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청색 밤하늘은 천공의 어느 틈새로 밀려들어온 우주 한 조각처럼 깊고 신비로워 보였다. 하늘 끝 어딘가에 신의 거처가 숨겨져 있다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이런 밤하늘 아래서라면 어제의 실수와 내일의 일과 같은 것만을 가까스로 마음에 담아두는, 불행하지만 그 불행조차 지각하지 못하는 태평한 인간이 되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그런 불확실한 고민 따위 모르는 순진한 얼굴로 한평생을 일순간처럼 살다 갈 수 있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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