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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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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초에 이 책을 받았다.

표지의 먹구름 낀 하늘과 아파트 앞으로 보이는 벼랑이 눈에 들어왔다.

초록색 말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낭떠러지 위는 오히려 넓고 편안해보이고, 달리는 초록색 말은 자유롭다.

그런 넓은 초원을 뛰고 있는 걸까? 벼랑인지도 모르고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걸까?

5개의 소설에는 각기 다른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를 우선 잊고 시스템에 적용하라는 학교에서 '이상한 애'로 살고 있는 '나'로 서고 싶은 난조,

학교 속에서 남들처럼 열여덟살의 삶을 살고는 있지만 그 속에서 열등감을 가진 이진.

겉모습이 보여주는 것들이 온전히 자기모습이고 자기 것이라고 믿고 잘못된 선택을 한 난주.

'온전한 나'가 내 것이지만 다른 것은 없는 희수와 다른 것들은 있지만 '나'는 희미한 현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나'를 우선 잊기로 했던 민재.

첫번째 이야기 <바다위의 집>을 읽다가 큰딸이 먼저 읽기 시작했다.

한참 말랑말랑한 사춘기 감성의 큰딸은 <생 레미에서, 희수>편에 꽂혔나보다. 딸의 블로그는 희수와 현우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아직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딘이지 모르고 걷는 느낌도, 그러다가 벼랑끝에 다다른 느낌을 받지는 못했나보다.

다행일까?

사춘기 아이들의 엄마가 된 나는 난조의 엄마에게 이입이 되었다.

우리 애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결정하길 바라고, 또 그런 결정을 따라주겠다고 다짐하지만 나도 '남들처럼'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애들이 남들처럼 생각하고 결정해주고 있으니 그 속에서 '이상한 엄마'로 남아있을 수 있는 거겠지. 울타리안에서 헤메고, 내가 누구일까 여기가 어디일까 고민하길 바라는 것도 모순이겠지.

그래도 확실한 것 한가지는, 딸들이 내가 가진 1번이 '자신'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바다위의 집>

엄마가 내게 허용했던 개성과 자유도 결국 '남들처럼'이란 울타리 안에서였다. (p32)

엄마가 그랬잖아. 오늘은 산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행복한 건 우리의 이무라고. 엄마, 난 대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순간을 내 걸로 만들며 살고 싶어. (p33)

좀 기다려주면 안돼? 우리들이 바다 위의 집을 떠돌다 자신의 항구를 찾아 닻을 내릴때까지 좀 봐주고 기다려주면 안되냐고! (p40)

<초록빛 말>

알렉산더에게 처음 느꼈던 실망은 단지 볼품없게 생겨서만은 아니었다. 날마다 산기슭에서 분화구까지 오르내리는 알렉산더의 삶은 내 삶과 비슷했다. 집, 학교, 학원, 독서실, 집 학교, 학원, 독서실 집....... 나는 그 길을 의심하거나 고민해본적이 없었다. 분화구로 오르는 길처럼 닳도록 그 길을 걸으면 내가 꿈꾸는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p89)

난 내가 갈기를 휘날리며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말이란 사실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어. 난 늘 꿈을 꾸지. 언젠가는 이 비탈길을 마구 달려 내려가, 산자락이 발을 담그고 있는 저 넓은 호수위를 들판처럼 달리겠다고. (p90)

<벼랑>

한번도 자신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자신을 증명해주는 건 임대 아파트나 브랜드 교복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자신은 온전히 자기 것이었다. (p120)

<생 레미에서, 희수>

현우의 열여덟 살은 대학을 위해 저당 잡혀 있었다. 현우뿐 아니라 현우가 아는 아이들은 거의 다 그랬다. 열여덟 살은 스무 살로 가는 길목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p141)

앉음새도 각각인 채 지하철 바닥에 놓인 발들마다 각기 다른 하루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난 여기서 아무것도 안하며 지내. 내가 여기 왔어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를 순간순간마다 깨닫는 일만으로도 너무 벅차거든. (p163)

<늑대거북의 사랑>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나한테 좋은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게 가장 적절한 선택일 때도 있어. 그게 꼭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야. (p199)

