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은 즐겁지만 종종 아주 많이 즐겁지만 버리는 것만큼 홀가분하기는 힘들고 언젠가 커다란 옷장 같은 것이 서랍과 책장 같은 것이 생기면 버리는 것은 더욱 즐거울 것이다.
잊어버렸으면 좋겠으나 잊어버려지지 않는 것도 있다. 아무리 냅다 내던져 박살을 내버려도 기어코 그 안에서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조각이 있는 법이다. 그런 건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무뎌지지도 않는다.
산 사람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미 죽은 사람도 다른 원인으로 한번 더 죽어야 하는 고초를 겪는 곳이 우리가 사는 여기다.
뭐라도 되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고. 그리고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된다고, 삶은 내게 가르쳐주었다.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