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의 중용 풀이
감산 지음, 오진탁 옮김 / 서광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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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달만에 이 책을 읽었다. 물론 중용 원문과 주자의 해설이 담긴 책과 비교하며 읽느라고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빨리 읽어 "버릴 수"는 없는 책이다.

중용이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은 주자 이후이다. 대사가 명나라 사람이니 주자의 글을 읽지 않았을 리가 없다. 아마 집주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사의 글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얽매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무슨 책이나 첫장이 중요할 터다. 감산 대사는 중용에서의 중요한 개념인 "신독"을 홀로 있을 때를 삼가해야 한다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상대를 초월한 절대의 경지를 말한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대사의 시각은 유학자들의 입장과는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문장을 끊는 위치가 다르기도 하다. 그 독특함이 이 책의 힘이다.

물론 대사의 해설이 독특하다는 것이 유학자의 해석이 구태의연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함께 읽으면서 이들 모두의 중용을 보는 시각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무엇보다 좋은 점은 왜 이 문장이 갑자기 나왔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점이다. 이를테면 갑자기 시가 나오는데 그 시가 앞 문장과 관련된 것일 뿐 아니라 첫장의 대전제들과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는지 설명해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첫장의 "막현호은(莫見乎隱)하고 막현호미(莫顯乎微)"라는 구절에 대해 중용 전체에 걸쳐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해 주는 점 등이다. 내게 있어서는 이 점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데 가장 유용했다.

중용이라는 책은 하나이지만 읽는 이의 마음의 깊이에 따라 다른 중용이 될 수 있다. 적혀진 대로 보라고 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감산 대사는 감산 대사의 풀이를 보여주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중용의 이루라고 종용하고 계신다.

아쉬운 점은 감산 대사의 번역된 다른 책, [원각경]이나 [장자]처럼 뒷부분에 원문이 없는 점이다. 읽으면서 궁금한 점을 원문과 대조해서 볼 수 있었다면 훨씬 유익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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