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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코로나 시대라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팬데믹을 지내면서 올해초 거리두기가 완화되기 전까지 가장 경계했던 일은 내가 슈퍼 전파자가 되는 것이었다.
전혀 알지 못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를 덮은 이후는, 알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공포로 나 이외의 다른 대상을 향해 분노를 터트리는 일이 빈번했고, 우리나라는 감염자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여러명의 연쇄감염을 일으켰던 슈퍼전파자에게 모든 공격이 집중되었다. 그런 시기를 2년 넘게 겪어오면서 아직 어른들의 보호 아래 있었어야 할 아이들이 타인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배우고 있었다.
시안도 그랬다. 나의 현실에 대한 비관이나 원망이 모두 해원이네 가족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졌다. 무엇을 용서하고 화해해야할지도 모르고, 병을 옮기고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성년의 문앞의 혼돈기를 보내고 있었다. 아무도 책임지지 못하는 바이러스의 흔적은 시안네 가족의 평범함을 망가뜨렸지만 결국 붕괴되기 직전, 해원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최악의 상태를 피하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우리가족이 코로나를 걸린 시점이 감염번호인 N번과 감염경로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난 이후라는 것에 감사했다. 나는 책에 나오는 인물 어디즈음에 있을까? 시안과 같은 상황의 일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했을까? 나도 마찬가지로 어딘가 나의 분노를 받아줄 화받이를 찾고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의 주인공은 성년의 문앞에 선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빌려서 작가는 어쩌면 이토록 낯설고 어려운 이 시절에 무엇보다 사랑이 필요하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이해해야한다고 말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