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5 소설 보다
김지연.이서아.함윤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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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랑객들은 바닷가 마을의 이곳저곳에서 일을 하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그들에게는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사랑 가득한 따뜻한 둥지가 있거나, 이 세상의 원동력이나 다름없는 앳된 꿈이 있거나, 그 어느 순간에도 작별을 예고하지 않는 쓸쓸한 심장이 있는 것 같았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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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rounded by Idiots: The Four Types of Human Behavior and How to Effectively Communicate with Each in Business (and in Life) (Paperback)
Thomas Erikson / St. Martin's Essentials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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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eems that we are living in the same world concurrently, experiencing similar events alongside those around us. However, we often feel despair as we notice how differently these events are perceived and interpreted based on each individual‘s preconceived frame of thoughts and biases. Understanding others is one of the most challenging tasks we face, but as social beings, we must strive to do this continuously in order to connect with one another.

Thomas Erikson invites readers to explore the mechanism behind different thought and behavior processes outlined in various personality profiles. He advises against labeling others as “idiots”, as this stems from a lack of understanding. To facilitate a more intuitive and quicker comprehension of various human behavior, he categorizes them into simplified 4 types, arranged on a quadrant defined by 2 axises: one representing introverted versus extroverted traits and the other distinguishing between task-oriented and relation-oriented traits. The combinations of these axes results in four personality types: the dominant Red, the social Yellow, the friendly Green, and the analytical Blue.

The author examines the pros and cons of each personality profile and provides insights on how we can adapt ourselves to interact better with others. In extreme cases, he suggests avoiding certain personality types to prevent inefficient dynamics in business settings.
The book is filled with practical advice, vivid anecdotes, and entertaining insights, making it an engaging read, which makes it so fun.

The book appears to be a huge bestseller, having sold over two million copies worldwide, yet, strangely, it has not been translated into Korean. After finishing the book, I understood the reason for this. Koreans tend to prefer more specific types of personality analyses, such as MBTI, so this book may not meet their preferences.

One issue I found uncomfortable in this book is that the author could have used the pronouns ‘they/their/them’ instead of ‘he/his/him’ to prevent minorities from feeling marginalized. We should always be more diligent and sensitive when writing generalized descriptions.

전세계적으로 2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라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인기가 없다. 번역도 되지 않았다. 인간 성격 유형을 내향적/외향적, 업무적/관계적 두 축을
근거로 4분면으로 나눠 네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 비지니스 세팅에서 서로 어떻게 보완해서 인간 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분석한 재미있는 책이다.하긴, 우리나라에서는 MBTI라는 16가지 성격유형 훨씬 재미있는 툴이 인기있어 번역해도 팔리지 않을 책이겠다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As we all know, when you‘re young you are full of great ideas. So I asked the only question I could think of: "Who hired all these idiots?"
I knew, of course, that he had hired most of them. What was worse was that Sture understood exactly what I had implied. What I implicitly asked was: Who is actually the idiot here?
Sture threw me out. Later on, I was told that what he really wanted to do was fetch a shotgun and shoot me.
This incident got me thinking. Here was a man who would soon retire. He was obviously a proficient entrepreneur, highly respected for his sound knowledge of his particular line of business. But he couldn‘t handle people. He didn‘t understand the most critical, complicated resource in an organization-the employees. And anyone he couldn‘t understand was simply an idiot.
Since I was from outside the company, I could easily see how wrong his thinking was. Sture didn‘t grasp that he always compared people to himself. His definition of idiocy was simply anyone who didn‘t think or act like him. He used expressions that I also used to use about certain types of people: "arrogant windbags," "red-tape jackasses," "rudebastards," and "tedious blockheads." Although I never called people idiots, at least not so they could hear me, I had obvious problems with certain types of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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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일기
김지승 지음 / 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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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픔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겨우 나밖의 슬픔을 돌볼 여유가 생기는 게 보통인 인간에게는 읽을수록 낯설고 어떤 인간성을 관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제의 선창기도, 영매의 주술문,
낭송자의 후렴이 다르지 않다. 그 슬픔이 이미 사라졌으니 나의 슬픔 또한 그리되길 바란다는 기원은 무엇보다 그 슬픔과 나의 슬픔이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뿌리로 갖는다. 후렴구의 아름다움 역시 그런 관계성에서 기인한다. 나 밖의 슬픔과 나의 슬픔을 매개하는.
시인은 원래 그런 존재인지도 모르겠고.
견딘다는 게 종종 후렴구를 만드는 일 같았다. 반짝이는 사탕 껍질을 모으는 것처럼. 어디가 어떻게 손상되었는지 정확히 모르면서 복구와 치료, 재생만을 떠올리는 시간을 위한 후렴구는 ‘오랜만이었다. 뭘 하든 오랜만이 되었다. 혼자 외출을 하는 것도 오랜만,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도 오랜만, 살고 싶어진 것도 오랜만, 누군가와의 관계를 끊은 것도 오랜만. 마치 몇 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유배되어 있던 사람처럼. 고작 몇 개월이었을 뿐인데. 그러나 내 후렴구는 나를 무엇과도 연결하지 못했다. 그저 나의 몸을 사샤의 털공처럼 동그랗게 말아두는 주술의 힘이 아주 조금 있을 뿐이었다.
다른 후렴구가 필요했다. 이왕이면 보라색 후렴구가 그런 마음도오랜만이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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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부커상 수상작. 원서를 먼저 읽을까 고민하던 중 따끈한 번역본이 나와 사흘 밤에 걸쳐 곱씹으며 아쉬워하며 읽었다. 작품을 집어들면서 예상한, 미문으로 구성되었으리라는 나의 편견을 깨고, 외려 건조하게 우주정거장의 생활을 리얼리즘으로 구현하는 한편, 고배율 해상도의 현미경에서 망원경까지 가능한 올인원 (사기캐) 줌렌즈처럼, 우주적 시공간에서 미시적-거시적 관점을 순식간에 넘나들며 인간사를 관조하는 성찰에 탄복하게 되는, 장대한 우주 산문시와 같은 작품. 밑줄 그을 대목이 너무 많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두번 정도 더 읽어야지.





