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 사랑, 결혼, 가족, 아이들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근원적 성찰
울리히 벡.벡-게른스하임 지음, 강수영 외 옮김 / 새물결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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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사람의 일이라...한용운의 저 유명한 한줄이 떠오른다.

이별하고 사랑하고 또 만나고, 감정이란 얼마나 나약한 정체였던가.

이 책은 울리히 벡이 그의 부인과 함께 만든 책이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사랑은 당연하다. 사랑은 늘 벌어지고 늘 끝나고 또 시작되고 있다. 사람의 곁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현상이다.

울리히 벡과 엘리자베스 벡-게른샤임은 사랑이 진행되고 결실을 맺거나 깨어지는 시간들에 대하여 담박한 문체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가 끝장이 날까. 가족이 만들어지지 않고, 사람이 사랑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럴수는 없을 것같다. 그 모형은 끊임없이 변형되고 또 정착될 것이다.

人間이기에...사람과 사람과 사람사이...거기에 희망은 붙들어 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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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다.

고 적어놓고 또 옆에 사고 싶다고 적고 또 사고 싶다고 적는다.

뭔가를 가지고 싶다거나 가져야겠다고 결심을 하는 일은 자주 없다.

책은 늘 욕망을 부른다.

뭔가가 지루해지고 있다고 느껴질 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한숨이 나올 때

배가 불러서 미련맞게 느껴지든지,

배가 고파서 온몸이 허우적거릴 때

거리를 걷다가 길을 잃을 때

책을 사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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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랜덤 시선 8
최치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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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너희들은 왜 그렇게 말이 많니? 무슨 시가 그렇게 수다스러워. 시가 좀 비어 있는 맛이 있어야지..." 나는 그의 잔에 술을 채우면서 좀 슬퍼졌다. 말로 하지 않으면 이제 아무도 알아듣지를 못하는 걸요...라고 대꾸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어른이니까. 그는 이미 시에게 한 생을 다 내어준 분이니까.

그것만으로도 그의 머리에는 아우라가 보였으니까. 나에게는 절대로 생겨나지 않는 맛을 낼 줄 아는 사람이니까. 나는 늘 열등감으로 목이 마르다.

시를 쓰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을 하고, 시를 쓰겠노라고 종이와 연필에게 선언하기를 수년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시는 나만을 위하여 만들어지고 나만이 깊게 읽고 있으며, 나만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그러다가 이렇게 맛나는 시를 만나는 것은 기쁨이다.

나는 늘 고급독자가 되고싶다고, 아니 이런 건방진 말은 삼가하자. 글을 풀어내는 이들을 이해해주자고 다짐하였다. 그래서 내가 나 혼자만의 글을 쓰더라도 혼자서 기꺼워라도 하자고 다독이고 그랬다.

어떤 사람이 그랬다. "자신을 열등감으로 몰아넣은 시인이라고..." 그래서 나는 그 날밤 취한 눈을 부비고 알라딘에서 이 시집을 주문했다. 다음 날 아침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는 간밤에 주문한 시인의 이름...최 치 언 이라는 세 글자조차도...그러나 책은 내 기억의 빈 구멍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읽었다. 많이 아파했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설혹 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시인은 어딘가가 불편하다. 어딘가가 아프네. 어딘가가 아파서 숨을 잘 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전적으로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도 그런 맛이 나는 시라는 것이 기뻐서 웃고 울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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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빼곡하게 보내었다.

주로는 조카들과 놀아주는 데에만 집중하였으나, 실은 기도를 하고 있었다.

종일, 한순간도 놓지 않고 나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세상에게 하늘에게 사람에게 혹은 모든 사물들에게도...

내 기도가 닿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건너편에 있다면, 내가 말을 건네지 못할 순간은 없을 것이다.

해야할 일들보다 중요한 것은 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다.

나는 내가 선택한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 선택의 끝에 언제나 아스라이 닿아 있는 것이,

아니, 확실하게 나를 안착하게 하는 것을 알고 있다.

다행이다.

내 생에 한번은 이렇게 확실한 정체가 와주어서 다행이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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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사랑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300
박혜경.이광호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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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가 삼백권의 탑을 쌓은 것만으로도 아낌없이 별 다섯개를 주고 만다.

요즘 내내 이 시집을 들고 다닌다.  읽는 날도 있고 한번도 펼쳐보지 못하고 재미없는 책만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날도 많지만, 그저 가방 안에 이 글자들이 함께 있다는 일이 행복하다.

그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렇게 함께 있기를 희망할 수 있는 책이 있다.

그네들의 한권한권을 가지게 되면서 느꼈던 기쁨과, 또 그 안에서 내가 가끔 건지지 못했던 시들을 읽는다.

사랑이 유치하고, 사랑이 비열하고, 사랑이 아프고, 사랑이 행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에 허우적거리기를 바란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무엇이든.

 

너에게가고싶다 너에게가고싶다 너에게가닿고싶고, 네안에갇혀있고싶다 술을먹다가혼잣말처럼낙서를했고, 건너편에있는친구에게보여주었다, 욕을얻어먹었고눈물이났다...06년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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