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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피어싱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7월
평점 :
인체를 개조하겠다. 너를 사랑한다. 너를 창조한다.
나는 어떤 대단한 상을 받았다고 해서 박수를 보내지는 못한다.
아쿠타가와상에 대한 지지가 약해지고 있다.
일본의 대중소설은 이제 끄트머리에 가 있는 것이 아닐까.
점점 더, 가볍게 가볍게 쉽게 쉽게 누구나 읽고 고개를 끄덕이고,
이 정도의 SM, 문신, 도발, 기괴함은 그네들에게 늘 있어왔던 것인데
뭐가 그렇게 대단한 절망이며 변신이며 감동인가.
뱀에게 피어싱은 한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는 지나치게 얇은 서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 소설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아마나 루이, 시바와 같은 인물군의 특이성이나
그네들의 이른바, cool한 면이겠지.
우리 현실이 도무니 지금 이대로는 아무것도 보잘 것 없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뭔가 달라지고 싶어라고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아무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지긋지긋한 현실이 그러한 인물들에게
기대이면서 한숨한번 혹은 눈물한방울 떨칠 수 있는 쉽터가 되기를 바라는 대리충족아닐까.
나는 죽어도 소설은 하향평준화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무식한 사람이기에...
한국 중고등학생들이 뱀에게 피어싱을 뒤적거리면서 재밌다, 와, 경탄하고 이 책이란다.
우우우우우. 탄성을 지르는 것을 보면서 슬퍼지는 그런 유치한 사람이기에...
독서와 소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