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ating about the earth in their spacecraft they are so together, and so alone, that even their thoughts, their internal mythologies, at times convene. Sometimes they dream the same dreams -- of fractals and blue spheres and familiar faces engulfed in dark, and of the bright energetic black of space that slams their senses. Raw space is a panther, feral and primal; they dream it stalking through their quarters. - P1
드넓게 펼쳐진 겨울의 황량함, 진줏빛 구름, 그리고 남극권에서 떠내려가는 빙하의 낯익은 빛, 오른쪽에서는 플레이아데스성단이 대담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가끔은 개별적인 것이 보고 싶어진다. 피라미드나 뉴질랜드 피오르, 아니면 완전히 추상적이어서 인간 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밝은 주황빛 사막 모래 언덕 같은 것들. 그런 이미지는 페트리 접시에 올라간 심장 세포처럼 손쉽게 확대해 볼 수도 있다. 가끔은 연극과 오페라가, 지구의 대기권과 대기광이 보고 싶다.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 그립기도 하다. 말레이시아 연안의 어선들이 별처럼 검은 바닷물에 점점이 박혀 반짝이는 모습 같은 것들. 그러나 지금 로만은 다들 일종의 육감으로 알고 있는, 자신은 반신반의했던 것의 존재를 목격하기 시작한다. 녹색과 붉은색의 오로라가 대기권 내부를 뱀처럼 감싸 안고 무언가를 가둬 놓은 듯 구부러지고 휘어지며 아슬아슬한 장관을 이룬다. - P72
넬은 가끔 숀에게 묻고 싶다. 우주비행사이면서 어떻게 신을, 그것도 천지를 창조한 신을 믿을 수 있느냐고. 하지만 무슨 대답이 돌아올지 알고 있다. 숀은 넬에게 우주비행사이면서 어떻게 신을 믿지 않을 수 있냐고 되물을 것이다. 결론은 나지 않는다. 넬은 끝없는 어둠이 맹렬하게 깔린 양쪽 창문을 가리킨다. 태양계들과 은하계들이 마구 흩어진 세계. 시공간의 왜곡이 거의 눈에 보일 정도로 시야가 깊고 다차원적인 세계. 이것 봐, 어떤 아름다운 힘이 아무런 의도 없이 내던져 놓은 게 아니면 이런 게 어떻게 만들어지는데? 숀도 끝없는 어둠이 맹렬하게 깔린 양쪽 창문을 가리킨다. 태양계들과 은하계들이 마구 흩어진 바로 그 세계, 시공간이 왜곡된 바로 그 깊고 다차원적인 시야를.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아름다운 힘이 충만한 의도를 가지고 내던진 게 아니면 이런 게 만들어질까? - P80
순간 숀은 생각한다. 진공 우주 속 깡통에서 나 지금 뭐하는 거지? 깡통에 든 깡통 인간. 4인치 두께의 티타늄 밖에 죽음이 있다. 그냥 죽음도 아니다. 존재의 말살이다. 왜 이러고 있지? 절대 번영할 수 없는 세상에서 바득 바득 살아 보려고 하는 이유는 대체? 완벽한 지구가 저기 있는데 굳이 우주가 원치 않는 곳에 가려고 하는 이유는? 우주를 향한 인류의 갈망은 호기심일까 아니면 배은망덕함일까. 숀은 절대 알 길이 없다. 이 기묘하고 뜨거운 열망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까 아니면 바보로 만들까. 딱히 어느 쪽에도 못 미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중략) 기운 차려, 아내는 이렇게 말했었다. 저 위에서 소멸 하더라도 당신은 수백만 개 파편이 되어서 지구 궤도 를 돌게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좋지 않아? 그리고 비밀을 모의하듯 웃는다. 습관처럼 그의 귓불을 어루만지며. - P88
지구를 떠나기 전 10대 딸이 이런 말을 했었다. 진보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럼, 아름답지, 그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정말 아름답고말고. 그러면 원자폭탄은요, 기업 로고 모양으로 빛나게 우주에 쏘아 올리겠다는 위성은요, 프린팅 기술로 달의 먼지 표면에 세우겠다는 건물은요? 꼭 달에 건물을 세워야 하는 거예요? 나는 그냥 지금 이대로의 달이 좋은데. 그래, 그래 그는 대답했다. 아빠도 그래, 하지만 그 모든 게 아름다워. 왜냐면 아름다움은 선함에서 오지 않거든. 너는 진보가 선하냐고 물은 게 아니였지. 인간도 선해서 아름다운 게 아니란다. 살아 있으니 아름다운 거야. 어린애처럼. 살아 숨 쉬며 세상을 궁금해하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선한지는 상관없어. 눈에 빛이 감돌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가끔은 파괴적이고 상처를 입히고 또 가끔은 이기적이지만, 살아 있기에 아름다워. 살아 숨 쉰다는 점에서 진보도 그렇단다. - P92
