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승리학
츠지 슈이치 지음, 김이랑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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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스스로에게 과제를 내는' 천재 강백호를 그린 슬램덩크를 읽으며 이 책은 스포츠 만화에 국한될 수 없다고 느꼈다. 이런 감정은 상당 부분 보편적이었던 모양이다. 저자는 만화를 경전으로 삼아 그 해석서를 써 내었다. 만화가 상당히 폄하되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새롭고도 진기한 시도로 보인다. 해석에 대한 엄숙주의를 간단하게 타파한다.

이 책을 대충 정리하면 사람에게는 '의식'과 '심층의식', '셀프이미지'의 세 가지 차원이 있다. 의식에 노력을 더하면 심층의식이 되고 의식에 사고법칙을 더하면 셀프 이미지가 된다. 셀프 이미지를 확대하는 방안이 이 책의 줄기이다. 이는 '올바른 목표'와 '변화 중시', '해야 할 일은 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지금을 산다, 혹은 지금에 집중하라는 말이 그 핵심이다.

슬램덩크의 주역들과 그 상대자들을 텍스트 삼아서 성공 (이는 자기 자신의 변화에 대한 자기 자신의 긍정으로 정의한다) 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일관되게 주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주면 돌아온다'는 생각이다. 벡터는 관계없다. 일단 무조건 주라.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농구에게든 노력에게든. 거울의 법칙이라고 하는 것이 그 열쇠이다. 저자는 스포츠학을 전공한 덕에 말에 더욱 신뢰가 간다. 스포츠나 인생이나 똑같다. 즐겨야 한다. 知之者는 好之者만 못하고 好之者는 樂之者만 못하다는 공자 말씀도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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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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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말을 하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무슨 말을 할지 확실히 파악하고 짧게 표현하라. 쉬운 단어로 이야기하라. 중요한 부분은 한 번 말하고 또 바꾸어 말하라. 중요한 건 글을 쓸 때도 똑같다는 것이다. 나는 하루키의 '슬픈 외국어'라는 수필집에 대해 무엇을 말하려는지 파악해야 한다. 하루키의 수필집은 잘 읽지 않았다. 십 년 전 쯤에 하루키 돌풍이 분 적이 있다. 그의 소설과 그의 제자같은 한국작가들이 '혼성모방'이라는 이상한 말을 유포시키던 때였다. 난 소설가는 소설로 말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루키의 수필집이란 그 때 그 하루키의 명성을 빌어 돈 좀 벌어보자는 출판사의 기획으로 치부하였다. 나는 전혀 몰랐지만 그 십 년 전에 하루키는 미국에서 소요(逍遙)하고 있었다. 작가의 수필집이란 그가 어떻게 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힌트를 얻는 것이다. 그도 우리와 동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와 좀 더 친밀해질 수 있게 한다. 글을 읽고 보니 심심하니까, 할 일이 없어서 시를 쓴다는 김춘수 옹의 말이 빈말은 아닌 듯 하다. 하루키도 맥주 마시며 야구 보다가 소설에 입문하였다. (하루키는 나이 스물 아홉에 데이빗 힌튼이 2루타를 치는 것을 보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썼다) 사명감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 머리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남는다. 하루키가 미국식 소비주의에 경도된 이유가 그의 번역가로서의 직업 때문이라는 것, 소설은 거짓임이 분명하고 자기의 경험도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등을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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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마련 기술
최정환 지음 / 아라크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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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재테크의 시작이다. 따라서 주택이나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사야 한다. 아파트가 환금성, 수익성 면에서 최고의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파트를 매입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미래가치가 일 순위이다. 십 년 전의 목동과 일산의 예를 보라. 십 년 후에 돈이 될 만한 곳, 당연히 목동을 선택했어야 했다. 미래 가치를 고려할 때는 입지(location)가 중요한 요소이다. 아파트도 자산이므로 주식을 사는 것과 비슷한 원칙을 적용하여 (부동산은 실물자산이고 주식은 금융자산으로 서로 상충되는 면도 있기는 하다) 추세분석 등 기술적 분석이나 저평가된 매물을 찾는 기본적 분석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아파트 가격에 대한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첫째, 아파트는 7~8년이 가장 싸다. 둘째, 15년이 넘으면 재건축의 기대감으로 상승한다. 이런 아파트들에는 매수 타이밍 밖에 없으니 약간 주춤하면 바로 매입하라고 말한다. 위에서 말한 입지를 잊지 않도록 하라. 새 아파트 효과는 3년이면 거의 없어지니 새 아파트라는 점은 고려에 넣지 말라. 또한 아파트 평수 보다 용적률, 대지 지분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대단지 아파트를 사야 '대지 지분'이 많이 나온다. 아파트 구입단계는 다음과 같다. 일단 종자돈을 만들고 책, 정보, 중개업소 등을 이용하여 지식을 쌓아 저평가된 급매물 아파트를 적기에 사라. 결단과 과단성이 필요하다. 조급하게 굴지 말고 많이 공부하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내 집 마련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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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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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라는 것은 어른들에게 '동심'을 생각하게 하기 위해 어른들에 의해 쓰여진다.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내가 알아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도 다 비슷한 의도 일 것이다. 세상의 원칙은 아주 간단하다. 그 원칙이 이 소설에서는 연대의식, 희망 가득한 세상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표현된다. 다마스, 유승준, 인하대학교 병원 등 실명이 그대로 언급하여 이야기의 사실성을 높여 준다.

동네 어른들은 변함없이 부부싸움을 한다. 아버지는 술주정을 하고 어머니는 도망을 간다. 아이들은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게 시시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곤궁한 괭이부리말 마을을 횡행하는 유령의 정체다. 김명희 선생은 괭이부리말을 정류장이지 목적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반드시 떠나야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유도 아저씨 영호를 만나서 '혼자' '높이' 올라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글 중에 성격의 변화가 있는 등장인물은 동수가 또 있다. 동수는 착하지만 자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자기'가 강하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처지를 비관하고 본드를 불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영호를 만나 고등학교에 재입학하고 기술을 배우는 현실적인 해결법을 찾게 된다. 괭이부리말을 부정하다가 긍정으로 변한 이 두 사람이 글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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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독스 이솝우화
로버트 짐러 / 정신세계사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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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컬 커렉트니스(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뜻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에 딴지를 건다. 일곱 난장이는 백설공주에 그만큼 애정을 쏟았는데 공주는 처음 본 왕자에게 시집 간다. 이게 말이 되나? 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른 (PC)' 시각이다. 이 책도 일정 부분 그런 태도를 견지한다. 세상의 관습에, 지혜에 구속될 필요가 없다는 문제 의식이다. 입체적으로 사고하기 위하여 세상의 상식을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우화를 뒤집어 현실적인 처세를 이야기한다. 우화의 방식을 띠고 있는 글은 두고 두고 읽어야 진가를 느낄 수 있다.

경주에서 거북이에게 진 토끼에게 이길 필요가 없는 승부였다고 위로한다. 이길 수 있는 자는 이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민방위 훈련이 되어 실전에서 훈련된 마을 주민이 늑대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퇴치한다. 어떻게 보면 코메디 같다. 확실성과 재미는 트레이드 오프 관계이니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현실적인 처세술은 다음과 같다. '친구는 아직 행동을 개시하지 않은 적이다. 도망치는 자는 언젠가는 붙잡힌다. 자신에게만은 정직하라. 그래야 세상 누구도 속일 수 있다. 책, 책 하는 자는 정신만 외치는 게으른 유심론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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