁 - 경복궁에서 만난 비, 바람, 땅, 생명 그리고 환경 이야기
박강리 지음 / 해나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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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아직 남산에 가보지 않은 사람 손들라고 하면 없을까? 당연히 없을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의외로 많다. 그것처럼 서울에 산다고해서 경복궁에 다 가보았을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왜그럴까? 가까이 있으니 언제라도 마음만 있으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것도 아니면 너무나도 많은 정보때문에 가보지 않아도 안다고 생각해서?  어찌되었든 나는 아직까지 경복궁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긴, 뭐 그럴수도 있는 일이다. 관심이 없는데도 굳이 남이 갔다고 나도 가 볼 필요는 없을테니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창덕궁에 다녀왔다는 사람중에 경복궁엔 가보지 않은 사람이 꽤나 많았다는 거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창덕궁은 세계문화유산이라서, 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복궁과 창덕궁은 정말 다른 곳이다. 얼굴은 비슷해도 각자가 안고 있는 개성은 정말 다르다. 경복궁에는 없는 것이 창덕궁에 있고, 창덕궁에 없는 것이 경복궁에는 있다. 시간을 내서라도 5대궁궐을 한번쯤은 다녀오길 권한다.

 

이 지구에서 제일 잘생긴 것, 제일 못생긴 것, 가장 예쁜 것, 가장 안예쁜 것이 과연 있기나 할까? 세상에 그런 것이 있다면 그건 사람이 만든 것이다. 우리가 소비사회의 그물을 치고 살면서 마치 그런 것이 실제로 있는 것처럼 끝없이 부추겨지고 있을 뿐이다. 저마다의 개성을 두고 잘나고 못난 것을 순서 짓고,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포장하여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않은 것에 익숙해진 우리는 어느새 자연스러움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자주 잊는다. (-185쪽)

 

경복궁을 바라보면서 환경을 이야기하는 '환경에세이'라는 말에 눈길이 갔다. 우리문화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한 각도로 시도되고 있다는 말은 들었으나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았었는데, 은근슬쩍 궁금증이 일었다. 편년체 역사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와는 다르게 요즘의 아이들은 여러 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역사를 배우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지 싶은 생각도 든다. 저자를 따라 경복궁으로 들어가면서 문득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지금까지 미루었던 한가지가  떠올라 아쉬움이 밀려왔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경복궁에 찾아가보리라 했던 나와의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근정전 앞 마당에 깔린 박석이 받아내는 빗물을 보고 싶어서였는데... 올 여름에는 기필코 그 약속을 지켜야지 다짐해본다.

 

유가와 도가의 출발점은 다르지 않았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 전체와 부분의 관계처럼 상호 관계 안에 있는 일부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연스러운 본성이 있고,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배웠다. 그러나 어떻게 사는 것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인지,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두고 유가와 도가의 선택은 전혀 달랐다. (- 292쪽)

도가와 유가는 가는 길은 달랐으나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어 살고자 했던 뜻은 같았다. 자연을 인간에게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않았고 인간의 삶을 자연과 합치하고자 했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는 것만큼이나 그러한 삶을 현실로 세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유가와 도가의 자연 공부는 서로 충돌하지 않으면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복궁의 얼굴을 더욱 자연스럽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295쪽)

 

우리 전통가옥은 멀리서 보면 더 멋지다.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한폭의 그림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안으로 들어가보면 밖에서 보았던 자연을 안으로 다시 끌어들인 듯한 느낌을 주곤 한다. 들어열개문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차경'이라는 말, '대청마루'라는 말이 참 좋다. 경복궁에 갈때마다 나는 일부러 시청역에서 내려 걸어가곤 한다. 경복궁과 경복궁을 안고 있는 북악산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걷는 기분이 꽤나 괜찮은 까닭이다. 책속에서 보여지는 부분이 있다. 생각해보기, 이야기해보기, 해보기, 얼굴 마주보기.... 단지 듣고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 보다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서로 이야기해보고, 직접 해 본다는 전제가 얼마나 멋진 일인지... 눈에 보여지는 건축물과 함께 그 주변에 있는 나무 한그루, 꽃 한송이, 그림 한조각을 함께 바라보자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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