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일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4
장 주네 지음, 박형섭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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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칼을 헝클어지게 하는 것. 혹시 그런게 문학이라면 이 책이 진정한 문학이다. 막 청소를 끝낸 거실에 페인트통을 엎질렀을 때, 그게 괜찮다면 체념이 빠른 사람일까, 자유로운 사람일까.  

 

이 책은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가 근본 주제'라는 주네의 이야기 그대로다. 수치심, 악의, 나태, 체념, 경멸, 권태, 용기, 비겁함, 공포가 있다. 반복되는 느낌이다. 소설이면서 수기다. 도둑이 작가다. 이런 이야기 속에 성스러움과 예술을 말한다. 이게 뭐지? 다 읽고나서 처음을 펼치게 된다.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가 이 책의 근본 주제이다. - P245

이 책 「도둑 일기」는 ‘불가능한 무가치성‘을 추구하고 있다. - P134

추악하고, 더럽고, 일그러진 사람들을 사랑하게 하다니, 그 얼마나 훌륭하고 달콤하고 정다운 악인가! - P129

‘분명 난 그런 인간이야.‘ 그러나 적어도 난 내가 그런 놈이라는 것을 자각을 하고 있다. 그러한 자각은 부끄러움을 물리치게 해주며, 다른 사람들이 잘 인식할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감정이다. 그것이 바로 자존심이다. 나를 경멸하는 당신들의 삶은 비참한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대들은 결코 나와 같은 자각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그러한 자각을 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를테면 그것은 우리만의 고유한 비참함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가지고 있는 비참함을, 그리고 그 비참함에 저항하도옥 하는 힘을 인식하는 일이다. - P157

아르망에 대한 나의 사랑이 그처럼 깊지 않았다면 나는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과연 내 사랑을 알고 있는지 어떤지 궁금했다. 그의 존재는 나를 두렵게 만들었고, 그의 부재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 P290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내 삶을 이끌어 온 것은 나의 체험이 아니라 그 체험을 이야기하는 태도였다. 즉 다양한 일화들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었던 것이다. 삶이 아니라 그 삶의 해석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삶을 환기시키고, 그것에 대해 말하고 표현하기 위해 언어가 내게 제공해 주는 것이다. - P297

성스러움이란 아름다움처럼(그리고 시처럼) 본래 유일하고 독특한 특성을 띤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서로 혼동하는 것이다. 그것의 표현은 독창적이다. 그러나 나에게 그 스스로를 이루는 유일한 토대는 체험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그것을 자유와 혼동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도 성자가 되기를 원한다. 이 말이 인간의 가장 고상한 정신적 태도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다. 나는 그것에 나의 자존심을 적용하고, 나의 자존심을 희생시킬 것이다. - P303

죄수복은 분홍색과 흰색 줄무늬로 이루어져 있다. 만약 내 마음의 명령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세계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거기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많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가령 ‘꽃과 죄수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같은 의미의 말이다. 꽃의 연약하고 섬세한 성질은 죄수의 거칠고 무감각한 성질과 본질적으로 똑같다. 나에게 죄수나 범죄자를 묘사해 보라고 한다면, 나는 그들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수많은 꽃으로 그들을 장식할 것이고, 그러면 그들은 다른 것들과 전혀 다른, 새롭고도 커다란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나는 사랑 때문에, 사람들이 악이라고 부르는 것을 향해 모험을 계속해 왔고, 그 때문에 감옥에까지 가게 되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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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0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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