Rotating about the earth in their spacecraft they are so together, and so alone, that even their thoughts, their internal mythologies, at times convene. Sometimes they dream the same dreams -- of fractals and blue spheres and familiar faces engulfed in dark, and of the bright energetic black of space that slams their senses. Raw space is a panther, feral and primal; they dream it stalking through their quarters. - P1

드넓게 펼쳐진 겨울의 황량함, 진줏빛 구름, 그리고 남극권에서 떠내려가는 빙하의 낯익은 빛, 오른쪽에서는 플레이아데스성단이 대담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가끔은 개별적인 것이 보고 싶어진다. 피라미드나 뉴질랜드 피오르, 아니면 완전히 추상적이어서 인간 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밝은 주황빛 사막 모래 언덕 같은 것들. 그런 이미지는 페트리 접시에 올라간 심장 세포처럼 손쉽게 확대해 볼 수도 있다. 가끔은 연극과 오페라가, 지구의 대기권과 대기광이 보고 싶다.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 그립기도 하다. 말레이시아 연안의 어선들이 별처럼 검은 바닷물에 점점이 박혀 반짝이는 모습 같은 것들. 그러나 지금 로만은 다들 일종의 육감으로 알고 있는, 자신은 반신반의했던 것의 존재를 목격하기 시작한다. 녹색과 붉은색의 오로라가 대기권 내부를 뱀처럼 감싸 안고 무언가를 가둬 놓은 듯 구부러지고 휘어지며 아슬아슬한 장관을 이룬다. - P72

넬은 가끔 숀에게 묻고 싶다. 우주비행사이면서 어떻게 신을, 그것도 천지를 창조한 신을 믿을 수 있느냐고. 하지만 무슨 대답이 돌아올지 알고 있다. 숀은 넬에게 우주비행사이면서 어떻게 신을 믿지 않을 수 있냐고 되물을 것이다. 결론은 나지 않는다. 넬은 끝없는 어둠이 맹렬하게 깔린 양쪽 창문을 가리킨다. 태양계들과 은하계들이 마구 흩어진 세계. 시공간의 왜곡이 거의 눈에 보일 정도로 시야가 깊고 다차원적인 세계. 이것 봐, 어떤 아름다운 힘이 아무런 의도 없이 내던져 놓은 게 아니면 이런 게 어떻게 만들어지는데?
숀도 끝없는 어둠이 맹렬하게 깔린 양쪽 창문을 가리킨다. 태양계들과 은하계들이 마구 흩어진 바로 그 세계, 시공간이 왜곡된 바로 그 깊고 다차원적인 시야를.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아름다운 힘이 충만한 의도를 가지고 내던진 게 아니면 이런 게 만들어질까? - P80

