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를 간직하듯 그 집을 붙잡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처음부터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다는 증거였으니까. 하지만 실은 내가 겪은 상실을, 그 집 자체의 텅 빈 상태를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서로 사랑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이들과 얽혀 있느니 혼자가 낫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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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먹어본 진주비빔밥도 학교 앞에서 한가하게 발을 옮기는 시간도 선배에게 받은 선물 같은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도 시만 한 선물은 없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선배의 선물을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다가 조금 먼저 죽은 사람들도 받았던 것이겠고요.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다음으로, 시간을 살며 써왔던 선배의 시와 글들이 선배 스스로에게도 가장 좋은 것이었으리라는 말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은 좋아하는 이에게 좋아하는 것을 건네는 법이니까요.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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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흐린 날, 그게 창밖의 날씨든 내가 처한 인생이든 마음을 낮추면 세상 모든 만물은, 그 안에 깃든 마음은 다 괜찮아질 수 있다. 나는 우선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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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면 임신부가 희석한 독을 마시고 기묘하게 생긴 아이들을 낳는 일에도 의문을 품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이들에게 마을에서 오랫동안 행해진 습관이나 어른들의 말은 곧 이 세상의 섭리였을 테니. 아이들에게 부모는 신이나 마찬가지다. 부모의 말이 몸도 마음도 바꾼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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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청색 밤하늘은 천공의 어느 틈새로 밀려들어온 우주 한 조각처럼 깊고 신비로워 보였다. 하늘 끝 어딘가에 신의 거처가 숨겨져 있다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이런 밤하늘 아래서라면 어제의 실수와 내일의 일과 같은 것만을 가까스로 마음에 담아두는, 불행하지만 그 불행조차 지각하지 못하는 태평한 인간이 되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그런 불확실한 고민 따위 모르는 순진한 얼굴로 한평생을 일순간처럼 살다 갈 수 있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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