엄마가 내게 허용했던 개성과 자유도 결국 ‘남들처럼‘이란 울타리 안에서였다. - P32

알렉산더에게 처음 느꼈던 실망은 단지 볼품없게 생겨서만은 아니었다. 날마다 산기슭에서 분화구까지 오르내리는 알렉산더의 삶은 내 삶과 비슷했다. 집, 학교, 학원, 독서실, 집 학교, 학원, 독서실 집....... 나는 그 길을 의심하거나 고민해본적이 없었다. 분화구로 오르는 길처럼 닳도록 그 길을 걸으면 내가 꿈꾸는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 P89

한번도 자신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자신을 증명해주는 건 임대 아파트나 브랜드 교복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자신은 온전히 자기 것이었다. - P120

현우의 열여덟 살은 대학을 위해 저당 잡혀 있었다. 현우뿐 아니라 현우가 아는 아이들은 거의 다 그랬다. 열여덟 살은 스무 살로 가는 길목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 P141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나한테 좋은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게 가장 적절한 선택일 때도 있어. 그게 꼭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야.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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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걸
코리 닥터로 지음, 젠 왕 그림, 노은정 옮김 / 다산기획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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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 입니다. * 

전 게임도 좋아하고 만화책도 좋아하지요. 우리땐 그냥 만화책이라고 불렸고 숨어서 봐야했지만 이젠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지요. 저같은 마블빠에게는 정말 그래픽 노블은 너무너무 흥미롭지요. 요즘 그래픽 노블은 커다란 세계관도 가지고있는 이야기들도 많고, 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려놓은 <바늘땀>같은 명작들도 있지요.

<게이머 걸>은 게임 + 그래픽 노플 + <왕자와 드레스 메이커>, 이 세가지 키워드 때문에 선택했어요.

부산 여행을 갔을 때 호텔 내의 서점에서 울 집 2번이 고른 책이 <왕자와 드레스 메이커>였어요. 이걸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아이들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문제 의식도 있고.

이 책이 처음에 집에 도착했을 때 1번은

"어머 <게이머 걸>이다. 나 이거 봤는데 완전 재밌어."

<왕자와 드레스 메이커>를 골랐던 둘째는

"와~! 젠 왕 만화책이다"

그래서 전 다음날이 되어야 책을 읽을 수 있었어요.

<게이머 걸>의 여주인공 앤다는 평범하고 약간은 통통하고 조용하고 내성적인 튀지 않은 아이지요. 그리고 외부 강사로 온 선생님으로 부터 MMORPG게임의 길드를 소개 받고 가입하게 됩니다. 여자들만 가입하는 이 길드는 조직적으로 금을 캐서 현금화시키는 골드 파머들을 해치우러 다니는데요. 그러다 레이먼드라는 중국 소년을 만나고 레이먼드가 일하는 배경과 환경에 대해 듣고는 분노하게 됩니다. 그럼 앤다는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요즘 많이 언급되는 것이 메타버스(metaverse) 입니다. 자주 언급되고 낯설지만 사실 우리 깊숙이 들어와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게이머 걸>에서도 앤다는 메타버스 안에서 자신의 아바타인 Kali destroyer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소심한 앤다와는 달리 아바타는 강하고 적극적이고 활발합니다. 그렇지만 주위를 살피는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데로, 원하는 모습으로 만든 아바타지만 나를 잃지 않은 한 나의 속성에서 벗어 날 수는 없지요.


앤다의 시선에서는 계속 게임 속 모순들이 보입니다. 불법을 자행하는 골드 파머들을 해치우는 것을 정의라고 말하는 길드지만 앤다의 교관도 금을 주워서 현금화하는 미션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골드 파머들을 해치우고 금을 차지합니다. 말도 안되는 노동 환경 속에서 중국의 레이먼드는 병을 얻어가면서 좋아하는 일이지만 즐기지도 못하고 노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레이먼드의 환경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앤다는 어설픈 충고를 하고 후회하게 됩니다.



사실 게임속의 평등이란 없습니다. 내가 현실에서 약자인 내가 게임속에서 강자가 되어서 평등하다는것 자체가 모순이지요. 이런 롤플레잉게임은 요새 말그대로 템빨이에요. 얼마나 시간 투자를 해서 얼마나 아이템과 경험치를 많이 얻느냐 이런것이 나의 레벨업을 좌지우지 하는데요. 그럴려면 결국은 돈을 들이는거지요. 현실세계보다는 그렇게 돈을 벌어서 나의 신분을 높이는 사다리가 허용되어 있는것이 평등이라면 평등이고, 가난하고 약한 내가 군주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평등이라면 평등이겠지요.

