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을 보면서 슬쩍 웃음이 났다. 결국 누군가는 말하게 되어 있다는 생각에. 항상 그렇다. 우리는 뭔가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피해가려고 한다. 누군가가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면 그것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우리의 뇌는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하고, 알고 있는 사실에 반론을 제시하는 걸 싫어한다는 걸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나타나 기존의 것을 무너뜨리려고 하면 기존의 것은 기를 쓰고 무너지지 않으려 한다. 거기에 타당성을 제시하거나 합당한 근거를 대라고 소리친다. 그런 면에서보면 이 책은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을까? 이미 우리는 평균이 무너져가는 세계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말이다. 사실 많은 사람이 이 책의 주제를 외면해왔다는 걸 인정해야만 한다. 그래서 민중을 이끌어간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열광적으로 표준화와 평준화를 외쳐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나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나만 그랬을까?  세상의 흐름과는 다르게 자꾸만 뒤처져가는 우리의 교육현실은 많은 사람이 한숨을 쉬게 만든다. 내가 학교다닐 때만해도 저렇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때만해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공부를 하고 기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었다. 언젠가부터 평준화교육이 시작되고 그 때부터 제 갈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청춘들이 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평준화와 표준화는 삶의 형태에 등급을 만들기 시작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자던 국민교육헌장은 이미 정치하는 사람들이 밥말아먹은지 오래다.

 

따지고보면 우리 삶의 모든 것은 평균으로 비교되어진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그렇다. 남들이 '예스'라고 말할 때 나만 '노'를 하면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학교 다닐 때나 지금이나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평균이 있다. 그 첫번째가 IQ테스트다. 나는 그 모든 항목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누가 만들어내는지 엄청나게 궁금했었다. 또 하나는 심리(성격)테스트다. 많은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물을 가지고 미리 짜놓은 틀에 맞추려고 하는 그런 시스템이 나는 정말 싫었었다. 단지 몇개의 문항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한다는 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사람에게 넌 그런 사람이야, 라고 단정짓는 것과 뭐가 다른건지.... "오늘 학교에서 직업테스트를 했는데 저에게는 ㅇㅇㅇ 이 적합하데요" 고등학생이었을 때 아들이 했던 말이지만 지금의 아들은 그와는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만족스럽게. 그런 것만 봐도 평균의 종말은 벌써 와야 했다. 그래서 이제서야 저런 말을 들먹인다는 게 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는 개개인을 시스템에 맞추기보다 시스템을 개개인에 맞추게 됐다. (-27쪽)

평균주의는 우리의 사고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제한된 패턴에 따르도록 유도한다. (-113쪽)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우리에게 스스로를 수많은 평균에 비교해 평가하도록 조장하며, 아니 강요하며 우리에게 그 정당성을 끝도 없이 제시하고 있다. (-114쪽)

평등한 접근권은 한가지 큰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 시스템이 실제로 잘 맞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똑같은 표준화된 시스템에 접하도록 함으로써 개개인의 기회를 평균적으로 최대화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는 점이다.(-267쪽)

몇 줄의 글귀를 빌려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듬어본다. 평균이 어째서 불합리한지를 말하면서 저자는 이런 말도 했다. 평균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①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 ②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 ③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 허용하기, 를 채택해야 한다고.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무서워진다. 좋은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좋은 제도를 어떻게 적용시키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해도 사회시스템이 그것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제대로 실력을 쌓고 그것을 평가해 줄만한 시스템이 없으면 그것 또한 아무 소용이 없다.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을 준다는 것도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교육시스템은 한번 자리잡으면 그것을 바꾸기위한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 오죽하면 교육을 '百年大計' 라고 했을까? 100년이 아니라 10년도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지금처럼  '耳懸鈴鼻懸鈴' 이라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더 까마득하다.  /아이비생각


공교육의 목표는 계몽화가 아니다.
현재의 공교육은 가능한 한 많은 개개인들을
똑같은 안전 수준으로 강등히시고
표준화된 시민을 길러내고 훈련시키면서
반대 의견과 독창성을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
이는 미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의 공교육이 내세우고 있는 목표다.

- 책소개 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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