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 우리 소설로의 초대 2 (양장본)
윤대녕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원래 있던 곳은 어디일까. 굳이 유신론자가 아니더라도, 그 끝에는 '최초의 존재'가 있다. 누가 누구를 낳고, 또 누가 누구를 낳고... 나를 품어 낳아준 엄마를 품어 낳은 엄마의 위로 위로 올라가면 그 곳에 그런 존재가 있다.

윤대녕의 소설들은 일견, 속살거리는 것처럼 섬세한 묘사와 아름다운 공간이 함께 있다.
그리 주목을 받은 단편이 아닌지, 자주 거론되지는 않았던 이 작품을 문학동네 계간지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은항아리 안에서를 다시 읽어 보았다.

은항아리에는 시간이 없다. 거기로 찾아들어온 여자가 시간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은항아리는 그 따름이다. 세상의 일반적인 가치들이 시들해지고 만다. 남자는 은항아리에서 한없이 자유롭다. 물에 잠겨 있는 듯이, 자궁 속에서 휴식하듯이. 요리를 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문체들이 따뜻하고 정겹다.

우리는 누구나 원래적인 곳으로 가고 싶어하고, 또 결국은 거기로 간다. 그 길로의 여행에 적합한 길잡이처럼 속살거리는 윤대녕의 소설을 가을, 다시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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