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창비아동문고 219
유은실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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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그 성장이라는 의미가 정신적 것과 육체적인 것을 모두 포함해서 어떤 것들이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 친구, 선생님, 주변 환경 그리고 책일 것이다. 사람의 직접적인 경험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을 통한 수많은 간접 경험이 그 사람의 정신적, 감정적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 책은 작가의 생각과 의도가 담긴 물건이다. 작가와 독자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눈다. 따라서 작가가 나이를 먹으며 내놓는 작품은 동시에 독자도 나이를 먹으며 읽는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유은실 글, 권사우 그림, 출판사 창비)'은 열 살 비읍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들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여러 문제들을 겪고 해결하면서 변화해 가는지를 각각의 작품과 에피소드들이 어우러져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특히 비읍이가 린드그렌 선생님에게 쓴 편지들은 비읍이가 어떻게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통해 마음이 변화하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비읍이처럼 한 작가에 대한 열렬한 찬사와 존중은 그에 대한 몰입과 집중을 통해 매니아적인 전문성을 갖게 할 수 있다. 심지어 그녀의 열성은 스웨덴에 있는 린드그렌 선생님의 집을 방문하고, 그녀의 모든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겠다는 꿈을 갖게도 한다. 그리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교훈은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렇듯 비읍이는 린드그렌 선생님의 전작품을 읽으며 자기도 모르게 점점 긍정적인 생활관을 형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나친 몰입과 편중은 자신을 잃게 하기도 한다. 담임선생님의 지적처럼 지나친 상상과 이야기에만 빠져 현실을 망각하는 것은 문제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더 나아가 작가의 생각과 글에 빠져 자신의 생각이나 개성을 상실하는 일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읍이는 자신 스스로 반성함으로서 그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다.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그 작가의 정신적 성숙과 변화, 발전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비읍이가 산타할아버지의 정체를 알게 되고 가슴속 동심의 구슬이 깨지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 그리고 때로는 그냥 멈춰서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때를 알게 되는 것처럼 작가도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독자는 그러한 작가의 변화를 작품을 통해 접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작가의 정신적 성숙과 변화도 중요하지만, 작가가 그의 모든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말하고자하는 주제를-린드그렌 선생님은 자신의 모든 작품을 통해 인간에 대한 진정한 예의가 무엇인지를 전하고자 한다- 알고 그것을 몸소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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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슨 씨앗일까? 샘터 솔방울 인물
최재천 외 지음 / 샘터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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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에 씨앗을 심는다. 적절한 물과 햇빛, 공기 그리고 지속적인 사람의 관심과 손길로 씨앗은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란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으면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고 좋아 한다.씨앗이 꽃과 열매라는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사람이 태어나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한편으로는 사람의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나는 무슨 씨앗일까?(박효남 외 글, 유준재 그림, 출판사 샘터)'는 자신의 꿈을 이루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까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9명의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듯한 문체와 친근감 있는 그림, 각 분야와 관련된 사진과 용어 설명, 그리고 그들의 어린시절의 사진들이 잘 조화를 이루어 현실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특히 기존의 역사 속 위인들과 달리 현재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보다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큰 미덕이다.

심리적으로 지적 호기심이 발달하고, 현실 세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사회전반에 대한 관심이 폭넓게 형성되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용어, 설명과 9명의 인물이 말하는 직업관, 가치관, 삶의 철학과 신조들이 이 아이들의 지적 욕구를 만족시킬 것이다. 또한 이 9명의 인물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가지고 이뤄가도록 도와주는 멘토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이 책의 제목 속 씨앗의 의미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와 연관한 자신의 꿈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9명의 인물이 자신의 꿈을 이룬 과정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자신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과 마음가짐, 자세가 필요한가를 정할 수 있다. 아이들이 꿈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꿈과 목표가 분명한 아이들은 지속적인 노력과 실천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이것은 긍정적인 자아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아야한다. 이렇게 정해진 꿈이라는 씨앗을 싹틔우기 위해서 아이들은 앞서 경험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계획을 스스로 세우고 실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는 것과 함께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 쓰기, 꿈을 이룬 사람들 관련 동영상 및 영화 관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쓰기, 아이들 서로간의 칭찬 롤링 페이퍼 만들기, 꿈의 노트를 만들어 주간, 월간, 년간 계획을 세우고 실천 내용을 기록하기, 자신만의 신조 만들기, 다양한 이색 직업에 대한 조사, 박물관, 전시회 견학 등 다양한 세계 경험하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한 나라의 미래의 결정하는 중요한 존재이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꿈을 찾고 이루어낼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자신의 처지나 환경 등 여러 한계를 극복해가며 부단히 노력하는 자세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루어내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가는 것이 더욱 그러하다. 이 책속의 아홉 인물의 경험담은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없이 생생한 귀감이 될 것이다. 이들처럼 아이들은 자신만의 꿈의 씨앗을 싹틔우고 자신의 땀과 열정으로 꽃과 열매라는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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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움직인 역관 홍순언 푸른숲 역사 인물 이야기 4
정명림 지음, 이우창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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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수많은 문제와 고난에 부딪친다. 한편으로 현재에서 미래를 고민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고민과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자기계발서와 강좌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자기계발서들을 보면, 저자 자신이나 위인의 과거 경험담에서 해법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자신의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있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과거의 누군가가 먼저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해결한 경험에서 배우고 있고, 반대로 또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가르쳐준다. 이러한 행위들이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 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역사 속 수많은 위인의 삶을 통해 알 수 있다.