하지만 결국은 게임속의 세계, 즉 메타버스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 사회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기업들도 메타버스 속의 사회에서 상권을 먼저 선점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메타버스 안에서 명품매장을 열고 패션쇼를 하고 콘서트를 합니다. 이미 게임 속 세상도 하나의 사회가 되어 있고 더 많이 아이템을 확보하고 화폐를 차지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미 경제적 불평등도 사회적 불평등도 부조리한 모습도 있는 것이죠.

이 책은 친절하게 그런 불평등이 현실 세계가 아닌 메타버스속에도 존재한다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말해주고 있어요.

게임속도 문제가 있어, 무조건 평등하지만은 않아. 가진 자들이 더 가지기도 해.

현실 세계도 마찬가지야.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많고, 그런 아이들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러지만 너희들처럼 자신을 잃지 않고 같이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언젠가는 바뀔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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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쫓아오는 밤 (반양장) -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14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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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Y클럽5기 #다읽었어요 

#소설Y대본집 #비매품 

📚 폭풍이 쫓아오는 밤

📚 최정원 

📚 창비 


낯선 곳에서 무엇인가가 쫓아오는 밤 .

마음속에 상처가 있는 10대 두 명이 그놈에 맞섰다. 

그리고 이겼다. 


하루 밤에 벌어지는 스릴감 넘치는 이야기다. 영어덜트소설이니 반전보다는 누구나 알만한 결말이고, 아이들 마음에 심겨져있던 죄의식이 해소되며 한걸음 더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장점은 무엇보다 영화같은 몰입도! 

처음에는 영화 '미스트'같은 존재를 상상하며 읽기 시작했다가 2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앉은 자리에서 읽어버렸다. 그놈이 쫓아오는 긴장감에 얼른 책을 끝내고 싶었다. 


단점이라면 계속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학교는"이 오버랩되었다는 것.


씁쓸한 것은... 

마침 소설을 읽은 시기가 

슬픈 시기였다는 것이고, 

죄의식에 갇혀 있는 아이들보다 죄지은 것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더 큰소리 치는 책 속 모습이 자꾸 이 나라 한 곳에서 벌어진 슬픈 사건을 생각 나게 한 다는 것. 

 그냥 청춘 답게 놀고 싶었던 젋은이들은 나쁜 짓을 한 것처럼, 그들을 지키지 못했던 어른들은 뭘 잘못했냐고 큰소리치는 그런 현실이. 


책을 읽는 내내 그놈이 그 회장이라는 놈을 먹어치우길 바랬지만, 특별출연이었다는. 

표지는 상상한 오두막이었지만, 카카오페이지의 표지가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영어덜트소설 #페이지터너 #몰입도최고 #K크리처물 #성장 #회복 #죄의식 #성장소설 #청소년추천도서 

#창비 #소설Y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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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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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유복이라고 있었습니다. 유복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아비가 금강산 호랑이에게 죽었고, 다 자란 유복이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러 떠납니다. 떠나기 전 어머니는 여러 미션을 수행시키면서 유복이를 훈련시킵니다. 그리고 가는 길에 한 노파를 만나서 또 수련을 받습니다. 이제 드디어 복수를 하러 가는 길에 사람으로 변한 호랑이를 만나서 사살하고 최후의 빌런이자 아비의 원수인 거대 금강산 호랑이를 만나서 복수를 하고 가죽을 팔아서 부자도 되고, 어여뿐 색시도 얻습니다.

금강산 호랑이와 유복이 줄거리 

 

이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금강산 호랑이를 잡은 유복이 전설입니다. 이미 많은 이야기책으로도 나와있습니다. 동화책 "루호"는 이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이 책은 판타지입니다. 가제본으로 책을 받았는데, 루호, 희설, 달수가 등장하고 아이들의 모습이 묘사될 때마다 '아 이 책은 그림이 있는 책으로 봐야 하는데!'라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같이 보던 아이들에게 '이 캐릭터들을 한번 그려봐~' 권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상상이 시작되었습니다.

루호는 사람으로 변신해서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는 어린 호랑이입니다. 보호자인(사실은 큰 호랑이인) 구봉 삼촌도 있고, 까치인 희설도 있고, 루호를 너무 좋아하는 토끼 달수도 있습니다. 모두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 루호와 구봉은 유복이 전설에서 나오는 사람으로 변한 호랑이들의 후손입니다. 진정으로 사람으로 변하고 싶다고 간절히 원할 때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답니다. 사람을 너무 원망해도 사람으로 변할 수 있지만 눈매는 호랑이의 눈으로 남아있는다고 합니다. 결국 눈은 거짓말을 못하나 봅니다. 멋진 설정이다!라며 감탄하면서 푹 빠져서 책을 다 읽어 버렸습니다.

