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배려는 서로 양립하는 개념처럼 보인다. 정의는 공정성,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것인 데 비해 배려는 개별성, 예외성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집단적인 측면에서 정의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배려는 조금 접어두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정의와 배려가 양립하는 개념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국 대학에서 철학 윤리학 교육학 등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들은 책에서 정의론의 역사적 흐름을 소개하고 정의와 배려의 문제가 일선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고려되어야 하는지를 여러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책은 먼저 정의에 관한 이론을 소개한다. 정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소크라테스 시대로부터 서양 철학자들은 그 의미를 논해왔다.
정의는 때로는 마음의 평정상태와 행복을, 때로는 신과의 바람직한 관계를 의미하기도 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제도와 인간 간의 좋은 관계를 말했다. 계몽시대 이래 일반적으로 정의의 개념은 권리와 공평함의 개념과 연관지어졌다.


현대 정의론의 중심 문제는 ‘누가 무엇에 대해 권리를 갖는가’라는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모든 사람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기본적으로 그 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제약받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널리 논의된 철학적 정의론은 존 롤스가 제기한 공정성으로서의 정의다. 그의 근본적인 생각은 사회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에 따라 존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공평무사하다는 관점에 근거해 이론을 만들었다.

정의의 문제를 실제 학교 정책에 적용해보자. 1954년 미국 대법원은 흑인과 백인을 분리해 교육하도록 한 선례를 뒤집었다. 정의론에 따르면 모든 시민은 평등한 법의 보호를 누려야 하며 단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흑인 어린이를 학교에서 배제하는 것은 명백히 부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실제 흑인에게는 오히려 생활의 불편을 가져온 측면이 있었다. 미국 대도시는 인종별로 집단 거주지가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인종별 통합 교육이 실행되면서 아이들을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마을로 전학시켜야 했다. 또 백인과 함께 수업하는 흑인 학생의 경우 열등감 악화, 인종차별, 또래 공동체 상실 등의 문제에 부닥쳤다. 학계에서는 여러 인종이 함께 다니는 학교에서 소수집단의 학업성적이 향상되는지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에는 원칙적 정의보다는 흑인이라는 소수집단에 대한 배려가 더 효과적이고 실효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책에는 학교 내 성희롱, 표절의 처벌 문제 등을 예로 들어 학교 현장에서 정의와 배려를 어떻게 동시에 고려할 것인가를 탐구한다. 책을 마무리하며 저자들은 “정의와 배려 같은 도덕적 선()은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논쟁이 좋은 학교 공동체를 세우는 데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국내도서] 정의와 배려   
박병춘, 윤현진, 정창우, 정탁준, 황인표 (지은이) | 인간사랑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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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열풍을 계기로 한국사회에선 ‘정의’가 화두로 떠올랐다. ‘2010 책 읽는 대한민국’ 다섯 번째 시리즈는 주제를 ‘정의에 관하여 20선’으로 정했다. 관심사로 떠오른 ‘정의’에 관해 추가로 읽어볼 만한 책을 소개한다는 취지다. 김호기 연세대(사회학과), 윤평중 한신대(철학과), 황경식 서울대 교수(철학과)와 강동권 이학사 대표의 추천을 받아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팀이 정의에 관한 책 20권을 뽑았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지난주 교보문고가 집계한 종합 베스트셀러에서도 1위에 올랐다. 이로써 올해 들어 9주간 1위를 차지했다. 5월 말에 나와 지금까지 40만 부가 팔렸다. 샌델 교수의 방한 이후 이 책을 찾는 독자층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 기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추천인들이 이 책과 더불어 읽어보라고 권한 ‘정의에 관한’ 책 가운데는 명저로 꼽히는 철학자 존 롤스(1921∼2002)의 ‘정의론’이 첫손에 꼽혔다. 황 교수는 “롤스의 ‘정의론’은 자유주의적 정의론의 대변서다. 샌델은 공동체주의적 관점에서 이를 비판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책에서 롤스는 기본적 자유를 평등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는 정의의 원칙을 적용하면서도 약자를 우대하기 위한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제한적 범위 안에서 허용돼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강 대표는 “20세기 후반 롤스의 ‘정의론’이 이슈가 되자 이 자유주의를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떠오른 사상이 공동체주의다. 공동체주의적 입장에서 정의를 바라보는 대표자로는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찰스 테일러, 마이클 왈저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윤 교수는 이 가운데 매킨타이어 미국 듀크대 석좌교수를 “롤스급의 대가”라고 평가하면서 그의 책 ‘덕의 상실’을 추천했다. ‘정의’라는 주제를 공동체주의적 입장에서 풀이한 책이다.

김 교수는 롤스의 ‘정의론’을 번역하고 관련 책을 많이 펴낸 황 교수의 책들을 추천했다. 그 가운데 ‘자유주의는 진화하는가’는 자유주의의 진화 과정에서 야기되는 각종 정의의 문제를 조명한 저작이다.