'대륙을 움직인 역관 홍순언(정명림 글, 이우창 그림, 도서출판 푸른숲)'은 조선 선조 시절 서얼이라는 낮은 신분의 역관으로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홍순언의 이야기이다. 특히 이 책은 홍순언이 왜 시대를 넘어서 후세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역관으로 칭송받는지 알게 해주는 일화 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더불어 조선시대에 역관의 역할과 중요성, 의미 그리고 신분의 한계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 등 책속의 책이라는 부연 코너를 통해 아이들에게 현재의 삶에 필요한 교훈을 알려주고 있다.

홍순언은 자신의 사명과 신조에 투철했다. 아무리 명나라라는 강대국과의 관계일지라도 뇌물을 절대 쓰지 않았으며, 급박한 상황에 봉착했을 때에는 체면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또한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고, 어려운 사람은 도와야한다는 신조에 따라 어려움에 처한 명나라 여인을 나랏돈으로 구한 행동으로 옥에 갇혀도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이러한 뚝심 있는 행동은 후에 조선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종계변무를 해결하게 되고, 그를 공신으로 대우받게 하였다.

하지만 조선은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기 때문에 홍순언은 서얼출신으로서 높은 관직에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나라가 필요로 할 때면 언제든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임진왜란 시기 그가 쌓아둔 명나라 관료들과의 돈독한 인연과 관계가 조선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 당시 일흔살이 넘는 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역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다. 그는 결코 신분과 나이라는 한계에 자신을 가두어놓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기량을 묵묵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그의 자세가 나라를 구한 의로운 역관으로 후세에 까지 기억되는 이유이다.

역사가 E.H.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역사와 역사적 인물을 통해 우리는 현재의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즉, 역사 속 인물이 자신이 처한 시대와 환경, 고난을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를 살펴봄으로서, 현재의 우리는 그것을 귀감으로 깨닫고 배울 수 있다. 조선시대의 역관이었던 홍순언은 지금의 우리에게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신분과 나이의 한계 등 자신의 환경에 좌절하지 말고, 명분과 체면에 휘둘리지 말고, 정직하고 올곧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시대를 뛰어넘어 후손들에게 전하는 삶의 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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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행복한 우리 가족
한성옥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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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빨간색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행복한 우리 가족'이라는 제목과 교통표지판, 불붙기 시작한 폭탄, 웃고 있는 가족의 모습과 빨간색 배경의 조합은 잘 어울린다기보다는 무언가 아슬아슬한 위태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저자가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 도발적인 색상과 표지에서 사용한 장치들은 어떤 의미인지, 여러 가지들이 잔뜩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행복한 우리 가족(한성옥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어린이)'은 한 가족이 미술관 나들이를 떠나는 하루의 모습을 아이의 그림일기 형식을 통해 보여준다. 한 가족이 집을 떠나 미술관을 가는 여정, 미술관에 도착해서 벌어지는 일,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우리네 일상의 단편을 순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장면 장면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면 낯을 부끄럽게 만드는, 많은 자신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이 가족은 미술관 나들이를 떠나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무례한 행동들을 일삼고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오래 붙잡고 있기, 마트에서 계산 순서 미리 맡아 놓고 서있기, 불법 유턴과 과속 운전, 운전 중에 핸드폰 통화하기, 미술품 보호선 침범하며 사진 찍기, 미술관 안에서 아이들끼리 뛰어다니며 놀기, 보호 중인 잔디밭 안에서 음식물 먹기, 연극관람 중 떠들기,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기 등 누구나 흔하게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행동들이다. 이런 행동들을 아이들은 독자라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주인공 가족)와 피해자(여러 이웃)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이것은 결국 현실에서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의 현실감은 저자의 일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표현에서 돋보인다. 즉 저자가 삽화에서 사용한 일러스트와 실제 사진의 조화는 일상의 리얼리티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비슷한 장소들(아파트, 마트, 음식점, 미술관 등) 속에서의 가족의 무례한 행동과 그로 인해 불쾌와 불편을 느끼는 이웃들의 찡그린 표정을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아이들 자신이 현실 속에서 이런 가족의 일원이었을 수도 있고, 불쾌감을 느낀 이웃이었을 수도 있음을 돌이켜보게 한다.

