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손가락이 강낭콩이 되고 버얼건 고추가 되고 그랬지, 응. 그게 다 마음에 짐이 커서 그런다. 누구를 미워하고 괴로워하고 으응, 그런 나쁜 것들을 맘속에 오래 넣고 있다 보면 사람이 버틸 수가 없어져.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지.
요즘 나의 외로움은 그럭저럭 견딜 만한 익숙한 한기寒氣 같다. 겨울에 창문을 열어 틈틈이 환기해야 하는 것처럼, 적당한 외로움은 정신을 깨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외로움이 찾아오면 나는 그 감정이 들어오도록 가만히 문을 연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손님은 손님이다. 그럴 때면 나는 담요를 두르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처럼 외로움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참사를 기억하는 것은 희생자들을 하나의 대상이나 이미지, 숫자로만 생각하는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고유한 영혼을 지닌 존엄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