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외국말을 하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무슨 말을 할지 확실히 파악하고 짧게 표현하라. 쉬운 단어로 이야기하라. 중요한 부분은 한 번 말하고 또 바꾸어 말하라. 중요한 건 글을 쓸 때도 똑같다는 것이다. 나는 하루키의 '슬픈 외국어'라는 수필집에 대해 무엇을 말하려는지 파악해야 한다. 하루키의 수필집은 잘 읽지 않았다. 십 년 전 쯤에 하루키 돌풍이 분 적이 있다. 그의 소설과 그의 제자같은 한국작가들이 '혼성모방'이라는 이상한 말을 유포시키던 때였다. 난 소설가는 소설로 말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루키의 수필집이란 그 때 그 하루키의 명성을 빌어 돈 좀 벌어보자는 출판사의 기획으로 치부하였다. 나는 전혀 몰랐지만 그 십 년 전에 하루키는 미국에서 소요(逍遙)하고 있었다. 작가의 수필집이란 그가 어떻게 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힌트를 얻는 것이다. 그도 우리와 동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와 좀 더 친밀해질 수 있게 한다. 글을 읽고 보니 심심하니까, 할 일이 없어서 시를 쓴다는 김춘수 옹의 말이 빈말은 아닌 듯 하다. 하루키도 맥주 마시며 야구 보다가 소설에 입문하였다. (하루키는 나이 스물 아홉에 데이빗 힌튼이 2루타를 치는 것을 보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썼다) 사명감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 머리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남는다. 하루키가 미국식 소비주의에 경도된 이유가 그의 번역가로서의 직업 때문이라는 것, 소설은 거짓임이 분명하고 자기의 경험도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등을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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