책표지의 빨간색과 교통표지판은 주의, 경고, 위험이나 금지 등을 나타낸다. 교통신호에서 빨간 색은 정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저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벌이는 이 가족의 무례한 행동들에 대해서 주의, 경고, 금지를 표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가족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전혀 잘못된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것은 아이의 글 속에서 자신과 부모님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거나 반성한다는 자각이 전혀 없고, 단지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는 것으로 마무리된 점에서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런 가족의 행동과 무의식에 대해서 책의 앞뒤 내지를 통해(뻥하는 소리와 폭발후의 어두운 장면) 폭탄을 터뜨림으로써 이 가족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고 벌을 준 것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일상의 작은 예절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은 경우는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와 우리 가족은 편하고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나와 가족들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들은 자각하지 못하면서, 책 속의 음식점 장면에서처럼 남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손가락질 할 수 있는가? 아이들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행동하나가 남들에게 어떤 불편과 불쾌감을 주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행복과 시간이 소중한 만큼 남의 행복과 시간도 소중하고 존중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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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왕국 동화는 내 친구 51
조안 에이킨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얀 피엔코프스키 그림 / 논장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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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랜 예부터, 그리고 지금도 우리에게는 낯선 동슬라브지역(지금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전해져 내려온 신화와 민담을 영국의 작가가 다시 살려낸 작품집 '바다 속 왕국'(조앤 에이킨 지음, 얀 피엔코프스키 그림, 출판사 논장)에는 모두 11개의 단편 이야기들이 있다. 이 11개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라퐁텐 우화, 안데르센 동화, 그림형제의 동화 등과는 달리,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척이나 생소하고 낯설다. 하지만 하나하나 이 짧고 단순해 보이는 동화들을 통해 고대 동슬라브 인들의 자연관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고대 동슬라브 인들은 주변의 자연이라는 대상을 신격화하거나 의인화하고 있다. 이것은 새벽의 여신 조리아(바다 속 왕국, 갈대 소녀), 태양신 다쥐보그와 어둠을 좋아하는 고블린(태양신의 성), 불을 지닌 마녀 바바 야가(바바 야가의 딸), 빛과 어둠, 태양빛을 상징한 세 기사들(바바 야가의 딸), 해님의 유모 모코슈(태양의 사촌)의 묘사를 통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 이야기 속의 신들은 인간에 의해 신성시되기도 하고, 인간을 벌하거나, 도와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고대 동슬라브 인들이 자연을 때로는 고마워하면서 두렵고 신비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 동슬라브 인들의 자연관과 동시에 그들이 후대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여러 가지 올바른 가치관들이 녹아있다. '바다 속 왕국'에서는 바닷가에서 홀로 사는 어부가 새벽의 여신 조리아 덕택에 얻은 아내와 아이와의 일상에 싫증을 느끼고 신비한 용궁을 찾아 나섰다가 결국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나, '벽 속에 갇힌 왕비'에서는 왕국을 세우려는 욕망 때문에 사람 목숨을 희생시키려는 세 형제 왕들이 결국 왕국을 이루지 못하는 이야기를 통해 그 어떤 것보다 사람 생명과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 소중함을 보여준다. 또한 '태양신의 성'과 '배나무'에서는 탐욕과 욕심의 끝이 어떠한지, 올바른 행동과 선택의 결과와 대조하여 보여줌으로서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교훈을 들려준다. 또한 '갈대 소녀', '동물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왕'에서는 여러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동물들이 충성하고, 은혜를 갚기 위해 행동하는 모습을 통해 교훈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교훈들은 동서양의 대부분의 민담이나 신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와 많은 부분에서 일맥상통한다.

 마지막에는 '거위 치는 소녀'를 통해서는 인간들이 신, 하느님이 되고자하는 욕망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전지전능한 신, 하느님의 일상이 그렇게 녹록치 않음을 깨닫게 해주는 짧은 얘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신, 하느님은 그렇듯 인간들의 고단한 일상에 가까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낯설고 먼 고대 슬라브 인들의 신화와 민담이지만, 그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자연관에서 여러 동물이나 자연을 의인화하거나 신격화하는 방식, 그리고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교훈들은 다른 전래 동화나 민담, 신화들의 그것들과 비슷하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이러한 점을 언급하여 각 지역, 또는 나라가 그 만의 독창성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공통되는 보편성을 알려 줄 수 있다. 즉, 권선징악이라든지, 생명의 소중함, 일상의 소중함, 은혜에 대한 보답 등은 시대를 막론하고 아이들이 배우고 실천해야 할 가치임을 일깨워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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