책에서는 계속 살아남은 호랑이들의 선택, 루호와 어린 친구들의 선택, 호랑이 눈썹의 저주를 물려받은 지아의 선택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을 둘러싼 어른들은 편견과 차별, 진위를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맹목적인 신념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엣이야기속의 유복이는 사람 모습의 호랑이를 죽이면서 이것이 옳은 것인지, 저들이 정말 나쁜 호랑이인지를 고민하지만 호랑이는 원수라는 믿음 때문에 무조건 죽여버리고는 저주를 받아서  겉으로 드러난 호랑이의 무서운 모습만 볼 수 있는 저주를 가문에 물려줍니다. 사냥꾼은 인간 속에 섞인 호랑이에 대해서 짐승 주제에!라는 차별을, 살아남은 호랑이들의 이장과 어른들은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는 버려진 아기호랑이 루호에 대한 편견을 보여줍니다. 이미 인간으로의 삶을 선택한 구봉 삼촌은 루호와의 관계에서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제대로 된 믿음을 주지 못합니다.

 

루호야, 나는 아직도 그날 모인 호랑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이상하게도 빛나던 얼굴들 말이다. 예전에 넌 억지로라도 그들을 구해 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 그런데 나는 그들을 놓아 줄 수 박에 없었단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했어. 용기를 내어 어떻게 살지 결정한 거야. 우리 자신을 만드는 건 바로 그런 선택들이야. 오랜 시대 간을 살아온 나도, 호랑이이자 사람인 너도 그렇지.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그걸 잊지 마.

루호 p60

어른의 시선에서 현실의 모습이 보입니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시위를 벌인 장애인 연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댓글들, 그들에게 노골적으로 차별의 말을 내뱉고 있는 차기 여당 대표. 선거 중에 보인 여성비하, 남성비하의 발언들. 노인 경시, xxx충 같은 비하 발언들 등등 뉴스에서 보이는 요즘은 차별과 무시와 편견이 필터 없이 드러나고 있는 세상입니다. 루호에서 보이는 세상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어쩌면 다문화 아이 일수도 있고, 장애인일 수도 있고, 저소득계층의 아이일 수도 있는 루호. 어릴 때부터 차별과 불신을 느끼고 살아왔을 지도 모릅니다. 인간에게도, 호랑이에게도. 어른들은 인간의 모습을 한 아이들을 제대로 된 인간으로 대하지 못합니다. 반면 지아는 처음부터 친구들에게 동물의 모습만을 보지만, 인간다움을 찾아냅니다.

구봉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서로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야. 호랑이는 다른 그 누구보다 서로를 꺼려. 자기 영역을 빼앗길까 봐 다른 호랑이가 다가오는 걸 가장 싫어하지. 그래서 하나하나가 죽어가면서도 서로 도와주는 건 생각도 하지 않았어. 그저 의심하고 경계했지. " 구봉은 헛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난 그런 호랑이들과는 다르다고, 거의 사람이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결국은 의심만 하고 있었나 보다. 그게 널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루호 p155

모악할미는 간절히 원하면 빨리 깨우칠 수도 있고, 사람이든 호랑이든 토끼든 모두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쳐줍니다. 거기에 지아는 하나 더 깨닫습니다. 선택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해!

루호는 우리가 늘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은 반만 맞았다. 하고 싶은 게 생겼다고 다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선택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루호 p159

루호도 지아도 스스로의 선택을 지키기로 합니다. 지아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친구들을 지키는 것을 선택하고 용기를 내어서 맹목적인 신념과 편견을 가진 아버지에게 대항합니다. 루호는 위대한 호랑이의 혈족 운운하는 언니 호랑이에게 그깟 핏줄이 무엇이 중요하냐고 의미 없다 말합니다.

그리고 어린 동물들과 사냥꾼의 아이들은 구봉이라는 어른 호랑이 아래에서 혈족이 아닌 다른 형태의 가족을 이루게 됩니다.

다 읽고 나서 참 개혁적인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범한 판타지 같지만 인간 중심, 핏줄 중심의 이야기를 틀어서 다양성과 차별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가족의 구성까지 이끌어냅니다.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단순히 판타지로 사춘기에 들어선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선택에 대한 지침서로, 같이 읽는 어른들에는 사회적, 정치적 편견과 차별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멋진 책입니다.

