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남인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진열된 책들을 훑어보다가 제목에 눈이 번뜩 띄어서 솔깃해서 집어들었다. 나도 지금 20대이고,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저자가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는 단정적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 인간의 신념으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생존전략으로써 인정되는 처세술은 다를 수 있으니까, 라고 생각해도 일관성없는 발언들은 읽는 내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우선은 그럴듯하게 '…해라'는 식으로 늘어놓은 제목들. 제목들만 봐서는 훌륭하다. 하지만 뭔가 그럴듯한 주장을 하기보다는 사례를 늘어놓는데 급급하고 그에 한두마디정도 의견을 정리해서 늘어놓는 식이다. 제목에서 거창하게 이야기하는 것에 비해 너무나도 빈약한 구성들이 우스웠다.

그리고 두번째는 일관성없는 이야기들. 대표적으로 하나만 예를 들겠다. 결혼으로 인생을 결정짓지 말라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성공을 위해 결혼을 이용하란다. 수록된 수많은 사례들 중에서 가장 어이없었던 사례는 부잣집에 시집간 한 여자의 사례인데, 그 여자는 부잣집 며느리로 들어가서 남편의 여동생인 학벌도 좋고 잘 나가는 시누이에 늘 눌려 살았단다. 그런데 시누이가 평범한 샐러리맨의 아내가 되었고, 그 이후 집안 모임이 있을 때마다 시누이의 기는 점점 눌리게 되었으며 그 잘나가던 시누이가 "우리 형편에 뭘…"이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편의 위치에 따라 두 사람의 위치가 완전히 역전되었으며 그 이후로 자신도 기를 펴고 살게 되었다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것이 여자의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고 거창하게 주장하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사례인가? 나는 읽으면서 씁쓸하게 피식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세번째. 이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인정하기 싫은 이야기이고, 책의 두드러진 단점이라기보다 뭐, 사람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는 사실이긴 하지만, 미모가 인생의 '마스터키'란다. 그래, 정말 싫은 현실이긴 하지만 인정한다.  늦게 학교에 입학해 아직 학생인 나에게는 취업을 이미 했거나 취업 준비중인 친구들이 있으니까. 남자는 뚱뚱하다고 취업이 안 되지 않으나 여자는 뚱뚱하고 못생기면 취업이 되지 않는다. 알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미모도 경쟁력이라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긴 하지만, 현실을 변혁하려는 의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가 그러한 사회적인 인식적 폭력에 갖혀 있기 때문에, 아 여성이여, 그래서 너희가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좀 알아라, 라고 소리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 나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자기 자신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하지만, 외모 때문에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인정을 받는다는 사례를 들며 미모가 인생의 마스터키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말에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뭐, 결론을 내리자면, 이 책은 여자가 살기 위해서는 속물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다 알고 있는 사실들을 거창한 제목으로 책으로 출판한 것을 보고, 요즘 정말 책 한권 내기도 쉽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내용이 좋으면 팔아주려고 했으나 그냥 서서 다 읽어버렸다). 문제는, 속물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여기서도 속물, 저기서도 속물이어야 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보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도 많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도대체가 일관성이 없다는 거지.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구. 별점 한 개만 주려다 그래도 쓸모있는 이야기 하나에 도움을 얻었기에 두 개를 준다. 도움이 된 이야기도 적어야겠지. 경제관념에 관한 이야기에서 은행 수수료처럼 정말 사소한 것들은 아끼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거라면 비싼 청바지라도 과감하게 투자해서 사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에는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여성들이여, 20대에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결정짓고 싶으면 이런 책 한 권 읽을 시간동안에 더 좋은 양서들이 많으니 양서를 읽으며 마음과 지식을 살찌우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니 책 좀 많이 읽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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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장미 2004-12-2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찬은 누구나 할수 있지만 비평은 아무나 할수 없다고 생각해요. 비평을 할수 있다는건 책을 아주 제대로 읽었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책을 살때 비평위주로 글을 본후 구입하는 편인데... 님 너무 멋지세요!!^^

IshaGreen 2004-12-22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뭐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극찬하는 글에 대한 비판이니 제가 비뚤어져있을수도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답니다-_-; 하지만 어떡해요. 전 아무리 읽어도 그렇게 보이는걸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