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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행복한 우리 가족
한성옥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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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완료
강렬한 빨간색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행복한 우리 가족'이라는 제목과 교통표지판, 불붙기 시작한 폭탄, 웃고 있는 가족의 모습과 빨간색 배경의 조합은 잘 어울린다기보다는 무언가 아슬아슬한 위태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저자가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 도발적인 색상과 표지에서 사용한 장치들은 어떤 의미인지, 여러 가지들이 잔뜩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행복한 우리 가족(한성옥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어린이)'은 한 가족이 미술관 나들이를 떠나는 하루의 모습을 아이의 그림일기 형식을 통해 보여준다. 한 가족이 집을 떠나 미술관을 가는 여정, 미술관에 도착해서 벌어지는 일,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우리네 일상의 단편을 순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장면 장면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면 낯을 부끄럽게 만드는, 많은 자신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이 가족은 미술관 나들이를 떠나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무례한 행동들을 일삼고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오래 붙잡고 있기, 마트에서 계산 순서 미리 맡아 놓고 서있기, 불법 유턴과 과속 운전, 운전 중에 핸드폰 통화하기, 미술품 보호선 침범하며 사진 찍기, 미술관 안에서 아이들끼리 뛰어다니며 놀기, 보호 중인 잔디밭 안에서 음식물 먹기, 연극관람 중 떠들기,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기 등 누구나 흔하게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행동들이다. 이런 행동들을 아이들은 독자라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주인공 가족)와 피해자(여러 이웃)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이것은 결국 현실에서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의 현실감은 저자의 일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표현에서 돋보인다. 즉 저자가 삽화에서 사용한 일러스트와 실제 사진의 조화는 일상의 리얼리티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비슷한 장소들(아파트, 마트, 음식점, 미술관 등) 속에서의 가족의 무례한 행동과 그로 인해 불쾌와 불편을 느끼는 이웃들의 찡그린 표정을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아이들 자신이 현실 속에서 이런 가족의 일원이었을 수도 있고, 불쾌감을 느낀 이웃이었을 수도 있음을 돌이켜보게 한다.
책표지의 빨간색과 교통표지판은 주의, 경고, 위험이나 금지 등을 나타낸다. 교통신호에서 빨간 색은 정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저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벌이는 이 가족의 무례한 행동들에 대해서 주의, 경고, 금지를 표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가족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전혀 잘못된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것은 아이의 글 속에서 자신과 부모님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거나 반성한다는 자각이 전혀 없고, 단지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는 것으로 마무리된 점에서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런 가족의 행동과 무의식에 대해서 책의 앞뒤 내지를 통해(뻥하는 소리와 폭발후의 어두운 장면) 폭탄을 터뜨림으로써 이 가족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고 벌을 준 것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일상의 작은 예절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은 경우는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와 우리 가족은 편하고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나와 가족들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들은 자각하지 못하면서, 책 속의 음식점 장면에서처럼 남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손가락질 할 수 있는가? 아이들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행동하나가 남들에게 어떤 불편과 불쾌감을 주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행복과 시간이 소중한 만큼 남의 행복과 시간도 소중하고 존중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