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와 처벌 나남신서 29
미셸 푸코 지음, 오생근 옮김 / 나남출판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은 이 리뷰엔 오역에 관한 문제만 제기하겠습니다. 저는 한국어 외의 언어는 일체 독해가 불가능한 인간이라 주제넘게 오역이 의심되는 부분을 문제시하는 것이 껄끄럽기도 하지만, 문맥상 매끄럽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 몇 개만 제시합니다. 잘 아시는 분이 검토해주시면 좋겠네요.

1. 주석의 오류-인용한 서적의 출판연도

푸코가 문맥상 17~18세기의 자료들을 인용한 것 같은데, 20세기로 되어 있는 부분이 많군요.

p. 139

각주 29)번을 보면 Jean Bagtise Colbert 의 생몰연도가 1919~1983으로 되어있는데 루이 14세 때 인물이라면 1619~1683이 맞을 것 같군요.

p. 192

역시 각주 45)번을 보면 P. Goubert와 M. Denis의 저서《프랑스인은 발언한다》연도가 1964년이라고 되어 있는데, 18세기의 감금 시설이 폐지되기를 청원하는 책이라고 하므로 역시 연도가 맞지 않는 것 같네요. 저는 그 책을 모르므로, 만약에 문제의 책이 브리에 거리의 '제 3신문'의 청원에서 인용된 문구를 1964년에 간행된 책에서 인용한 것을 재인용한 것일 수도 있지만, 문맥상 연도가 역시 틀린 것 같습니다.

p. 330.

각주 28)번을 보면 "18세기의 경찰 관계의 기록에 대해서는 M. Chassaignne의 《경찰 총대관직》(1906)을 참조할 수 있다"라고 하는데, 푸코가 인용한 책들의 각주를 보면 재인용보다는 직접 인용이 거의 다이기 때문에 역시 연도가 의심스럽습니다.

그 외에도 몇 군데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깜박 잊고 표시를 못 해두었습니다.

 

2. 내용상 오류로 의심되는 부분 두 곳만 지적하겠습니다.

p.207

(「제 2부 - 처벌」의 마지막 부분에서)

"강제권, 신체, 독방, 비밀을 중심으로 한 처벌 권력의 모형이 어떻게 하여 표상, 무대, 기호, 공개, 집단을 중심으로 한 모형으로 교체되었는가?"

권력 과시용인 신체형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면에 문제를 느끼고 범법행위와 처벌의 관계를 기호, 표상화한 모델이 제시되었는데, 이것이 아닌, 권력의 물리적 행사 및 감옥이 어떻게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지 3부로 넘어가기 앞서 던지는 질문이므로 이렇게 바뀌어야 할 것 같네요.

"표상, 무대, 기호, 공개, 집단을 중심으로 한 모형이 어떻게 하여 강제권, 신체, 독방, 비밀을 중심으로 한 처벌 권력의 모형으로 교체되었는가?"

p.390

그리하여 이제 평온한 법원과 법의 위엄에 붙어다니게 되는 것은 사법 장치의 하층토양에서, 다시 말해서 사직당국으로부터 유죄 선고를 받는 이들에게 형벌을 부과하는데 부끄러움을 느낀 사직당국이 바라보려고 하지 않는 그 '비천한 일'의 수준에서 형성되는 범죄,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판결을 내릴 때 인식하고 평가하고 측정하고 진단하고 취급해야 할 것도 바로 그것이며, 형법전을 개정할 때 고려해야 할 것 또한 다름 아닌 그것, 그 비정상, 그 일탈, 그 은밀한 위험, 그 질병, 그 생존 형태이다. 범죄는 재판에 대한 감옥의 복수이다. 재판관을 어안이 벙벙하게 할 정도로 대단히 무시무시한 복수이다. 그때 범죄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 부분이, 제가 이해를 못 한 건지, 오역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장황해서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문장입니다. 아무튼 의문점 제기해보겠습니다. 푸코는 감옥이 비행자들을 만들어낸다고 p. 389에서 말하면서 그 문장에 대해 일반적으로 아는 의미가 아닌 다른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감옥이 비행자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감옥은 과거에 그곳에 위탁된 이들을 거의 숙명적으로 다시 법정에 서게 한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법-위반, 재판관-범법자, 수형자-형벌집행자 사이의 상호작용 안에서 그것들을 서로 결부시켜 비행성이라는 비신체적 내용을 그러한 상호작용의 관계 속에 이끌어내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단락에서 행형기술과 비행자는 서로 인과관계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다른 한쪽의 연장인 "쌍둥이 형제"와 같은 관계라고 밝히죠.

범죄가 재판에 대한 감옥의 복수라니요? 문맥상 무슨 말인지 몰라 이해하느라 몇 번이고 곱씹어보다가 포기했습니다. 물론 이 문장이 옳다고 가정한다손 치더라도,  4부의 제 2장 〈위법행위와 비행〉에서 감옥의 행형체계 및 기술과 규율이 적용된 사법과의 상호관계(?말이 딸려서 이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로 감옥이 기여한 바는 오히려 비행을 생산하고, 이로 인해 비행 생산 계급과 기득권층을 분리시키며, 사회적인 기준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인간을 "비행자"로 만들며, 여기에 범죄에 대한 사회인의 양심을 부각시켜 비정상적인 일탈행위로 인식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부르주아지의 더 교묘한 비행을 은폐하는 역할도 했다고 밝히긴 합니다. 그런 맥락의 의의에서라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뜬금없이 너무 앞서서 등장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범죄는 재판을 통해 감옥이라는 복수에 처한다"로 되어야 매끄럽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저작을 무릎을 치고 감탄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읽긴 했습니다만, 푸코의 문체가 원래 그런 건지, 번역이 매끄럽게 되지 못한 건지, 몇 부분은 읽느라 진땀뺐습니다. 시기가 늦더라도 이 리뷰 보신 푸코에 대해 잘 아시는 누군가가, 제가 오역으로 의심된다고 제기한 부분들을 해명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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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6-2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다 읽으 신건가요... ..^^; 대단하시네요..@@// 저는 아직 기웃기웃거리고 있는데..^^;

IshaGreen 2006-07-05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려운 책 잘 읽을 수 있을 수준의 머리는 아닙니다.ㅎㅎ 다만 감시와 처벌은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고 주제를 끌어나가는 푸코의 힘에 가독력이 꽤 높은 책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