강 대표는 정치가로서 율곡의 사상을 정리한 ‘법과 소통의 정치’도 꼽았다. 강 대표는 “율곡은 조선 정치의 최일선에서 정의로운 조선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학자이자 정치가였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분배적 정의를 위한 국가의 역할과 의무에 대한 서양인들의 의식변화를 추적한 ‘분배적 정의의 소사’ △배려와 정의가 긴장 관계에 있는지, 아니면 보완 관계에 있는지 논의한 ‘정의와 배려’ △자유와 평등의 문제를 ‘불평등’을 키워드로 들여다본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의 ‘불평등의 재검토’ △정의로운 전쟁, 다원주의적 평등, 정치적 의무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마이클 왈저 전 하버드대 교수의 ‘전쟁과 정의’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가 내린 ‘정의’에 대한 정의를 살핀 독일의 법철학자 오트프리트 회페의 ‘정의’ 등을 이번 시리즈에서 소개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국내도서] 정의와 배려   
박병춘, 윤현진, 정창우, 정탁준, 황인표 (지은이) | 인간사랑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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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전쟁과 정의  
마이클 왈저 (지은이), 유홍림 (옮긴이) | 인간사랑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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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인트 :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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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Details

Mythology, Madness, and Laughter: Subjectivity in German Idealism by Markus Gabriel and Slavoj Zizek (Hardcover - Dec 2009)
30 new from $14.20 7 used from $20.43  

번역자: 군산대학교 철학과  임규정 교수 

 

 
 

차례




서문: 칸트 이후의 관념론으로의 복귀를 기원함

가브리엘과 지젝




1. 반성이라는 신화적 존재 - 헤겔, 셸링, 그리고 필연성의 우연성에 관한 소론

가브리엘

1. 현상들 - 헤겔의 반성 이론에 관하여

2. 신화라는 미리 생각할 수 없는 존재 - 셸링의 반성의 한계 이론에 관하여

3. 필연성의 우연성




2. 두 종류의 자유 사이의 계율 - 독일관념론에서의 광기와 습관

지젝

1. 헤겔적 습관 개념

2. 자아의 자기생성(Auto-poiesis)

3. 무(無)를 의미하는 표현들

4. 습관, 동물 그리고 인간




3. 피히테의 웃음

지젝

1. 피히테의 자아(Ich)에서 헤겔의 주체로

2. 절대자와 현상

3. 피히테가 본 바그너

4. 안슈토스(Anstoβ)과 타트-한들룽(Tat-Handlung)

5. 구분과 제한

6. 유한한 절대자

7. 정립된 가정




각주

참고문헌

색인 

 

  

『신화, 광기 그리고 웃음: 독일관념론의 주체성』(Mythology, Madness and Laughter: Subjectivity in German Idealism)은 오랫동안 무시되어 온, 그러나 아주 중요한 독일관념론의 주제들을 논구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가브리엘(Markus Gabriel)은 현대철학의 매우 활기찬 젊은 철학자이며, 지젝(Slavoj Zizek)은 저명한 현대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이다. 이들은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들이 존재와 현상 간의, 반성과 절대자 간의, 통찰과 이데올로기 간의, 우연성과 필연성 사이의, 주체성, 진리, 습관과 자유 간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준다.




독일관념론 운동의 삼인의 핵심 인물, 즉 헤겔(Hegel), 셸링(Schelling) 그리고 피히테(Fichte)을 고찰하면서, 가브리엘과 지젝은 이 책에서 독일관념론에 대한 가장 박식한 주요 전문가라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전통적인 형이상학에 다시 빠져들지 않고서도 존재(Being)가 어떻게 반성을 통해서 나타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반성과 구체적 주체성에 대한, 헤겔의 광기와 일상성의 문제를 포함한, 관념론 이론들을 이용함으로써, 이 대단히 중요한 저작은 현대유럽철학의 중심에 있는 주제들인 유한성과 우연성의 철학을 소생시키고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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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마르크스의 생태학

 isbn : 978-89-7418-005-8

정  가: 25,000원

저  자: 존 벨라미 포스터(John Bellamy Foster)

역  자: 이범웅

발행일: 2010년 9월 20일

페이지: 558

원서명: Marx's Ecology: Materialism and Nature




약력:

저자소개:

 존 벨라미 포스터(John Bellamy Foster):

미국 오레건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회이론, 마르크시즘, 정치경제학, 환경사회학 분야를 강의하며, 현재 마르크스주의 월간지 「먼슬리 리뷰」의 공동 편집자다.

지은책으로 벌거벗은 제국주의(Naked Imperialism), 마르크스의 생태학(Marx's Ecology),

다윈주의와 지적 설계론(Critique of Intelligent Design)의 저자.




역자 소개:

이범웅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민윤리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및 인하대학교 강사를 거쳐,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책에 <21c 북한학특강><초등교사를위한 도덕교육원론><초등교사를위한 도덕교육실제>번역서<넥스트><새로운시대의 인격교육론><정보화시대의 사이버윤리>이 있다.







목차

역자 서문

머리말

서론

유물론

생태학

사회생태학의 위기




제1장 자연에 대한 유물론적 개념

        유물론과 초기의 마르크스

        에피쿠로스 그리고 과학과 이성의 혁명

        




제2장 실제로 지구적인 문제

        포이에르바하

        자연과 인간의 소외

        조합과 정치경제학




제3장 성직자 자연주의자들

        자연신학

        자연신학과 정치경제학

        『첫 번째 소론』

        『두 번째 소론』

        챌머스와 브리지워터 조약




제4장 유물사관의 개념

        맬더스에 대한 비판과 사적 유물론의 기원

        신유물론

        역사지질학과 역사지리학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의 비판

        푸르동의 기계론적 프로메테우스주의

        『공산당선언』의 입장




제5장 자연과 사회의 신진대사 작용

        인구과잉과 인간 재생산의 조건들

        앤더슨과 차별적인 생산력의 기원

        리비히, 마르크스 그리고 제2의 농업혁명  




제6장 우리의 해석을 위한 자연역사의 토대

        종의 기원

        다윈, 헉슬리 그리고 목적론의 실패

        마르크스와 엥겔스 : 노동과 인간 진화

        유물론자들의 맹세

        인종학적 시대의 혁명 : 모르간과 마르크스

        청년 다위주의자와 칼 마르크스




에필로그

변증법적 자연주의

엥겔스 이후 마르크스주의와 생태학

코드웰의 변증법

변증법적 생태학자

환경보존의 원리




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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