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년 전 그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단지 서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첫날이어서만은 아니다. 눈이 귀하다는 도쿄에서 갑작스레 함박눈을 맞아서도 아니다. 그건 모두 눈의 요정 때문이었다.
석주는 알고 있었다. 이야기가 향하는 곳이 자신의 내면이라는 것을. 허구의 서사가 불러일으키는 것은 내밀한 기억과 감정이며,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이 실은 읽는 행위의 전부라는 것 또한.
음이 차곡차곡 모여 음악이 되면, 그 노래가 이 창을 올려다보는 이의 삶을 견디게 해주지 않을까. 반뿐이지만 이 창으로도 세상이 보이고, 반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세상이니까. 그 세상에서도 하늘이 펼쳐지고, 볕이 들고, 달이 뜨고. 별이 빛나니까. 신선한 바람과 영롱한 빗방울과 새하얀 눈송이를 빚어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