순간 숀은 생각한다. 진공 우주 속 깡통에서 나 지금 뭐하는 거지? 깡통에 든 깡통 인간. 4인치 두께의 티타늄 밖에 죽음이 있다. 그냥 죽음도 아니다. 존재의 말살이다.
왜 이러고 있지? 절대 번영할 수 없는 세상에서 바득 바득 살아 보려고 하는 이유는 대체? 완벽한 지구가 저기 있는데 굳이 우주가 원치 않는 곳에 가려고 하는 이유는? 우주를 향한 인류의 갈망은 호기심일까 아니면 배은망덕함일까. 숀은 절대 알 길이 없다. 이 기묘하고 뜨거운 열망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까 아니면 바보로 만들까. 딱히 어느 쪽에도 못 미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중략) 기운 차려, 아내는 이렇게 말했었다. 저 위에서 소멸 하더라도 당신은 수백만 개 파편이 되어서 지구 궤도 를 돌게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좋지 않아? 그리고 비밀을 모의하듯 웃는다. 습관처럼 그의 귓불을 어루만지며. - P88

지구를 떠나기 전 10대 딸이 이런 말을 했었다. 진보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럼, 아름답지, 그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정말 아름답고말고. 그러면 원자폭탄은요, 기업 로고 모양으로 빛나게 우주에 쏘아 올리겠다는 위성은요, 프린팅 기술로 달의 먼지 표면에 세우겠다는 건물은요? 꼭 달에 건물을 세워야 하는 거예요? 나는 그냥 지금 이대로의 달이 좋은데. 그래, 그래 그는 대답했다. 아빠도 그래, 하지만 그 모든 게 아름다워. 왜냐면 아름다움은 선함에서 오지 않거든. 너는 진보가 선하냐고 물은 게 아니였지. 인간도 선해서 아름다운 게 아니란다. 살아 있으니 아름다운 거야. 어린애처럼. 살아 숨 쉬며 세상을 궁금해하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선한지는 상관없어. 눈에 빛이 감돌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가끔은 파괴적이고 상처를 입히고 또 가끔은 이기적이지만, 살아 있기에 아름다워. 살아 숨 쉰다는 점에서 진보도 그렇단다. - P92

하지만 그가 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그리고 돌아가게 되면 해 줄 말은 따로 있다. 진보는 어떠한 실체가 아니라 느낌이라는 것. 배에서 꿈틀대기 시작해 가슴으로 북받쳐 올라오는 모험과 팽창의 느낌. 피에트로는 이곳에서 크고 작은 순간마다 거의 끊임없이 그걸 느낀다. 세상의 심오한 아름다움을, 빽뺵한 별들이 무성한 이곳까지 그를 쏘아 올린 믿기 힘든 은총을, 그는 배와 가슴으로 느낀다. 제어 패널과 환기구를 청소할 떄, 따로 점심을 먹고 함께 모여 저녁을 먹을 때, 지구로 발사되어 대기권에서 연소되며 사라질 쓰레기를 화물 모듈에 적재할 때, 분광계가 지구를 측정할 떄, 낮이 밤이 되고 또 빠르게 낮이 될 떄, 별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질 떄, 저 아래 총천연색 대륙이 지나갈 때, - P96

공중에 떠다니는 치약 덩어리를 잡아 칫솔에 얹을 때, 머리를 빗고 일과를 다 마친 뒤 피곤한 몸을 끌고 끈이 풀린 침낭에 쏙 들어가, 이곳에서는 똑바른 방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떤 반발도 없이 머리가 받아들인 사실로 인해 똑바로도 거꾸로도 아닌 자세로 떠서, 밖에서 태양이 떠올랐다가 졌다가 하는 동안 인위적으로 정해진 밤에 지상 250마일 우주에서 잠을 청할 떄, 그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피에트로는 딸에게도 이걸 설명해주고 싶다. - P97

그러다 엇갈리고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들은 훈련 때 불일치하는 감각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들었다. 이음매 없는 지구를 계속 보다 보면 벌어지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들었다. 충만한 지구를, 땅과 바다 사이 말고는 어떤 경계도 없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따. 국가들은 지워지고, 쪼개질 수 없으며 전쟁은커녕 그 어떤 분리도 모르는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그러면 한꺼번에 두 방향으로 당겨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기쁨과 불안, 황홀과 우울, 애정과 분노, 희망과 절망을 느낀다. 전쟁이 끊이질 않고 사람들이 국경을 지키느라 죽이고 죽어 나간다는 것을 당신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127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에게 욕망이 싹튼다. 이토록 거대하면서 작디작은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욕망, 아니 (열정이 추동하는) 요구. 이렇게나 기적 같으면서 별나게 사랑스러운 존재라니. 대안이 마땅치 않으므로 지구는 의심할 여지없는 집이다. 무한한 공간, 충격적일 만큼 환히 빛나며 우주에 떠 있는 보석. 인간들이 서로 평화롭게 지낼 순 없는 걸까? 지구와도 잘 지내면 안 되나? 이건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아니라 다급한 요구다. 우리 삶이 달린 유일한 세상을 탄압하고 파괴하고 약탈하고 낭비하는 짓을 멈출 순 없을까? (중략) 이들은 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들이다. 그건 축복인 동시에 저주다. - P128