하지만 그가 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그리고 돌아가게 되면 해 줄 말은 따로 있다. 진보는 어떠한 실체가 아니라 느낌이라는 것. 배에서 꿈틀대기 시작해 가슴으로 북받쳐 올라오는 모험과 팽창의 느낌. 피에트로는 이곳에서 크고 작은 순간마다 거의 끊임없이 그걸 느낀다. 세상의 심오한 아름다움을, 빽뺵한 별들이 무성한 이곳까지 그를 쏘아 올린 믿기 힘든 은총을, 그는 배와 가슴으로 느낀다. 제어 패널과 환기구를 청소할 떄, 따로 점심을 먹고 함께 모여 저녁을 먹을 때, 지구로 발사되어 대기권에서 연소되며 사라질 쓰레기를 화물 모듈에 적재할 때, 분광계가 지구를 측정할 떄, 낮이 밤이 되고 또 빠르게 낮이 될 떄, 별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질 떄, 저 아래 총천연색 대륙이 지나갈 때, - P96
공중에 떠다니는 치약 덩어리를 잡아 칫솔에 얹을 때, 머리를 빗고 일과를 다 마친 뒤 피곤한 몸을 끌고 끈이 풀린 침낭에 쏙 들어가, 이곳에서는 똑바른 방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떤 반발도 없이 머리가 받아들인 사실로 인해 똑바로도 거꾸로도 아닌 자세로 떠서, 밖에서 태양이 떠올랐다가 졌다가 하는 동안 인위적으로 정해진 밤에 지상 250마일 우주에서 잠을 청할 떄, 그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피에트로는 딸에게도 이걸 설명해주고 싶다. - P97
그러다 엇갈리고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들은 훈련 때 불일치하는 감각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들었다. 이음매 없는 지구를 계속 보다 보면 벌어지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들었다. 충만한 지구를, 땅과 바다 사이 말고는 어떤 경계도 없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따. 국가들은 지워지고, 쪼개질 수 없으며 전쟁은커녕 그 어떤 분리도 모르는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그러면 한꺼번에 두 방향으로 당겨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기쁨과 불안, 황홀과 우울, 애정과 분노, 희망과 절망을 느낀다. 전쟁이 끊이질 않고 사람들이 국경을 지키느라 죽이고 죽어 나간다는 것을 당신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127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에게 욕망이 싹튼다. 이토록 거대하면서 작디작은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욕망, 아니 (열정이 추동하는) 요구. 이렇게나 기적 같으면서 별나게 사랑스러운 존재라니. 대안이 마땅치 않으므로 지구는 의심할 여지없는 집이다. 무한한 공간, 충격적일 만큼 환히 빛나며 우주에 떠 있는 보석. 인간들이 서로 평화롭게 지낼 순 없는 걸까? 지구와도 잘 지내면 안 되나? 이건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아니라 다급한 요구다. 우리 삶이 달린 유일한 세상을 탄압하고 파괴하고 약탈하고 낭비하는 짓을 멈출 순 없을까? (중략) 이들은 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들이다. 그건 축복인 동시에 저주다. - P128
안톤은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눈물 네 방울이 동동 떠다닌다. 안톤과 치에가 손바닥을 내밀어 눈물방울을 잡는다. 여기서는 액체가 돌아다니게 둬서는 안 된다. 그 점에 있어서는 모두가 철두철미하다. - P176
사랑해, 보고 싶어. 숀은 편지를 쓴다. <시녀들>엽서 뒷장에는 아내의 손 글씨가 쓰여 있다. 왼손으로 꽉꽉 눌러 뒤로 비뚜름하게 기운 글씨들은 각졌고 씩씩하다. 이것이 그립다. 하지만 오늘 당장 집에 돌아갈 기회가 생긴다고 해도 숀은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몇 달 후 돌아갈 날이 오더라도 돌아가기 싫을 것이다. 고소 공포와 향수병을 일으키는 우주라는 약에 그는 중독되었다. 이곳에 있기 싫지만 동시에 늘 이곳에 있고 싶은 마음. 갈망으로 긁힌 마음은 움푹 파였지만 텅 비어 있지 않다. 오히려 그만큼 많이 채울 수 있다. - P180
여명의 파동이 밤을 뒤편으로 몰아내고, 구름은(소멸한 태풍의 잔해는) 보라색과 복숭아 색으로 물든 사나운 봉우리다. 갑작스러운 햇빛이 심벌즈 소리처럼 챙챙 요란하게 퍼진다. 몇 분 후 이들은 바다에서 몰디브, 스리랑카, 인도 끝자락이 아침 빛에 무르익는 곳으로 들어선다. - P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