* 창비에서 사전 서평단으로 가제본 책만 제공받았습니다 *

#창비 #사전서평단 #가제본 #옛이야기패러디 #한국형판타지 #금강산호랑이

#루호 #채은하 #오승민 #제26회창비좋은어린이책원고공모대상작

그들은 스스로 선택했어. 용기를 내어 어떻게 살지 결정한 거야. 우리 자신을 만드는 건 바로 그런 선택들이야. - P60

구봉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서로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야. 호랑이는 다른 그 누구보다 서로를 꺼려. 자기 영역을 빼앗길까 봐 다른 호랑이가 다가오는 걸 가장 싫어하지. 그래서 하나하나가 죽어가면서도 서로 도와주는 건 생각도 하지 않았어. 그저 의심하고 경계했지. " 구봉은 헛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난 그런 호랑이들과는 다르다고, 거의 사람이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결국은 의심만 하고 있었나 보다. 그게 널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 P155

루호는 우리가 늘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은 반만 맞았다. 하고 싶은 게 생겼다고 다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선택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 P159

내가 누구의 피를 이업다았나, 그런게 왜 중요한지 모르겠어. 원래 호랑이는 혼자 살잖아. 당장 어디서 어떻게 살지, 누구랑 뭘할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바쁜데 말이지. 위대한 핏줄이 어쩌고하는 것도 구질구질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담. - P194

그래, 내마음을 아는게 참 어렵긴 하더라.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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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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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리. 고2.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고, 학교에서는 죽고 못하는 친한 친구도 있다. 엄마와의 과거는 나에게 힘이되어주는 추억이 아니라, 끊어내고 털어버리고 싶은 끊지못하는 끈이었다. 수능을 쳐서 대학만 가면 이 집에서도 독립하고 지긋지긋한 과거와는 이별할 참이었는데, 갑자가 내가 챙겨야할 동생 연우가 생겨버렸다. 


유리는 기본적으로 단단한 아이이다. 내가 어릴때 보던 청춘을 주제로 한 책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우울하고 내적으로 쌓아두고 끊어버리지 못하는 고통과 문제들 속으로 침몰되어버렸었는데, 요즘 읽어보는 청소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많은 경우 단단하다. 유리도 그랬던 것 같다. 입양한 엄마는 나를 버렸고 외할아버지와는 정이 없다. 학교에서나 웃고 떠들지만 집에 오면 단순한 생활의 반복이다. 먹고 살기위한 기본적인 살림과 대학가기 위한 공부. 


규칙적으로 반보되던 일상에 들어온 연우는 엄마에게 학대를 받다가 엄마를 죽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런 연우에게 유리는 자꾸 눈이 가고 점점 연우를 챙기게된다. 연우의 등장은 무미건조하던 할아버지와의 관계에도 변화를 준다. 각자의 다른 공간에서 서로 일절 간섭하지 않고 살아가던 유리와 할아버지는 결국 할아버지의 병때문에 크게 말다툼을 하게 되고, 두사람을 가로 막고 있던 벽을 하나 부수고 마주 볼수 있게 되었다. 


입양아라는 사실을 유리는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차마 말을 못하고 있었다. 밝히고 나서 구구절절 설명해야하는 이유들이 더욱 스트레스였다. 



책은 유리의 세심한 관찰과 묘사를 통해서 지루함 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감정의 과잉도 없고 이미 이런 생활에 익숙해진 덤덤한 시선으로 묘사한다. 그러다 보니 가정폭력의 희생자였던 연우의 실상을 맞닥뜨렸을때, 사실은 보고 싶었던 친부모님에 대한 진실을 알았을때, 남처럼 살아도 어쩌면 유리가 버텨오는데 가림막이고 기둥이었을지도 모르는 할아버지의 병을 알았을 때 묘사되는 화와 슬픔이 더 절절하게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세연이가 유리의 마음을 알아준것처럼, 유리가 연우와 할아버지의 마음을 보듬어주었던 것처럼, 세연이 엄마가 연우와 유리의 마음을 봐준것 처럼 누군가 내 마음을 무겁게 누르고 있는 상처를 알아봐주고,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마음은 훨씬 가벼워지지 않을까. 그래서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게 아닐까. 


* 문학동네출판사에서 책만 제공받아서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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