안톤은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눈물 네 방울이 동동 떠다닌다. 안톤과 치에가 손바닥을 내밀어 눈물방울을 잡는다. 여기서는 액체가 돌아다니게 둬서는 안 된다. 그 점에 있어서는 모두가 철두철미하다. - P176

사랑해, 보고 싶어. 숀은 편지를 쓴다.
<시녀들>엽서 뒷장에는 아내의 손 글씨가 쓰여 있다. 왼손으로 꽉꽉 눌러 뒤로 비뚜름하게 기운 글씨들은 각졌고 씩씩하다. 이것이 그립다. 하지만 오늘 당장 집에 돌아갈 기회가 생긴다고 해도 숀은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몇 달 후 돌아갈 날이 오더라도 돌아가기 싫을 것이다. 고소 공포와 향수병을 일으키는 우주라는 약에 그는 중독되었다. 이곳에 있기 싫지만 동시에 늘 이곳에 있고 싶은 마음. 갈망으로 긁힌 마음은 움푹 파였지만 텅 비어 있지 않다. 오히려 그만큼 많이 채울 수 있다. - P180

여명의 파동이 밤을 뒤편으로 몰아내고, 구름은(소멸한 태풍의 잔해는) 보라색과 복숭아 색으로 물든 사나운 봉우리다.
갑작스러운 햇빛이 심벌즈 소리처럼 챙챙 요란하게 퍼진다. 몇 분 후 이들은 바다에서 몰디브, 스리랑카, 인도 끝자락이 아침 빛에 무르익는 곳으로 들어선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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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가 단지 문지문학상의 전초전 성격을 지니는 계간지인 것일 뿐을 잘 모르는 상황이라면, 싱그러운 빛깔의 청포도 일러스트 표지와 함께 ‘소설 보다 여름’ 이라는 기획으로 서점에 깔려있는 것을 보고 필시 여름을 테마로 한 신인들의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소설을 읽는다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여름, 이 계절의 소설’이라는 기획으로서의 이 시리즈의 콘셉트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빛 좋은 개살구’라고나 할까. 


무덤을 보살피다. 

여름 테마 소설인줄 알고 읽다가 한겨울에 선산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수상쩍은 인물과 대립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일단 당황.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가족간에서 어떤 대립 구조를 만들고 싶은지는 알겠지만 썩 개운치 않고 많이 아쉬웠던 작품. ‘가엾은 여자’니까 1번을 찍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노인 세대’를 대놓고 단순화하여 희화화하는 설익은 도식화가 썩 개운치 않았는데, 이어진 작가와의 인터뷰를 보니 역시나이다. 12/3 계엄의 의의가 우리 민주주의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겠고 역사적 의의도 크겠지만, 작가의 교조적 스탠스가 은근히 불편하다.


방랑, 파도. 

유일하게 만족스럽게 읽었던 작품. 그리고 이서아라는 작가의 발굴. ‘여름, 이 계절의 소설’이라는 슬로건과도 들어 맞으며 등장인물들과 그들간의 관계성,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소설이었고, 마술적 리얼리즘이 돋보이는 장면들도 설득력이 있었으며, 일상과 삶 속에서의 날카로운 관찰력에서 나온 표현과 묘사들도 적절하다. 


“어떤 방랑객들은 바닷가 마을의 이곳저곳에서 일을 하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그들에게는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사랑 가득한 따뜻한 둥지가 있거나, 이 세상의 원동력이나 다름없는 앳된 꿈이 있거나, 그 어느 순간에도 작별을 예고하지 않는 쓸쓸한 심장이 있는 것 같았다.” 68쪽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때.

작품 내 특이한 공간과 특이한 집단과의 대립적인 묘사와 긴장감에 재미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기괴하다. 정말 기괴하다. 상징으로 가득찬 작품인데 뭔가가 작위적인 느낌에 급피로해져서 분석조차 않으련다. 나는 좀더 직관적인 작품을 선호한다.


총평: 빛 좋은 개살구 / 이서아의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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